[매경데스크] 선거의 해, 공통분모는 중국

한예경 기자(yeaky@mk.co.kr) 2024. 1. 21.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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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 자국 대통령 뽑는 데
중국이 큰 변수로 대두
韓·日 선거도 예외 아냐
대중외교·반중정서 잘 다뤄야
미래 권력 거머쥔다

"어제 중국 증시가 완전히 폭락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제가 아이오와에서 압승했기 때문이죠."

트럼프가 돌아왔다. 생뚱맞지만 낯설지는 않다. 그에게 논리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 지난 16일 아이오와주 공화당 코커스에서 압승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곧바로 뉴햄프셔주로 건너가 여세를 이어갔다. 선거 유세에서 그의 단골 메뉴는 '중국'이다.

"저는 중국을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중국이 우리 미국을 이용하도록 내버려둘 순 없지 않겠습니까." 본인 때문에 중국 증시가 폭락했다는 것만큼이나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이지만 인과관계를 따져보자는 유권자들은 없다. 냉소를 한껏 머금은 표정으로 "중국이 안타깝다"고 말하는 가짜 동정에 오히려 열광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집권 2기 전략은 이른바 '중국으로부터 완벽한 분리(Total Independence from China)'로 정리된다. 중국에 대한 최혜국 대우를 없애고, 관세를 10% 올려 전자 제품부터 의약품까지 모든 중국산 제품의 수입을 줄이겠다는 것. 여기에 미국 기업의 중국 투자 전면 금지, 연방수사국(FBI)을 동원한 미국 내 중국 간첩 색출까지 더해지면 트럼프 2기 대중국 압박 세트가 완성된다. 아무리 선거 공약이라지만 모두 실현된다면 무역 고립주의에 무시무시한 사정정국이 벌어질 게 뻔하다.

2024년 미국 대선 캠페인을 지켜보면서 가장 놀라운 건 '중국' 변수다. 미국인들이 자국 대통령을 뽑는 데 중국을 중요한 변수로 놓고 있다는 점. 대중국 수출 비중이 높았던 디트로이트·오하이오주 등뿐만 아니라 중국과는 별 관련 없지만 정치공학적으로 의미가 큰 뉴햄프셔·메인주까지 '차이나 팩터'가 중요해지고 있다. CBS, NBC 등 미국 주요 방송사 여론조사에서도 경제·이민·낙태 등과 함께 중국이 주요 이슈로 다뤄질 정도다.

최대 40억명이 선거를 치른다는 전 지구적 정권 교체의 해인 올해, 중국은 어느새 상당히 많은 나라의 유권자 표심을 움직이고 있다. 중국을 어떻게 다룰 것이냐가 미래 권력을 결정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라는 얘기다.

다음달 14일 유권자 2억명이 넘는 지구상 최대 규모의 대통령 직접선거를 치러야 하는 인도네시아, 여기에서도 중국이 가장 큰 현안 중 하나다. 가장 유력한 후보인 프라보워 수비안토 현 국방장관은 친중파로 양국 간 잦은 해상 마찰에도 "중국과 '좋은 이웃'이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경쟁 후보인 간자르 프라노워 전 중부 자바 주지사는 남중국해 긴장 해소를 위해 중국과 동남아시아 국가들 간에 군사적 협상이라도 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중국이란 이슈를 놓고 각국 정치권이 논란에 휩싸이는 건 중국에 더 강한 외교전략을 펼칠 수 있는 자양분이 된다. 대표적인 사례가 대만이다. 이달 초 치러진 대만 총통 선거에서 반중·독립 세력의 민주진보당 라이칭더 후보가 승리하자 중국은 즉각 인민해방군 함정을 대만해협 중간선 너머로 투입하고 방공식별구역 안쪽으로 군용기를 진입시켰다. 대만의 마지막 13개 수교국 중 하나였던 태평양도서국 나우루도 단교를 선언했다. 총선 결과가 나온 지 48시간도 안 돼 중국이 테이블 밑에서 라이칭더 당선인의 무릎을 세게 걷어찬 형국이다.

이미 글로벌 어젠다로 자리 잡은 '중국'이 주변국 선거에서 핵심 이슈로 대두되는 것은 더 이상 놀랄 일이 아니다. 4월 한국 총선과 하반기로 예상되는 일본 선거도 예외일 수 없다. 유권자들 마음속엔 미래 패권 중국에 대한 불안이 자리하고 있다. 또 대중국 외교에 대한 불만과 친중·혐중 정서의 갈등이 기존 정치권에 대한 분노와 좌절감으로 싹트고 있는지도 모른다. 정치가 중국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유권자들도 이를 심판하지 못한다면 4~5년 후엔 중국이 하나의 변수가 아니라 더 큰 도전으로 다가올 것이다.

[한예경 글로벌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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