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자 ‘신상공개’ 대폭 확대…‘형벌 포퓰리즘’ 비판도

정혜민 기자 2024. 1. 21.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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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5일부터 피의자 신상공개 대상 범죄가 중상해나 사망을 초래한 방화나 특수상해 및 중상해, 조직·마약범죄 등까지 확대된다.

수사기관이 특정강력범죄와 성폭력범죄 피의자의 신상을 공개하는 현행 제도에 대해서도 위헌 요소가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데, 신상공개 대상 범죄가 대폭 확대되면서 '형벌 포퓰리즘'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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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6일 국회 본회의에서 특정중대범죄 피의자 등 신상정보 공개에 관한 법률안이 통과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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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5일부터 피의자 신상공개 대상 범죄가 중상해나 사망을 초래한 방화나 특수상해 및 중상해, 조직·마약범죄 등까지 확대된다. 수사기관이 특정강력범죄와 성폭력범죄 피의자의 신상을 공개하는 현행 제도에 대해서도 위헌 요소가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데, 신상공개 대상 범죄가 대폭 확대되면서 ‘형벌 포퓰리즘’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25일 시행되는 ‘특정중대범죄 피의자 등 신상정보 공개에 관한 법률’(중대범죄신상공개법)과 시행령에 따르면 피의자 신상정보 공개 대상 범죄에 기존 특정강력범죄와 성폭력범죄에 더해 △내란·외환 △폭발물사용 △현주건조물방화치사상 △중상해·특수상해 △아동대상성범죄 △조직·마약범죄 등이 추가된다. 또 수사 중인 피의자뿐만 아니라 재판을 받는 피고인도 신상공개 대상이 되고, 신상공개 대상자의 동의 없이 수사기관이 ‘머그샷’(체포된 범인을 촬영한 사진)을 촬영해 공개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이와 함께 사전통지, 의견청취, 권리구제 수단 등 신상공개 통제 장치도 함께 도입된다.

피의자 신상정보 공개 제도는 2010년 정식 도입됐다. 과거에는 언론을 통해 무분별하게 피의자 신상이 공개됐지만 1998년 언론에 신상공개 책임을 물어 손해배상을 인정한 대법원 판결, 2000년대 피의자 인권을 고려하기 시작한 사회 분위기 등으로 수사기관은 피의자 신상을 비공개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일부 언론들이 2009년 연쇄살인을 저지른 강호순의 이름과 얼굴을 공개하면서 피의자 신상공개 관련 법률 정비가 필요하다는 논의가 시작됐다.

정식 도입된 뒤에도 논란은 계속됐다. 신상공개는 형법상의 형벌이 아님에도 마치 형벌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고, 유죄와 처벌이 확정되지 않은 수사단계에서 이뤄져 ‘이중처벌금지’ ‘무죄추정’ ‘책임주의’과 같은 원칙 등을 위배하기 때문이다. 최정학 방송통신대 교수(법학과)는 한겨레에 “신상공개의 범죄예방 효과에 대한 정확한 연구 없이 무분별하게 대상 범죄를 늘리는 것은 우려스럽다”며 “‘형벌 포퓰리즘’이라고 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헌법재판소 헌법재판연구원이 2021년 발간한 보고서(강서영 책임연구관)는 “피의자 신상공개제도는 기본권 제한을 넘어서서 침해를 초래할 뿐 아니라 여러 면에서 헌법적 정당성을 갖춘 제도라고 보기 어렵다”며 “(신상정보 공개) 제도의 확대화 경향이 우려스럽다”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보고서는 신상정보 공개 제도가 도입된 2010년부터 2020년까지 특정강력범죄 및 성폭력범죄 발생 건수가 오히려 꾸준히 증가했던 점을 들어 신상공개 제도의 ‘범죄 예방효과’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현재 헌법재판소는 텔레그램 엔(n)번방 영상 구매자 ㄱ씨의 담당 재판부의 위헌법률심판 제청에 따라 성범죄 피의자의 신상공개 제도의 위헌성을 심리 중이다.

다만 새로 시행되는 신상공개제도가 공개대상을 넓히는 대신, 관련 규정을 명확히 해 무분별한 신상공개로 인한 피해를 줄일 수 있다는 반론도 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개혁입법특별위원장 김남근 변호사는 “피의자 신상공개제도 덕분에 수사기관과 언론의 무분별한 신상공개가 제한되는 측면이 있다”며 “새법이 정한 기준을 엄격히 따른다면 부작용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혜민 기자 jh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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