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백 못지 않은 불안감, 클린스만호의 또 다른 아킬레스건이 된 수비형 미드필더
이번 아시안컵에서 64년 만의 우승에 도전하는 클린스만호의 최대 아킬레스건은 풀백이었다. 하지만 풀백 못지 않게 또 하나 고민거리인 부분이 하나 있었으니, 바로 수비형 미드필더다. 전문 수비형 미드필더를 한 명 밖에 데려가지 않는 선택을 한 위르겐 클린스만 축구대표팀 감독이 아시안컵 조별리그 첫 두 경기에서 그 대가를 톡톡히 치르는 것처럼 보인다.
아시안컵 최종 엔트리에 이름을 올린 26명 중 전문 수비형 미드필더는 박용우(알아인)와 이순민(대전) 2명이다. 그 외 중앙 수비와 수비형 미드필더를 모두 볼 수 있는 박진섭(전북)이 있긴 하지만, 박진섭은 수비 성향이 짙은 선수라 전문 수비형 미드필더라 볼 수는 없다.
현대 축구는 공격과 미드필더, 수비의 간격이 점점 좁아지고 있다. 그 과정에서 수비형 미드필더는 포백 앞에서 함께 상대 공격을 차단하는 것은 물론, 공격의 시발점까지 도맡아야 하기에 그 중요도가 점점 커지고 있다.
냉정하게 말해, 박용우는 조별리그 2경기에서 활약이 썩 좋지 못했다. 바레인과 1차전에서는 전반 9분 만에 경고를 받아 이후 플레이가 다소 소극적으로 변했다. 요르단과 2차전에서는 수비형 미드필더 본연의 임무인 포백 보호를 제대로 해내지 못했고, 수차례 패스 미스를 범하며 공격의 시발점 역할도 하지 못했다. 심지어 전반 37분에는 자책골까지 기록하고 말았다. 이날 박용우는 전반에 공을 10번이나 뺏겼고, 지상 경합에서도 6번 중 5번을 패했다. 결국 박용우는 후반 시작과 함께 홍현석(헨트)과 교체됐다.
박용우가 좋지 않다면 이순민에게 기회를 줄 수도 있다. 하지만 클린스만 감독은 좀처럼 자신의 고집을 꺾지 않고 있다. 역시 논란이 되고 있는 이기제(수원)의 기용과 더불어 클린스만 감독이 해결해야 할 큰 고민거리가 됐다.
애초 수비형 미드필더를 충분히 테스트해볼 기회가 여러번 있었음에도 ‘연속성’을 언급하며 큰 변화를 추구하지 않았다. 이순민의 경우에도 아시안컵 이전 치른 A매치에서 선발로 기용해 주전 가능성을 실험할 수 있었지만, 클린스만 감독은 끝내 그렇게 하지 않았다.
한국은 이번 대회 우승을 목표로 하고 있으나, 요르단전이 보여주듯 만만한 팀은 하나도 없다. 16강 토너먼트에 진출하면 치열함은 극에 달할 것이다. 작은 약점 하나도 치명타가 될 수 있는 지금, 클린스만호의 수비형 미드필더 고민이 생각보다 커 보인다.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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