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증시, 34년만에 최고치… `나홀로 불장` 일등공신 반도체
일본, 반도체 강국 재도약 추진
어드반테스트 등 신고가 갱신
34년 만에 최대 호황기를 맞고 있는 일본 증시는 연일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일본 증시의 대표 주가지수인 닛케이225 평균주가(이하 닛케이지수)는 지난주 '버블 경제' 시기 이후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9일 닛케이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497.10포인트(+1.40%) 상승한 3만5963.27로 거래를 마쳤다. 버블 경제 시절이었던1990년 2월 이후 33년 11개월 만에 최고치다. 이날 장중 한때 3만6000선을 웃돌기도 했다.
닛케이지수는 올해 들어서만 8.04% 상승했고 지난 1년 동안에는 33% 이상 뛰었다. 연초부터 중국과 한국 등 다른 아시아 증시들이 맥을 못추는 가운데 단연 돋보이는 모습이다.
도쿄증권 주가지수(토픽스 지수)도 나흘 만에 반등해 전장 대비 17.94포인트(+0.72%) 오른 2510.03으로 폐장했다. JPX 프라임 150지수도 나흘 만에 반등해 11.50포인트(1.03%) 오른 1128.75에 마감했다.
일본 증시는 지난해부터 강세를 보여왔는데, 반도체 관련 종목의 성과가 상승세를 견인했다는 평가다.
이날도 반도체 대표 종목인 어드반테스트와 도쿄일렉트론은 상장 이후 최고가를 달성했다. 올해 들어 반도체 후공정 장비기업 어드반테스트는 25.48%, 반도체 제조 전공정 장비기업 도쿄일렉트론은 17.60% 급등했다.
김정윤 대신증권 연구원은 "일본 증시 급등에 있어 반도체 밸류체인 기업들이 '공신'이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면서 "닛케이지수는 구성종목의 시가총액이 아니라 가격에 따라 지수 내에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가격가중방법론'을 쓴다는 점에서, 지수 내 가중치가 높은 종목들을 살펴보면 반도체 제조 관련 기업들의 기여도가 높았다"고 분석했다.
그는 "기술 측면에서 뒤쳐진 일본은 과거의 반도체 강국의 위상으로 재도약하기 위해 정책 지원에 공들이고 있다"며 "일본은 2021년 6월 반도체·디지털 산업 전략 제정을 통해 로드맵을 설정하고 지난해 4월에는 반도체·디지털 산업 전략(개정안)발표를 통해 구체화해, 자국 반도체 매출액을 현 5조엔(2020년)에서 오는 2030년 15조엔으로 올릴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증시 호황의 또 다른 공신은 환율이었다.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의 올해 첫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앞두고 엔·달러 환율이 꾸준히 상승해 약세를 보이면서 두 달 만에 달러당 150엔에 육박했다.
외환시장에 따르면 이날 한때 엔·달러 환율이 전날보다 1엔가량 오른 148.79엔을 기록하기도 했다. 엔화는 지난해 11월 중순 151.89엔까지 올랐으나, 이후 140엔대 초반까지 떨어졌다가 다시 오르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미국과 일본 간 금리 차로 인해 엔화를 팔고 달러화를 사는 움직임이 지속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엔화 가치가 하락함에 따라 일본 증시에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유입이 지속적으로 이뤄지며 상승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8~12일 일본 증시에서 외국인 자금이 지난해 10월 이후 가장 많이 유입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일본 재무성 자료를 인용해 보도했다.
정부의 증시 부양책에 은행 예금을 선호하던 일본 개미들도 증시로 옮겨가고 있다. 김성환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11월부터 일본증시에서 개인 매수세가 탄력을 받고 있는데, 이는 '새 소액투자비과세제도(NISA)'의 도입이 영향을 미쳤다. 이에 따라 주식투자 비과세 한도는 세 배, 기간은 기존 5년에서 무기한으로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이어 "연초 노토반도 지진을 계기로 상반기 일본은행의기준금리 인상 기대감이 사라졌다"면서 "최초 금리 인상 시점이 9월로 지연되면서 2024년 들어 엔화는 다른 통화들보다도 더 약세를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본은행은 오는 22~23일 올해 첫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기존에 제시한 목표인 '물가와 임금 상승의 선순환'과 관련된 지표들을 신중히 지켜보면서 금리를 매우 낮은 수준으로 억제하는 대규모 금융완화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현지 아사히신문은 전했다.
전문가들은 올 연말까지 일본 증시가 버블 이전 기록한 사상 최고점(3만8957)을 돌파할 것이라는 관측까지 내놨다. 야스다 히카루 SMBC닛코증권 최고 주식전략가는 "니케이225지수는 올해 중반까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4만을 향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상승세는 2023년 4~6월 랠리 때와 비슷하지만, 모멘텀은 더 강해 해외 연기금, 국부펀드가 일본 증시에서 '장기 게임(투자)'을 하고 있음을 암시한다"고 짚었다. 히로키 타카시 마넥스증권 수석 전략가도 "닛케이는 견조한 기업실적에 힘입어 연말에 사상 최고치인 4만2000을 기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이윤희기자 stel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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