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 짝퉁문제, 정부가 나서야 한다

2024. 1. 21.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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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면 위고페어 대표·변리사

알리익스프레스가 한국 시장에서 급성장하고 있다. 알리익스프레스는 알리바바 그룹의 이커머스 플랫폼 가운데 중국 내수 고객이 아니라 해외 고객을 대상으로 영업하는 이커머스 플랫폼이다. 인기 연예인 마동석 씨를 내세워 광고를 진행하는 등 적극적으로 마케팅을 해 왔다. 그 결과 한국인 월간사용자수(MAU)가 600만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알리익스프레스가 한국에서 큰 인기를 끌면서 알리익스프레스에서 판매되는 짝퉁 제품, 즉 위조상품 문제 또한 크게 부각하고 있다.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이슈화가 되어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자율개선 권고를 하기도 하고 레이 장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 대표가 증인으로 출석하기도 했다.

결국 알리 익스프레스 코리아는 '짝퉁과의 전쟁'을 선포하며 향후 3년 동안 지식재산권(IP) 보호 강화에 1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러한 알리익스프레스의 대책에 의문을 제기하는 의견이 많다. 가장 큰 문제는 이커머스 플랫폼이 짝퉁 재품 유통 근절을 위해 할 수 있는 뾰족한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알리익스프레스에서 상품을 판매하는 판매자가 수백만명일 수도 있고, 유통되는 상품 수는 수백억개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많은 판매자가 다양한 형태로 다양한 제품을 판매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커머스 플랫폼이 모든 상품에 대해 일일이 짝퉁 여부를 확인하고 이를 관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이커머스 플랫폼 입장에서 판매자는 가장 중요한 고객 가운데 하나다. 판매자가 입점하지 않으면 이커머스 플랫폼의 존재 의미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판매자를 무작정 짝퉁 제품 판매 의심자로 보고 제재하거나 판매자를 귀찮게 하는 것은 이커머스 플랫폼 사업자 입장에서도 상당히 부담스러운 일이다. 그뿐만 아니다. 법적으로 이커머스 플랫폼은 짝퉁 제품의 유통에 대해 직접적인 책임을 지지 않는다. 이커머스 플랫폼의 경우 자신들이 직접 상품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마켓 플레이스만을 제공하고 거기서 판매자와 구매자가 자유롭게 거래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이커머스 플랫폼 사업자는 시장만 조성해서 제공할 뿐 짝퉁 제품 판매 여부에는 크게 관여하지도 않고 있다. 당연히 짝퉁 제품 판매에 대한 직접적인 책임을 묻기도 어렵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결국 짝퉁 제품으로 말미암아 피해를 보는 것은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는 기업이 된다. 브랜드 이미지 하락은 물론 짝퉁 제품 때문에 매출이 급감하기도 하고, 짝퉁 제품이 오히려 오리지널 제품처럼 오해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심지어 납품 업체에서 짝퉁 제품의 가격을 보고 단가 인하 요구를 해 오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대책은 없는 것일까. 방법은 유명 브랜드 기업들이 각자 자신들의 브랜드를 도용하고 있는 짝퉁 제품을 저지하기 위한 노력을 하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다. 개별적인 브랜드 기업은 대부분 짝퉁 문제 전문가를 보유하고 있지도 않고 짝퉁 제품 문제를 체계적으로 다룬 경험도 많지 않다. 따라서 짝퉁 문제를 전문적으로 해결해 주는 솔루션 기업을 통해 짝퉁 제품 유통을 저지하는 방법이 효과적인 방법이 된다. 정부가 바우처사업 등에서 짝퉁 제품 관리를 위해 바우처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브랜드 기업들이 실질적으로 짝퉁 제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움이 될 방향으로의 정책적인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이와 함께 특허청에서 진행하고 있는 위조상품 차단 지원사업의 범위와 예산도 늘릴 필요가 있다. 현재는 해외 마켓플레이스에서 유통되고 있는 위조상품의 판매 차단을 지원하고 있지만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는 위조상품의 유통 차단도 지원 범위에 포함하거나 지원 예산을 증액, 더 많은 기업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지역별로 구축된 지식재산센터를 통한 위조상품의 유통 차단 지원이 가능해진다면 지방에 소재한 브랜드 기업들도 위조상품으로 말미암은 피해를 줄여 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저작권보호원을 통해서도 위조상품 모니터링 지원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많은 기업이 이러한 사업이 있는지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지원 예산도 늘리고 좀 더 적극적인 홍보를 통해 좀 더 많은 기업이 이 사업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면 좋겠다.

짝퉁 제품 문제가 어제오늘 일도 아니고 관리를 한다고 해서 깔끔하게 해결되기도 어렵다. 그러나 짝퉁 제품 유통 문제를 손 놓고 있으면 기업 피해는 커져만 가고 시장은 신뢰를 잃을 수 있으며, 국민 피해 역시 커지게 된다. 더 나아가 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심각한 문제가 되기도 한다. 짝퉁 제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커머스 플랫폼도, 구매자인 국민도 관심을 기울여야 하겠지만 정부가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김종면 위고페어 대표·변리사 jmk@wegofai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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