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볼만 뻥뻥' 전술 없는 클린스만, 이강인 막히니 한계 드러내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부임 이후 끊임없이 제기됐던 '전술 부재' 문제가 아시안컵 조별리그 2차전 요르단전에서 확연하게 드러났다. 중원은 생략한 채 풀백이 중앙과 측면 공격수에게 이른바 '롱볼'만 보내는 단조로운 장면을 자주 연출됐고,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이 막히면 공격을 풀어가지 못해 '자율 축구'의 허점을 그대로 노출했다. 또한 '옐로카드 관리'도 실패하면서 16강에 진출하더라도 난항이 예상된다.
한국대표팀은 오는 25일 카타르 알와크라의 알자누브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2023 아시안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조별리그 E조 3차전 말레이시아와 경기를 갖는다. 다만 김판곤 감독이 지휘하는 말레이시아는 요르단과 바레인에 연이어 패해 E조 최하위로 탈락이 확정됐다.
한국은 전날 요르단전에서 힘겹게 2-2 무승부를 거둬 조 2위에 머물렀다. 요르단과 함께 1승 1무(승점 4)로 같지만 골득실에서 요르단(+4)이 한국(+2)에 앞서 조 1위를 유지했다. 요르단은 말레이시아와 1차전에서 4-0 대승을 거뒀고, 한국은 바레인전에서 3-1로 이겼다.
이로써 한국은 '16강 조기 확정' '조 1위' 목표를 모두 이루지 못했다. 한국의 최종 순위는 한국-말레이시아전, 요르단-바레인전이 끝나봐야 알 수 있다. E조 1위 또는 2위가 되더라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국이 말레이시아전에서 다득점 승리해 조 1위가 될 경우 D조 2위가 유력한 일본과 16강에서 만날 가능성이 높다. 조 2위로 16강에 진출하면 F조 1위가 유력한 사우디아라비아와 격돌이 예상된다.
하지만 요르단전에서 보인 한국의 전력이라면 16강전을 낙관할 수 없다. 전반 9분 만에 손흥민(토트넘)이 페널티킥으로 선취골을 터뜨렸지만 전반을 1-2로 역전당했다. 후반 추가시간 황인범(즈베즈다)의 슛이 상대 발에 맞고 골로 연결, 간신히 2-2로 마감했으나 졸전이란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한국은 강한 피지컬을 바탕으로 중원을 완전 봉쇄한 요르단에 철저하게 밀렸다. 요르단은 바레인전에서 한국의 공격을 풀어주던 좌우 측면의 이재성(마인츠)과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을 철저하게 차단했다. 특히 멀티골로 바레인전의 해결사 역할을 하던 이강인은 턴 오버 17회나 기록했고, 크로스는 4개 중 1개, 드리블 8회 중 3회만 성공하며 고전했다. 결국 이강인이 막히면 경기력이 떨어지는 한계가 여실히 드러났다.
바꿔 말하면 이강인 의존도가 높다는 의미다. 요르단은 이강인에 3~4명의 선수가 달라붙으며 끈질기게 괴롭혔다. 공격의 활로를 차단당한 한국은 결국 중원을 생략한 채 '뻥뻥' 롱패스만 일관했다. 풀백으로 나선 이기제(수원 삼성)와 설영우(울산 HD)는 중원을 거치는 대신 조규성과 이강인 등을 향해 한 번에 연결하려고 시도했다. 결국 답답한 경기력을 탈출하려면 중원을 장악해 공격의 활로를 선점, 다양한 공격 전술이 나와야 한다.
하지만 롱패스는 정확성이 떨어졌고 공은 뺏기기 일쑤였다. 페널티지역에서 세밀한 공격은 이뤄지지 않았고, 손흥민의 개인 능력에 의한 돌파만 존재했다. 즉 조직적인 플레이 대신 선수 개인 역량에만 의지한 '자율 축구'가 소비됐다. 프로축구 K리그의 한 관계자는 "개인 능력에 의존하는 축구는 장기적인 플랜을 가져가기 어렵고, 만약 16강 등 토너먼트에서 이기더라도 분명히 '꾸역승(꾸역꾸역 간신히 승리하는 것)'일 확률이 높다"고 짚었다.
또한 옐로카드 관리도 실패했다. 1차전에서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박용우(알 아인) 이기제를 비롯해 손흥민과 조규성이 총 5장의 카드를 받았다. 그런데 후반 조규성 대신 들어간 오현규(셀틱)와 황인범도 경고를 받아 한국은 총 7장의 옐로카드를 가졌다. 로테이션 등 선수 미활용이 발목을 잡았다는 비판도 있다. 이로 인해 말레이시아전에서 이들 중 누구든 경고를 받는다면 16강전에 나설 수 없고, 16강전에 출전해도 8강에서 타격이 예상된다. 아시안컵에선 8강까지 경고 누적이 살아있고, 4강 이후부터 사라진다.
강은영 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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