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 40도 ‘얼음 공기’ 한반도 덮친다... 화요일 북극한파 절정
22~23일 북극한파(寒波)가 한반도를 덮치며 전국이 꽁꽁 얼겠다고 기상청이 21일 밝혔다. 영하 40도 ‘얼음 바람’이 불어오며 전국이 냉동실에 갇힌 듯 추위가 매서울 전망이다. 서울 전역엔 올해 첫 한파 특보가 발효됐다.
이날 기상청에 따르면, 22~23일 이틀간 북극발(發) 찬 바람이 우리나라로 바로 들어오는 ‘고속도로’가 열리겠다. 북극 바람이 내륙을 거쳐 우리나라에 도착할 때도 영하 40도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22일 아침 최저기온은 영하 10도에서 영상 1도, 낮 최고기온은 영하 8도에서 영상 3도로 예보됐다. 바람 때문에 체감 기온은 이보다 낮겠다. 21일 현재 한파 특보는 서울·인천과 경기도, 강원도에 발효됐다. 찬 공기가 남하하면 한파 특보는 전국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23일은 추위가 정점을 찍으며 올해 들어 가장 추운 날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23일 아침 전국 수은주는 최저 영하 18도에서 영하 4도 수준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 낮부턴 기압계 변화로 찬 바람이 들어오던 바람길이 막히면서 기온이 더 떨어지진 않겠다. 그러나 추위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북극한파에 이어 북쪽에서 한랭 건조한 바람이 들어오며 이달 말까지 계속 춥겠다.
우리나라는 1년 중 해가 가장 짧은 동지(冬至)에서 3주 정도 지난 소한(小寒)이 가장 춥다. 소한에서 보름쯤 지난 대한(大寒)을 넘기면서 추위가 서서히 풀린다. 해는 동지 때 가장 짧지만 지표가 차가워지는 데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대한이던 지난 20일 우리나라는 낮 최고기온이 12도까지 올라가며 포근했다. 가장 추울 때는 지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많았다.
그런데 날씨가 풀려가야 할 시점에 느닷없이 북극한파가 닥치는 것이다. 이번처럼 북극에서 출발한 바람이 세력을 유지한 채 우리나라에 도착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북극 바람은 복잡한 기압계와 좁은 바람길을 통과하며 세력이 약해지곤 한다. 이번 한파는 장애물 없이 한반도로 직진한다. 찬 공기는 무겁기 때문에 지표로 가라앉으면서 체감 기온을 더 떨어뜨린다.
올겨울엔 이런 북극한파가 두 번째 찾아왔다. 작년 12월 중순에도 북극발 찬 바람이 한반도 수은주를 영하 21도까지 끌어내렸다. 당시는 북극한파와 대륙의 차가운 고기압이 동시에 한반도를 덮쳤다. 이후 동지(12월 22일)쯤 북극한파가 들어오는 바람길이 막히면서 추위가 누그러졌다.
북극과 한반도 사이에 바람길이 뚫린 것은 기후변화로 고위도에 부는 ‘제트 기류’의 힘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제트 기류는 북위 30~35도 상공에서 부는 강한 바람이다. 서쪽에서 동쪽으로 불며 지구 전체 공기 흐름을 원활하게 만든다. 북극 찬 바람의 남하를 막는 방패 역할도 한다. 그런데 온난화로 제트 기류가 약화하면서 북극한파가 무방비로 내려오는 상황이 생긴 것이다.
여기에 작년 12월 태평양 감시 구역 해수면 온도가 상승하는 ‘엘니뇨’ 현상이 정점을 찍은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더운 바다가 수증기를 많이 만들면 기압계 혼동이 잦아지고 날씨 패턴이 붕괴한다. 지난달 초순 영상 20도까지 올라갔던 기온이 중순 들어 영하 20도까지 떨어지며 기온 차가 40도 안팎으로 벌어진 것도 이와 관련이 깊다. 엘니뇨 여파는 발생한 이듬해 더 크게 찾아온다.
23일이 지나도 추위는 계속 기승을 부리겠다. 24~25일 북쪽에서 찬 바람이 내려오며 기온은 최저 영하 15도 내외에 머물겠다. 24일엔 서해상에 눈구름대가 만들어지며 전라권과 제주도에 눈을 뿌리겠다. 이후 이달 말까지는 최저기온이 영하 9도 수준에 그치며 날이 풀리는 속도는 빠르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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