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마리 넘던 중랑천 천연기념물 원앙, 막개발에 60% 급감···‘2차가해’ 수난까지

김기범 기자 2024. 1. 21.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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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성동구탓 천마리 넘던 원앙 400마리로 급감
갈대밭 없애고, 무리한 공사 하면서 철새들 악영향
줄어든 원앙 등 철새 돌아오게할 대책 마련 시급
천연기념물 제327호인 원앙이 21일 서울 성동구 중랑천변에 모여 있다. 중랑천의 원앙 수는 서울시와 주변 자치구 등의 천변 개발 공사로 인해 2년 전에 비해 60%가량 급감한 상태다. 조태형 기자

서울시와 주변 자치구들이 중랑천변 철새보호구역에서 벌인 산책로 조성, 체육시설 및 조명탑 등 공사로 인해 천연기념물 원앙 개체 수가 2년 전보다 60~80%가량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성동구가 원앙 밀집 지점을 공개하면서 그나마 남아있는 원앙들까지 사진동호회 회원들 등쌀에 시달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사회적협동조합 한강 등 환경단체와 전문가 등에 따르면 성동구 중랑천변에 도래한 천연기념물 327호 원앙의 수가 올해 400마리가량으로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2년 전 1000개체가 넘었던 것이 60% 넘게 줄어든 것이다.

앞서 2021~2022년 겨울 서울환경연합이 시민들과 함께 중랑천에서 확인한 원앙 수는 총 1061개체였다. 같은 시기 중랑천에서 확인된 조류 53종 4464개체 가운데 가장 많은 수이자 23.5%를 차지할 정도로 많은 원앙이 겨울철 중랑천에 도래했던 것이다. 그러나 최근 사회적협동조합 한강의 모니터링에서 관찰된 수는 약 400개체뿐이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중랑천에서는 원앙뿐 아니라 다른 철새들의 수도 급감했다. 경희대학교 생물학과·한국조류연구소, 한국환경연구원 등이 2021년 6월 학술지 ‘환경영향평가’에 게재한 ‘한강 주요 하천의 겨울철 조류상 변화 장기 모니터링 : 기존 생물다양성과 계통적 생물다양성 평가 및 비교’ 논문을 보면 2011~2015년에 비해 2016~2019년 중랑천에서 확인된 조류 개체 수는 43~75%가량 줄어들었다. 2011~2015년 사이 중랑천에서는 대체로 매년 4000~7000마리의 조류가 관찰됐지만 2016~2019년에는 관찰된 조류 개체 수가 3000~5000마리로 급감한 것이다. 서울환경연합이 시민들과 함께 진행하고 있는 중랑천 조류 모니터링에서도 중랑천에서 확인되는 조류의 수는 꾸준히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 철새 보기 힘들어진 ‘중랑천·안양천 철새보호구역’서 서울시가 벌인 일은…
     https://www.khan.co.kr/environment/environment-general/article/202302201909001

중랑천은 서울시가 지정한 1호 철새보호구역이자 서울 도심에서는 거의 유일하게 많은 수의 겨울 철새들을 볼 수 있는 곳이다. 하지만 서울시와 주변 자치구 등이 최근 수년간 중랑천변을 무리하게 개발하면서 철새들을 포함한 하천 생태계가 악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중랑천변에는 이미 산책로가 조성돼 있었음에도 서울시는 새로 산책로를 만든다면서 기존 산책로보다 더 하천에 가까운 곳을 개발했고, 산책용 데크를 설치했다. 이 과정에서 무성했던 갈대밭도 마구잡이로 없애버린 바 있다. 준설로 인한 하천 내 생태계 파괴도 벌어졌다. 천변 곳곳에 있는 체육시설과 야간 조명탑들이 철새뿐 아니라 다양한 포유류, 어류 등의 생태를 교란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철새를 포한한 야생동물들로서는 사람들 눈을 피할 공간이 크게 줄어들고, 사람들로 인한 위협을 더 크게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21일 서울 성동구 중랑천변에 모인 원양 옆에 산책로 조성 안내문이 걸려 있다. 서울시가 기존에 산책로가 있던 구간에 새로 산책로를 추가하면서 철새들의 은신천 구실을 하는 갈대밭을 없애는 등의 공사를 진행한 바 있다. 조태형 기자

게다가 성동구는 원앙을 포함한 철새들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원앙 200마리가 새로 중랑천에 도래했다고 홍보를 하면서 그나마 남아있는 원앙들마저 고통을 받게 만들었다. 특히 성동구가 원앙들이 밀집된 지점을 공개한 것으로 인해 사진 동호회 회원 등이 몰려들면서 원앙들이 더 서식하기 어려운 상황까지 연출되고 있는 실정이다. 원앙 사진을 찍으려는 이들이 중랑천변을 들쑤시고 다니면서 멀쩡히 휴식하거나 먹이활동을 하던 원앙들을 날려보내는 장면도 목격되고 있다. 서울시·성동구가 막개발로 철새들에게 피해를 입힌 뒤 서식지까지 공개하면서 철새들이 ‘2차 가해’를 당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성동구는 원로 조류학자인 A 교수의 말을 인용해 200마리가 새로 나타났으며, 이렇게 집단으로 나타난 적은 없었다고 홍보했다. 이 같은 성동구 홍보 내용을 언론들이 확인없이 그대로 베껴쓰면서 다수의 오보가 양산됐다. 원앙은 전 세계에 2만~3만마리 정도만 남아있는 조류이지만 국내 하천에서는 비교적 흔하게 볼 수 있는 조류다. A교수가 정원오 성동구청장에게 보냈다는 문자 메시지 내용 가운데 ‘옛날부터 서울에 한두마리씩 원앙이 나타나기는 했지만 이렇게 집단으로 나타난 적은 없었다’는 말은 사실과 다른 내용이다.


☞ 중랑천·안양천 철새 급감, ‘시민과학’이 증명하다
     https://www.khan.co.kr/environment/environment-general/article/202203171623011

중랑천변을 자주 산책하는 시민들 중에는 과거 원앙 수가 훨씬 더 많았으며, 원앙을 포함한 새들의 수가 줄어든 것을 알고 있는 이들도 많다. 30여년 전부터 중랑천에서 자전거를 타고, 산책을 해온 한 시민은 “나처럼 중랑천을 자주 산책해온 이들 중에는 원앙들이 사람들 눈에 잘 띄지 않는 갈대밭 아래 쪽에 모여 휴식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이들이 많다”며 “원앙들이 숨어있을 갈대밭을 다 없애는 공사를 하는 것을 보면서 영향을 받지 않을까 걱정했었다”고 말했다.

사회적협동조합 한강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해까지 철새들이 주요하게 서식했던 곳은 응봉교 인근의 여울과 수변부로, 천적들을 경계하고, 사람들의 간섭을 피하기에 적합한 곳이었다”며 “지난해 해당 구간에서 대규모 준설작업이 벌어지면서 원앙들이 사람들을 피하기 어려워지고, 열악해진 서식환경을 피해 이동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회적협동조합 한강은 이어 “올해 원앙 200마리가 새롭게 왔다는 보도는 부정확한 내용이며 원앙의 개체 수가 크게 줄어든 것을 걱정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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