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는 유찰 … 애물단지 된 물납주식

나현준 기자(rhj7779@mk.co.kr) 2024. 1. 21. 17:06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고액의 상속세를 마련하기 힘들 때 국가에 현금 대신 납부하는 비상장주식이 거의 매각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 M&A 전문 변호사는 "물납된 비상장주식 지분을 살 때 2·3대 주주 지위밖에 안 되는데 누가 경영권 프리미엄을 주고 사겠느냐"며 "물납주식까지 합쳐서 통매각하면 경영권 프리미엄을 얻어 매물을 잘 팔고 그만큼 세금도 더 잘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고액 상속세 마련 어려울 때
현금 대신 납부한 비상장주식
20억이상은 사실상 유찰
NXC·교학사 등도 처분 못해
기업 통매각 퇴로 마련해야

고액의 상속세를 마련하기 힘들 때 국가에 현금 대신 납부하는 비상장주식이 거의 매각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

경영권을 가질 수 있는 1대 주주 지분이 아니어서 인수자 입장에서는 매력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매각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유족 지분과 함께 통매각할 수 있는 퇴로를 열어줘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1일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경쟁입찰 시스템 온비드에 따르면 입찰가 20억원 이상 물납주식(캠코 소유 유가증권)은 지난해 256건 중 낙찰된 건이 불과 3건에 불과했다. 2022년에는 총 324건 중 낙찰된 건이 한 건도 없었다. 사실상 20억원 이상 물납주식 가운데 대다수가 매각이 유찰되고 있는 것이다.

물납주식이란 상속세 납부세액이 2000만원을 초과할 때 금융재산이 납부세액에 미달하면 주식으로 상속세를 내는 방식이다. 상속재산 중 유가증권 가액이 2분의 1을 초과해야 요건이 성립된다. 2013년 이후 비상장주식에 주로 적용되고 있다.

대표적인 유찰 사례가 고(故) 김정주 넥슨 창업주 가족이 상속세로 내놓은 넥슨 지주회사 NXC 지분이다. 4조7000억원가량의 지분(전체 NXC 지분 중 29.29%)인데, 유족에 이은 2대 주주 지분에 불과하고 비상장주식이어서 배당도 원활하지 않아 입찰자가 한 곳도 없었다. 결국 NXC는 공개입찰이 아닌 수의계약도 할 수 있게 된 상황이다.

이 밖에도 정부는 물납주식으로 받은 교학사 지분(11%), 라성건설 지분(12.23%) 등을 수백억 원에 팔려고 내놨지만 수차례 유찰됐다. 국회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물납주식의 평균 유찰 횟수는 2020년 기준 28회에 달한다. 유찰될수록 입찰가격은 떨어진다. 이 때문에 2020년 매각된 건에 한했을 때 물납가액은 420억원, 매각금액은 373억원에 불과했다.

앞서 기획재정부는 물납주식 매각이 원활하지 않자 2019년 유족에게 물납증권 우선매수권을 부여하는 제도를 마련한 바 있다. 다만 연 매출 3000억원 미만 중소·중견기업만 이 제도의 혜택을 받는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중소·중견기업의 경우 유족이 지방 산업단지에 가면서 가업승계보다 오히려 통매각을 원하는 사례가 많다"며 "수십억~수백억 원 규모의 소형 인수·합병(M&A)에 대한 수요가 점차 많아지고 있어 이를 감안해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19년 유족의 지분 매입을 폭넓게 인정해 줬다면 이제는 유족이 기업을 통매각할 수 있는 퇴로도 마련해야 한다는 취지다.

업계에서는 물납된 주식도 유족이 그 지분까지 합쳐서 통매각해 상속세를 납부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 거론된다.

한 M&A 전문 변호사는 "물납된 비상장주식 지분을 살 때 2·3대 주주 지위밖에 안 되는데 누가 경영권 프리미엄을 주고 사겠느냐"며 "물납주식까지 합쳐서 통매각하면 경영권 프리미엄을 얻어 매물을 잘 팔고 그만큼 세금도 더 잘 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기재부는 NXC 물납주식 매각 건에 관해 기존 입장을 고수하며 매각예정가를 낮추지 않기로 했다. 아울러 물납주식 매각 제도를 개선하는 방안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나현준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