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노동력 5% 대체 … 양질의 일자리 만드는게 경영자 책무"

정승환 전문기자(fanny@mk.co.kr) 2024. 1. 21.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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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첨단산업 육성에 노동 유연화 불가피
일본처럼 합리적 임금체계 개편 필요
과도한 상속세로 기업들 절망에 빠져
타국 수준 인하에 야당도 호응해주길

◆ 비즈니스 리더 ◆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 지난 18일 서울 마포구 소재 경총 집무실에서 노동개혁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이승환 기자

"인공지능(AI)·로봇을 외면하고는 경영을 할 수 없는 시대가 됐습니다. AI 시대에 새로운 일자리 창출은 경영자의 의무입니다. 물론 여기엔 노동개혁이 필수입니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여든을 넘긴 나이에도 AI를 공부하고 있다. AI가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 18일 서울 마포구 소재 경총 집무실에서 황인혁 매일경제 산업부장 겸 부국장을 만나 1시간 동안 인터뷰에 응하면서 노동시장 선진화와 기업가정신 발현에 대한 여러 의견을 피력했다.

손 회장은 "AI의 중요성은 누구나 인정하고 있으며, AI가 노동 수요를 올해 5% 정도 대체할 것이라는 분석이 있다"며 "AI로 줄어든 노동만큼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AI와 로봇 등 첨단 분야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근로자에게 제공해야 하는 게 기업인들의 책무라는 얘기다.

물론 여기엔 전제조건이 있다. 바로 노동개혁이다. 노동시장 유연화 등을 통한 혁신 생태계가 구축돼야 경영자들이 마음껏 기업가정신을 펼칠 수 있기 때문이다. 손 회장은 "한국의 노동시장 유연성과 노사 관계는 세계 최하위 수준으로 국가경쟁력에 가장 큰 걸림돌이란 지적이 많다"며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다른 국가 기업들과 동등한 환경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노동시장을 비롯한 여러 분야에서 시대에 맞지 않는 관행과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손 회장은 노동개혁의 시급한 과제로 노동시장 경직성 해소를 꼽았다. 그는 "우리나라는 해고, 근로시간, 파견 등에 관한 규제가 매우 경직적이어서 새로운 산업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미래 세대 일자리 창출도 어려워지고 있다"며 "현행법은 해고 사유가 제한적"이라고 밝혔다. 손 회장은 "이로 인해 저성과자 등을 계속 사용할 수밖에 없다"며 "해고 사유를 업무 태도가 불량하거나 업무 능력이 부족한 경우 등으로 명확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근로기준법 제23조에 따르면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 휴직, 정직, 전직, 감봉 그 밖의 징벌을 하지 못한다. 근로시간의 경우 연장근로를 1주 12시간으로 제한해 기업이 수주 일감 상황에 맞게 탄력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파견은 대상 업무가 32개로 제한적이다.

손 회장은 "연장근로를 주 단위에서 월·분기·반기·연 단위로 변경하는 등의 방안이 시급하다"며 "파견을 제약하고 있는 제조업 생산 공정에도 파견을 허용하는 등 대상 업무를 확대하고, 파견과 도급을 명확히 구분해 도급 업무 완성을 위한 업무 협력 관계가 파견으로 오인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손 회장은 임금체계 개선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지금처럼 아무리 노력해도 연공의 벽을 넘을 수 없는 임금체계로는 기업이 인재를 유치하고 이들의 생산성을 제고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공정한 노동시장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직무·성과 중심 임금체계로 개편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과형 임금체계로 개편해 보상의 공정성과 생산성 향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 같은 임금체계 개편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일본처럼 합리적인 임금체계 개편은 노사 협의로 가능하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게 손 회장 설명이다. 근로기준법은 노조 또는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 없는 임금체계 개편을 금지하고 있다.

손 회장은 고령 인력 활용 방안으로 재고용 중심의 계속고용을 제안했다. 재고용은 정년에 도달한 근로자가 퇴직 후 회사와 새로운 근로계약을 맺고 일할 수 있는 제도다. 신규 근로계약에는 임금 조정 등도 포함된다. 이 같은 노동시장 유연화는 기업가정신 확산으로 이어진다는 게 손 회장 주장이다. 그는 "전기차, 2차전지, 반도체 등 첨단산업 육성에는 기업가정신 발현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손 회장은 기업가정신을 가로막는 걸림돌로 상속세를 첫손에 꼽았다. 그는 "기업을 절망에 빠뜨리는 과도한 상속세로 인해 기업가의 용기를 꺾는 사례가 나오면 안 되며, 상속세 부담이 적어도 다른 나라 수준만큼은 낮아져야 한다"면서 "야당도 상속세 개편에 손뼉을 쳐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손 회장은 '기울어진 운동장'이라 불리는 노사 간 힘의 균형 회복도 강조했다. 부당노동행위제도는 사용자만 처벌하고 있어 노조의 고의적인 교섭 거부, 불법적인 경비 원조 요구 등 근로3권을 남용하는 사례가 많다는 게 손 회장 설명이다. 그는 "산업현장의 법 질서 확립과 더불어 사업장 점거 금지, 노조의 부당노동행위 금지 등 노사 간 힘의 균형을 맞출 수 있는 제도 개선이 반드시 동반돼야 한다"고 밝혔다.

손경식 회장

△1957년 경기고 졸업 △1961년 서울대 법학과 졸업 △1968년 미국 오클라호마주립대 MBA △1991년 삼성화재 대표이사 부회장 △1994년 CJ(주) 대표이사 회장 △1995년 CJ그룹 회장 △2005~2013년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2010년 G20 정상회의 비즈니스서밋 조직위원장 △2011~2013년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위원장 △2018년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정승환 재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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