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형의 기술]가해자 아내의 허위 증언에 폭행 피해자서 한 순간 성희롱범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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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2년 4월 23일 오후 11시께 서울 영등포구 노상.
술에 취한 A씨가 본인과 함께 귀가 중인 아내에게 "술이나 한 잔 하자, 조용한데 가서 즐기자"며 성희롱을 했고, 남편으로서 참을 수 없어 폭행에 이르게 됐다는 것이다.
검찰은 당시 목격자를 찾아내 수차례 설득한 끝에 "A씨가 성희롱을 한 사실은 없고 지나가는 차량을 향해 욕을 했을 뿐인데, 폭행을 당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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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상에서 “욕 했다”며 행인 집단 폭행해 놓고
아내가 감형 노려 “성희롱 당했다” 허위 증언
과거 재판 때 피해자 ‘폭행유발’로 감형 경험
檢 추가 수사로 위증한 아내까지 불구속 기소
지난 2022년 4월 23일 오후 11시께 서울 영등포구 노상. A씨는 퇴근 후 직장 동료와 함께 술을 마시고 귀가 중 본인 옆으로 위험하게 지나가던 차량에 놀라 욕설을 했다. 당시 근처를 지나던 B씨는 A씨가 자신에게 욕설을 했다고 오해해 말다툼을 벌였고, 결국 몸싸움으로 이어졌다. “위험하게 차를 몬 운전자에게 욕을 한 것”이라는 A씨의 해명에도 B씨의 공격은 계속됐다. B씨는 인근에 있던 친구 2명을 불러내 A씨를 집단 폭행했다. 그 결과 A씨는 안면 등에 큰 부상을 입었다. 검찰은 B씨를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공동상해)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고, 달아난 중국 국적인 B씨의 지인 2명을 수배했다.
사건이 종결되는가 싶었지만 재판 과정에서 B씨는 돌연 “A씨가 자신의 아내를 성희롱해 벌어진 일”이라며 재판부에 선처를 호소했다. 술에 취한 A씨가 본인과 함께 귀가 중인 아내에게 “술이나 한 잔 하자, 조용한데 가서 즐기자”며 성희롱을 했고, 남편으로서 참을 수 없어 폭행에 이르게 됐다는 것이다. 현장에 있던 B씨 아내의 증언도 나오면서 A씨는 피해자에서 한 순간에 성희롱범으로 몰렸다. 이들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B씨의 감형은 물론 A씨가 형사 입건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1심 재판부는 B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B씨가 항소를 포기하면서 형은 그대로 확정됐으나 검찰은 “아내가 성희롱을 당했다”는 B씨 측 주장이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봤다. 만일 A씨의 성희롱이 사실이라면 경찰 수사부터 증언이 나왔어야 했다. 특히 1심 판결에 불복하는 항소도 하지 않았다. 검찰은 B씨에게 특수상해죄 전과가 있었던 점, 부부 간의 진술이 묘하게 다른 점에서 위증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추가 수사에 착수했다.
사건 현장 폐쇄회로(CC)TV 분석 결과, A씨와 B씨 일행이 스쳐 지나간 시간은 단 3~4초에 불과했다. 그만큼 A씨가 그 짧은 시간에 B씨 아내가 진술한 내용을 다 말하기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했다. 검찰이 이 부분을 재차 묻자 B씨 아내는 “‘그냥 술 먹으러 가자’고 짧게 말했다”고 진술을 번복했다. B씨와 그의 아내가 등에 아이를 업은 채 나란히 걸어가 주변에서 부부라는 점도 충분히 인지할 수 있는 상황에서 성희롱 발언을 했다는 것도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검찰은 판단했다. 검찰은 당시 목격자를 찾아내 수차례 설득한 끝에 “A씨가 성희롱을 한 사실은 없고 지나가는 차량을 향해 욕을 했을 뿐인데, 폭행을 당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검찰은 남편의 형량을 줄이기 위해 거짓 증언을 한 혐의로 B씨 아내를 불구속 기소했다. 형사 사건과 관련해 법정에서 허위 진술을 할 경우 위증죄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또 법정에서 타인에게 거짓 증언을 하도록 할 경우 위증교사죄로 처벌된다.
사건을 담당한 서울남부지검 공판부 박윤상(변호사시험 4회) 검사는 “과거 B씨의 전과를 살펴본 결과 과거 특수상해죄로 기소됐을 당시 피해자가 폭행을 유발했다는 사실로 재판에서 정상 참작을 받은 전력도 드러났다”며 “당시 피해자가 폭행을 유발한 경우 감형된다는 사실을 학습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서울경제는 해당 기사로 인해 피해자가 2차 가해 등 아픔을 겪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익명 처리하는 한편 사건 내용도 실제와는 조금 다르게 각색해 담았습니다.
최성욱 기자 secret@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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