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웜비어 죽인 김정은에 러브레터” vs “헤일리, 金 상대 못해”
20일(현지 시간) 미국 뉴햄프셔주 네슈아에서 열린 니키 헤일리 전 주유엔 미국대사 유세장. 헤일리 전 대사가 북한에 17개월간 억류됐다가 2017년 미국에 송환된 지 6개월 만에 숨진 미국인 대학생 웜비어를 거론하며 이같이 말하자 청중들 사이에서 “세상에…”하는 탄식이 터져 나왔다. 헤일리 전 대사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겨냥해 “세상이 전쟁의 불씨에 휩싸여 있을 때 독재자, 불량배들과 친구가 돼선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헤일리 전 대사는 이날 세 차례 유세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북 정책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23일 열리는 뉴햄프셔주 프라이머리(예비선거)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화당 대선 후보로 사실상 확정될 것인가를 판가름할 관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헤일리 전 대사가 트럼프 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이른바 ‘브로맨스’를 공격을 위한 승부수로 꺼내든 것이다.
● 트럼프-김정은 ‘브로맨스’ 정조준
헤일리 전 대사는 이날 유세에서 30여 분간의 연설 중 10여 분을 외교정책에 할애하며 트럼프 전 대통령을 정조준했다. 헤일리 전 대사는 “유럽과 중동이 전쟁 중이고, 북한이 미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실험하고 있는 데다 중국은 (전쟁을 위해) 행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이 분열되고 전 세계가 전쟁의 불씨에 휩싸였을 때 미 대통령직은 더 이상 게임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트럼프 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의 친서를 과시했던 점을 꼬집으며 “미 대통령이 아들을 고문한 사람에게 ‘러브레터를 썼다’고 말하는 것을 듣는 웜비어 부모의 마음이 얼마나 힘들었을지 아느냐”고 비판했다. 이날 오후 피터보로 유세에선 “트럼프는 중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퍼뜨린 뒤에도 시진핑(중국 국가주석)을 십여 차례 칭송했다”라고 한 뒤 기자들을 만나선 “트럼프는 독재자들과의 관계에 집착한다”고 했다.
헤일리 전 대사의 공세에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맨체스터에서 가진 유세에서 김 위원장과 시 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북한에 대해서도 “3년 전까지만 해도 이란과 중국, 러시아, 북한은 억제돼 있었다”고만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날 유세에선 “(내가 대통령이었다면) 김정은은 미국을 위협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하는 등 그간 유세마다 김 위원장과의 친분을 언급해왔다.
● 공화당 경선 쟁점 부상한 北-김정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브로맨스는 뉴햄프셔주 프라이머리를 포함한 공화당 경선의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헤일리 캠프는 이번 경선 하루 전인 22일부터 웜비어 모친인 신디 웜비어의 지지 연설을 담은 3분짜리 TV 광고를 방송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압승한 아이오와주에 비해 중도 성향이 강한 뉴햄프셔에서 주유엔 대사를 지낸 강점을 살려 반(反)트럼프 표심을 결집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날 공개된 미 서포크대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53%의 지지율을 얻어 헤일리 전 대사(36%)를 17%포인트 차로 앞섰다. 18일 같은 조사보다 격차가 2%포인트 벌어진 것이다.
일각에선 뉴햄프셔주 프라이머리가 ‘미국 우선주의’를 내건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고립주의 노선과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을 중시하는 개입주의 노선의 충돌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헤일리 전 대사는 미국이 전 세계 외교의 리더가 되는 것을 지지했던 과거 공화당 정책으로 유권자들에게 호소하고 있다”며 “뉴햄프셔주 프라이머리는 트럼프의 고립주의로부터 공화당이 탈출구를 찾을 수 있을지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네슈아·맨체스터=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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