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헤드셋 하드웨어 개발 접는다

이덕주 특파원(mrdjlee@mk.co.kr), 이상덕 기자(asiris27@mk.co.kr) 2024. 1. 21.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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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셋 진출 11년 만에 철수
테스트 인력 5명 빼고 재배치
애플과 MR생태계 전쟁 치열
AI 놓고선 챗GPT와 격돌
SW에 올인, 삼성과 동맹 강화

구글이 증강현실(AR) 하드웨어 팀을 해체했다. 구글은 그동안 자체 헤드셋인 '아이리스(가칭)'를 개발하는 동시에, 삼성전자와 동맹을 맺고 AR 소프트웨어를 공급하는 이른바 '이중 전략'을 구사했는데 이를 포기했다. AR 생태계를 놓고 구글과 삼성전자 간 동맹이 공고해질 전망이다.

21일 글로벌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구글은 하드웨어를 담당하는 디바이스·서비스 팀을 구조조정하고 약 300명에 달하는 AR 하드웨어 연구진을 5명으로 대폭 축소했다. 소프트웨어 테스트 인력만 남긴 것이다. 한 IT 업체 관계자는 "스마트폰, 태블릿, 워치, 스마트홈 담당을 빼고 모두 정리했다"면서 "특히 AR 하드웨어 담당과 웨어러블 핏빗 인력을 정리했다"고 설명했다. 또 부서 체제 역시 종전에는 각 하드웨어 담당이 직접 해당 프로젝트를 주도했다면, 앞으로는 디바이스·서비스 수장이 전체를 총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은 향후 AR 프로젝트는 삼성전자 등과 협업을 통해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구글이 소프트웨어에 집중하기로 한 까닭은 애플 iOS가 급속도로 생태계를 확장하는 것과 무관치 않다. 시장 조사업체인 스탯카운터에 따르면, 글로벌 스마트폰 OS 시장에서 구글 안드로이드는 점유율이 2018년 75.45%에서 2023년 70.29%로 감소한 데 반해 애플 iOS는 같은 기간 20.47%에서 28.99%로 상승했다. 특히 미국 점유율은 지난해 iOS(57.93%)가 안드로이드(41.64%)를 크게 앞질렀다. iOS는 2011년 38.33%에 불과했지만,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인기를 크게 얻으면서 안드로이드 생태계를 꺾은 것이다.

이 같은 추세라면 헤드셋 시장에서도 애플 iOS는 위협적인 존재가 될 가능성이 크다. 메타버스 헤드셋은 음악, 게임 등 각종 앱을 장착할 수 있어 운영체제(OS)를 개발하는 구글과 애플로서는 놓칠 수 없는 시장이다. 구글로서는 당장 하드웨어에 진출하기보다는 삼성과 동맹을 공고히 해 안드로이드 생태계를 지켜야 한다.

애플은 혼합현실(MR) 헤드셋인 '비전 프로'를 다음달 2일 출시한다는 목표 아래, 미국 내에서 사전 예약에 돌입했다. 8코어 중앙처리장치(CPU)와 10코어 그래픽처리장치(GPU)로 구성된 M2칩을 장착하고, 16GB 통합 메모리에 최대 스토리지가 1TB(테라바이트)에 달하는 초고급 헤드셋이다. 1TB 기준 가격이 무려 3899달러(521만원)에 달한다. 하지만 사전 예약 매장 수령분이 주문 개시 30분 만에 전량 매진됐다.

구글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중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구글은 헤드셋을 직접 개발해 왔다. 2012년 연례 이벤트인 'I/O'에서 창업자 세르게이 브린이 '구글 글라스'를 직접 착용하고 등장한 것이 대표적이다. 또 2020년에는 스마트 글라스 스타트업 '노스'를 인수하기도 했고 2022년 I/O에서는 10년 만에 다시 AR 글라스 영상을 공개했다. AR 글라스를 착용하고 외국인과 대화하는 영상이었다. IT 업계에서는 구글이 '프로젝트 아이리스'라는 이름으로 300명 규모의 팀을 꾸려 차세대 메타버스 헤드셋을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이후 축소 조짐이 감지됐다. 삼성전자, 퀄컴과 함께 확장현실(XR) 헤드셋을 개발한다고 선언한 데 이어 프로젝트를 이끈 클레이 바버 부사장이 구글을 퇴사했기 때문이다. 현재 프로젝트 리더로 알려진 인물은 샤흐람 이자디 부사장이다.

현재 구글은 인력 상당수를 오픈AI에 대항하는 AI 팀에 배치하고 헤드셋은 삼성전자, 퀄컴과 협업을 통해 해결하려는 중이다. 이를 위해 삼성 디스플레이는 차세대 디스플레이인 '플렉스 매직'을 개발 중이고, 퀄컴은 스냅드래곤 XR2플러스 2세대를 내놓았다. 합종연횡은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1위 업체인 메타는 LG전자와 손을 잡고 이르면 내년에 고가 모델을 출시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실리콘밸리 이덕주 특파원 / 서울 이상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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