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 헨리 키신저 추모식에 초청받은 까닭은
“이 혼란스러운 세상을 헤쳐나가면서 그분의 통찰력을 더욱 그리워하게 될 것입니다.”
정몽준 아산정책연구원 명예이사장(73)이 미국 외교가의 거목이던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1973~77년) 추모식에 참석할 예정이라고 연구원 측이 21일 밝혔다.
정 명예이사장은 키신저 유가족의 초청으로 25일(현지시간) 뉴욕에서 열리는 추모식에 참석한다. 정 명예이사장은 키신저 전 장관의 서거(지난해 11월29일)를 애도하고, 낸시 키신저 여사 등 유가족을 만나 위로의 메시지를 전달할 예정이다.
정 명예이사장은 2008년 미국 뉴욕에서 키신저 전 장관과 처음 만난 후 지난해까지 10여 차례 회동하며 인연을 이어왔다.
정 명예이사장은 추도문에서 “키신저 전 장관의 학문적 그리고 지적인 업적들은 전세계인들이 미국과 국제 질서를 바라보는 방식에 영향을 미쳤다”며 “항상 그분의 지혜를 기억할 것이고, 우리는 이 혼란스러운 세상을 헤쳐나가면서 그분의 통찰력을 더욱 그리워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두 사람의 인연은 16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8년 1월 정 명예이사장은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특사자격으로 미국을 방문해 조지 W. 부시 대통령을 만나고 키신저 박사와 처음 만났다. 같은 해 12월 한나라당의 한·미 비전특별위원장 자격으로 다시 방미해 키신저 박사와 회합했다.
이후에도 두 사람은 정기적으로 만나 각별한 인연을 쌓아왔다고 연구원은 전했다. 한나라당 대표이던 2009년 정 명예이사장이 워싱턴을 찾았을 때 키신저는 미국 정·재계 유력인사 200인의 모임인 ‘알팔파클럽(Alfalfa Club)’에 초청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인을 소개해주기도 했다.
2010년에는 키신저가 한국을 찾았다. 아산정책연구원이 ‘북핵문제와 동북아시아’라는 주제로 제1회 아산 기념강연을 개최하면서 키신저 전 장관을 초청했다. 아산은 정 명예이사장의 부친인 정주영 현대 창업주(2001년 작고)의 호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만나기 어려워지자 정 명예이사장은 존스홉킨스대학교 국제관계대학원의 헨리 A. 키신저 국제문제센터와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 기금을 기탁하기도 했다. 마지막 만남은 지난해 1월 뉴욕에서 오찬을 하며 한반도 문제와 국제정세에 관한 의견을 나눈 것이다.
앞서 키신저 전 장관은 지난해 11월29일 100세를 일기로 타계했다. 그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냉전의 세계질서를 바꾼 미국 외교계의 거목이다.
특히 1970년대 베이징을 방문한 중국의 ‘죽(竹)의 장막’을 열고 이른바 핑퐁외교를 성사시킨 주인공이다. 존 F. 케네디부터 현직인 조 바이든까지 12명의 전·현직 미국 대통령에게 외교정책을 조언하며 막대한 영향력을 끼쳤다.
그러나 키신저는 미국 국익을 최우선시하며 ‘현상 유지를 위한 세력균형’을 앞세운 현실주의자로서 비판도 공존한다. 1973년 칠레에서 사회주의자 대통령 살바도르 아옌데의 정부를 무너뜨린 유혈 군사쿠데타를 지원했다. 아르헨티나 군사정권이 수많은 반대자를 학살한 이른바 ‘더러운 전쟁’은 외면한 인물이다. 또 북베트남과 1973년 파리평화협정을 체결하고 ‘명예로운 철군’을 이룬 공로로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지만, 막대한 희생을 치른 채 2년 뒤 결국 베트남은 공산화됐다.
이진주 기자 jinj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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