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래떡처럼 끈끈하게 뭉친 ‘작은 학교’…폐교 위기에서 학생 2배로
지난 18일 경기 양주시 남면 상수리 군부대 인근 드문드문 집이 지어진 주택가 골목을 지나니 2층 높이의 작은 학교가 보였다. 양주의 ‘작은 학교’ 중 하나인 상수초등학교다.
양주시 안에서도 외진 지역에 있는 상수초는 매년 학생 수가 줄어 폐교 위기였다. 2016년 전교생이 44명으로 통폐합 이야기까지 나왔다. 그러던 학교가 도시에서 전학을 오는 경우도 많아져 현재 87명이 다닌다. 이제는 가겠다는 학생이 많아 희망 신입생을 다 받지 못 하는 일까지 생기고 있다.
인근 다른 소규모 학교들은 계속 학생 수가 줄고 있는 것과도 다른 모습이다. 몇 년 사이 학교에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상수초와 같은 ‘작은 학교’는 학생들을 모으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한다. 농촌 지역에서는 자연 특성을 살려 생태 교육을 하거나, 규모가 작은 장점을 활용해 미래 교육을 하는 식이다. 상수초 역시 이런 교육 방식을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프로그램만으로 폐교 직전 학교가 ‘다니고 싶은 학교’로 바뀐 것은 아니다.
구성원들은 학교 교육에서 강조하는 ‘공동체성’을 꼽았다. 다른 학교에서는 느낄 수 없는 상수초만의 끈끈함이 있다는 것이다. 선생님들은 전교생의 이름을 모두 기억하고, 담임이 아니더라도 졸업할 때까지도 학생들을 챙긴다. 학생들 역시 교사를 잘 따른다. 학부모들도 자녀들에게 항상 “선생님의 말씀을 잘 들어야 한다”고 당부한다고 한다.
학부모 홍기옥씨(45)는 “아이들을 작은 학교에 보내겠다고 마음먹고 알아보던 중 선생님들이 진심으로 아이들을 대해주시는 모습을 보고 결심했다”면서 “선생님과 학부모, 학생이 모두 서로를 배려하고 믿으니 긍정적인 선순환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학교의 따뜻한 분위기가 좋아 아이들을 보내기로 마음먹었다”고 했다.
홍씨의 첫째 아이는 이미 상수초를 졸업했고, 둘째 아이는 현재 6학년으로 재학 중이다. 7살인 막내도 상수초 입학을 계획이 중이다.
이 같은 분위기로 구성원 간 공동체 인식이 생기면서 교사들이 자유롭게 교육 과정에 대한 아이디어를 내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것이 매년 11월11일(가래떡데이)에 열리는 ‘구워먹데이’이다. 한 선생님이 “학교에 불을 피울 수 있는 공간(텃밭)이 있으니 그곳에서 아이들과 가래떡을 구워 먹으면 좋겠다”고 제한한 후 연례행사가 된 것이다. 모닥불을 피우고 선생님과 학생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춤을 추기도 한다.
선생님들은 가래떡을 구워 먹는 학생들이 “행복하다”고 할 때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이런 노력을 인정받아 상수초는 지난해 농어촌 참 좋은 학교에 선정되기도 했다. 전국 14곳 중 경기도에서 유일하다.
상수초 교무부장을 맡은 김영완 교사는 “학교가 어려웠을 때 선생님들이 내 일처럼 나서 학생들을 모으고 다양한 공모사업에 지원했다”며 “오후 10시까지 야근하는 날도 많았는데 교직원과 학부모, 학생들도 선생님들의 진심을 알아주면서 자연스럽게 서로 존중하는 문화가 자리 잡았다”고 설명했다.
공동체성이 학교의 정체성으로 자리 잡으면서 규모를 무조건 키우는 것은 제한하고 있다. 입학 신청한 학생들 전부 받다 보면 상수초만의 장점이 사라져 교육의 질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김영완 교사는 “학교폭력이나 따돌림과 같은 극단적인 갈등 사례도 나타나지 않는 것도 구성원들이 어울려 소통하는 문화가 가족과 같은 분위기를 만들 수 있었던 덕분”이라고 덧붙였다.
김태희 기자 kth08@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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