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 근대·현대 공존… 대학교 곳곳이 스크린 속 한장면
요즘 대전 한남대에 영화 팬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이곳에서 촬영한 영화 '서울의 봄'이 흥행에 성공하면서 영화 촬영지를 찾아 사진도 찍고 캠퍼스 곳곳을 둘러보는 사람들이 줄을 잇고 있는 것이다. '서울의 봄'은 지난주 누적 관객수 1285만명을 넘어, 1300만명을 눈앞에 두고 있다.
한남대에서는 지금까지 15편의 영화가 촬영됐다. 지난 2006년 '그해 여름'을 시작으로 시대극에서 액션, 스릴러물에 이르기까지 계속 촬영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드라마와 뮤직비디오, 잡지화보 등의 촬영도 많다고 한다.
◇아름다운 캠퍼스... 아무 곳에서 찍어도 '그림'
한남대가 영화와 드라마 촬영의 명소로 떠오른 것은 캠퍼스의 다양한 표정과 무관하지 않다. 이 대학은 1956년 미국의 남장로회 선교회에서 세운 대학으로 오랜 세월 대전시 대덕구 오정동 한곳에서 학교를 유지해왔다.
70년 가까이 된 오정동캠퍼스에는 개교 당시 세워진 건물을 비롯 건축미가 돋보이는 건축물이 다수 존재한다. 한남대는 나즈막한 구릉지대의 지형을 잘살려 조화롭게 건물을 배치했다. 50년대 세워진 근대풍의 선교사촌도 있고, 나중에 들어선 건물도 각자 다양한 외관과 내부 구조를 갖고 있다. 근현대식 건물과 오래된 실내공간을 배경으로 다양한 시기의 영화와 드라마를 찍을 수 있다.
아름다운 캠퍼스도 영화 촬영에 큰 도움을 준다. 적당한 거리를 두고 건물을 지은 데다 수목을 심고 오래 잘 관리해온 덕분에 아무데서나 사진과 영화를 찍어도 그림이 된다. 건물과 조경이 비좁지 않고 적당하게 자리 잡고 있어 영상을 찍기에 용이하다는 것이다.
한남대 영화 촬영 1번지는 선교사촌이다. 이곳에서는 영화 '그해 여름'(2006년)을 비롯 '덕혜옹주'(2016년), '살인자의 기억법'(2017년), '정직한 후보'(2020년)가 촬영됐고, 드라마 '마더'(2018년)에도 등장했다.
'그해 여름'은 첫사랑의 아름다운 기억을 그린 작품으로 이병헌과 수애가 주연했고, 오달수와 이세은, 유해진 등이 출연했다.
◇50년대 지은 선교사촌, 영화 드라마 촬영 1번지
'덕혜옹주'에도 선교사촌이 중요한 배경으로 등장한다. 이 영화는 고종의 딸 덕혜옹주의 파란 많은 삶을 그린 영화이다. 한남대 선교사촌은 덕혜옹주(손예진 분)가 일본의 기모노를 입고 행사에 참석하라는 친일파 한택수(윤제문 분)의 이야기를 무시하고 양장을 입고 당당하게 맞서는 장면에 등장한다. 여배우 손예진은 이 영화로 대종상과 백상예술대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살인자의 기억'은 설경구과 김남길 설현 오달수 등이 출연한 범죄 스릴러 영화로 265만명의 관객을 동원했고, '정직한 후보'는 라미란 김무열 윤경화 등이 출연한 코미디영화이다.
'마더'는 아동학대와 진정한 모성애를 다룬 16부작 드라마로 이보영 허율 이혜영이 주연했다. 이 드라마에서 선교사촌은 주인공인 혜나(허율 분)가 어릴 때 자란 정애원이라는 보육시설로 등장한다. 대전 출신 배우 송중기가 주연한 범죄 드라마 '보고타'도 이곳에서 일부를 촬영했다. 남미 콜롬비아를 배경으로 한 이 영화는 올해 개봉할 예정이다.
선교사촌에서 많은 영화가 촬영된 것은 옛모습을 잘 간직한 건물 때문이다. 이곳에는 1956년부터 미국 남장로교회 선교사들이 살았던 건물이 7채 있는데 이중 3채의 한옥이 대전시 문화재자료 44호로 지정돼있다. 1950년대 건축문화를 담은 건물로 붉은 색 벽돌에 한식 지붕을 하는 등 한국식+서양식이 어우러진, 독특한 모습을 하고 있다. 주변의 녹지공간과 숲도 잘 보전돼 고즈넉하고 예스런 분위기를 물씬 풍겨준다.
흥행 돌풍을 이어가고 있는 '서울의 봄'을 촬영한 사범대(화이트기념관)도 유명한 영화 촬영지이다. 이 영화에서 사범대는 수도경비사령부 건물로 등장했다. 영화 촬영 당시 주연배우 정우성이 사범대 앞 잔디밭에서 대학본부(인돈기념관)를 배경으로 한 셀카사진을 SNS에 올려 화제가 됐다. 사범대 잔디광장은 1960년대 한국 포크 가수들의 이야기를 다룬 '쎄시봉'에도 등장했다. 탈메이지홀은 '서울의 봄'에서 특전사령부 건물로 나온다.
◇'변호인' '1987' '덕혜옹주' '마더'에도 등장
한국 현대사를 배경으로 한 '변호인'과 '1987'에는 학생회관과 계의돈기념관이 등장한다. '변호인'은 노무현 대통령이 인권변호사 시절 이야기를 담은 영화로 관객수가 1137만명에 이르는 성공을 거뒀다. 송강호 김영애 오달수 곽도원 임시완 등이 출연했으며, 청룡영화상과 백종예술대상, 대종상 등에서 각종 상을 휩쓸었다. '1987'은 1987년 6월 항쟁 당시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과 유한열 최루탄 피격 사망사건을 다룬 영화로 김윤석 하정우 유해진 김태리 박희순 이희준 등이 열연했다. 이 영화도 관객수 723만명을 기록했고 여러 영화제에서 최우수 작품상, 남우주연상 등을 받았다.
대운동장에서는 '코리아'가 촬영됐다. 1991년 남북 단일탁구팀으로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했던 남한의 현정화(하지원 분)와 북한의 리분희(배두나 분) 선수가 이 운동장에서 함께 훈련하는 모습이 나온다. 달 탐사를 하다가 우주에 미아가 된 사람을 구하려는 노력을 담은 '더 문'(설경구 도경수 주연)도 한남대 탈메이지홀에서 촬영했고,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모티브로 한 영화 '공기 살인'(김상경 이선빈 윤경호 주연)은 한남대 56주년기념관과 중앙도서관 등에서 촬영이 이뤄졌다. 남주혁과 유지태가 출연한 드라마 '비질란테'(2023년)와 손현주 장승조 김효진이 출연한 모범형사2(2022년)에도 한남대가 배경으로 등장했다.
한남대는 다양한 유형의 영화를 찍을 수 있는 환경을 갖춘 데다 학교측도 촬영에 적극 협조하고 있어 앞으로도 영화촬영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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