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가짜 학력으로 편입 과외한 사기범...‘아프다’ 속여 병역 회피도

법원, “엄벌 필요하다”며 징역 1년 선고‧법정구속

“피고인은 4급 사회복무요원으로 복무하던 중 조기에 소집해제를 받기 위해 허위 병력을 만들어 국방 의무를 면탈해 죄질이 매우 좋지 않습니다. 이와 같은 범행은 병역 의무를 성실히 수행하는 국민 다수에게 허탈감을 줬는데도 A씨는 범행을 모두 부인해 엄한 처벌이 필요합니다.”

서울중앙지법./뉴스1

18일 오전 서울중앙지법 525호. 서울중앙지법 형사11단독 김길호 판사는 사회복무요원으로 복무하던 중 허위로 의료기록을 꾸며내 조기에 소집해제 처분을 받은 A씨에게 병역법 위반으로 징역 1년을 선고하며 이같이 말했다. 김 판사는 이날 A씨에 대해 “도주 우려가 있다”며 법정구속했다. A씨는 “운영하는 회사도 있고, 거주지도 일정하기 때문에 도주 우려가 없다”며 “구속만 면하게 해달라”고 호소했지만, 김 판사는 아무런 답을 하지 않은 채 그대로 선고를 마쳤다.

이 사건은 A씨가 사회복무요원 소집해제를 받은 201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본지가 입수한 판결문 등을 종합하면, A씨는 사회복무요원으로 입대하기 전부터 대학 편입을 전문으로 하는 과외 강사로 활동했다. A씨는 2015년 12월 사회복무요원으로 입대했고, 예정된 소집해제 시기는 2017년 12월이었다. 그러나 A씨는 복무 도중 강박장애‧우울장애 등을 호소하며 조기 소집해제를 요청했고, 이것이 인정돼 소집해제를 7개월여 앞둔 2017년 5월 조기에 군 복무를 마쳤다.

강박장애‧우울장애를 호소한 A씨는 소집해제 직후 치료 대신 본업이던 과외 강사로 복귀했다고 한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소집해제 처분을 받은 2017년 5월엔 22일 동안 40회, 6월엔 60회, 7월엔 하루도 쉬지 않고 수업을 진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S대 화학과‧W대 약학과‧K대학교 일반화학 강의 등 문구가 포함된 경력을 앞세워 과외 수강생을 모집하고, 과외생 모집을 위한 법인도 세웠다고 한다.

서울동부지법./연합뉴스

그러나 이런 A씨의 화려한 경력은 모두 거짓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고려대학교 편입 시험을 준비하던 피해자 김모씨는 2018년 3월 A씨와 상담한 뒤 수업료로 총 576만원을 냈는데, A씨의 경력이 모두 허위임을 깨달은 뒤 A씨를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 당시 이 사건을 심리한 서울동부지법 형사9단독 전경세 판사는 “일반인이 광고를 보았을 때 A씨가 약대 출신이고, K대학교에서 일반화학 강의를 하는 것으로 이해했으리라 보는 것이 옳다”며 2022년 2월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A씨는 ‘김씨에게 K대에서 강의한 경력이 있다고 말한 적이 없다’며 항소했지만, 서울동부지법 형사3부(재판장 허일승)는 “A씨의 광고는 사회통념상 자신의 경력에 대해 허위로 광고했다고 볼 수 있다”며 작년 1월 항소를 기각했다.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도 작년 3월 “상고이유가 적법하지 못하다”며 A씨의 상고를 기각했다. 대법원에서 사기 혐의 판결을 확정하기 직전인 2022년 1월 A씨는 병역법 위반으로 추가 기소됐고, 18일 1심 선고가 나온 것이다. A씨는 1심 판결에 불복해 19일 항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