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 농도 6배 올라도 확진자 제자리…코로나 '숨은 유행' 비상
# 광주광역시에 거주하는 배모(64)씨는 올해 초 밥을 넘기기 어려울 만큼 심한 몸살감기를 경험했다. 앞서 코로나19(COVID-19)에 걸렸을 때와 증상이 같았다. 가슴 통증에 이유 모를 구토까지 경험했지만, 병원은 가지 않았다. 배씨는 "코로나19 검사에만 3만원이 든다는 말에 집에서 타이레놀과 콜대원을 번갈아 먹으며 증상을 관리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코로나19에 걸려도 과거처럼 쉽게 쉬지도 못한다"면서 "못 견디게 아프면 그제야 병원에 갈 것 같다"고 덧붙였다.
올들어 서울·광주·제주 등 전국 각지에서 하수(下水) 속 코로나19(COVID-19) 바이러스 농도가 치솟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의 경우 올해 초 코로나19 바이러스 농도는 지난해 중반보다 4배 이상 높아졌다. 광주, 제주 등도 유사한 패턴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구체적으로 서울의 경우 지난해 32주차(8월 6~12일) 이후 약 4개월간 코로나19 바이러스 농도는 2만 Copies/ml 안팎으로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했다. 그러다 49주차(12월 3~9일)에 4만 Copies/㎖를 넘으며 급증하더니 올해 1주차(1월 1~6일)에는 8만 Copies/㎖를 돌파했다.
광주광역시와 제주도는 올해 2주차(1월 7~13일)의 코로나19 바이러스 농도가 각각 1만2000과 6000 Copies/㎖를 넘어서며 지난해 8월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 기간 제주도의 바이러스 최저·최대 농도차는 6배가 넘는다. 강원도 역시 바이러스 농도가 4만 Copies/㎖ 수준을 유지하다 올해 들어 약 4개월 만에 6만 Copies/㎖를 넘어서는 등 증가하고 있다.
생활하수는 변기에서 내린 물이나 양치·샤워한 물처럼 가정에서 하수도로 버리는 물을 말한다.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환자가 사용한 물에도 바이러스가 묻어나는데, 이에 착안해 방역 당국은 지난해 4월부터 전국 17개 시·도의 84개 하수처리장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 농도를 측정·발표하고 있다.
질병청의 분석 결과 서울시는 지난해 9월, 전수 감시에서 제한된 의료기관만이 확진자 집계에 참여하는 '양성자 감시체계'로 전환된 이후 확진자 수가 1000명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하수 기반 감시에서 바이러스 농도가 2배로 뛴 49주차에도 확진자 수는 837명으로 전주(838명)와 별 차이가 없었다. 50주차 이후에도 732명→673명→774명→806명→699명으로 확진자 수는 큰 변동이 없다.
광주광역시도 코로나19 바이러스 농도 변화와 무관하게 확진자 수는 꾸준히 200명 안팎을 기록하고 있다. 제주도 역시 양성자 감시체계가 적용된 이후 확진자 수는 단 한 주(48주차, 111명)만 제외하고 전부 100명 이하에 머물고 있다.
의료계는 바이러스 농도와 확진자 수의 오차를 두고 "현재 코로나19 감시 체계가 국내 감염병 유행 상황을 정확히 대변하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바이러스 농도는 오르는데 확진자는 그대로인 것이 '숨은 확진자'가 많다는 증거라는 의견이다. 실제 코로나19 검사·치료비 지원이 축소되고 유급휴가비 지급 역시 종료되면서 아파도 병원 대신 집에서 자가 치료하는 사람이 늘었다.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요즘은 고위험군을 제외하면 코로나19로 병원에 오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현행 양성자 감시체계와 하수 감시 체계는 각각 뚜렷한 한계가 존재한다. 양성자 감시체계는 참여하는 의료기관의 수가 제한적이고 발열·기침 등 증상이 있다고 전부 코로나19 검사를 하는 것도 아니라 감염 상황을 저평가할 가능성이 있다. 하수 감시 체계는 바이러스양을 측정해 신종 감염병의 출현과 유행 여부를 가늠할 순 있다. 하지만 바이러스 농도를 기준으로 확진자 수를 예측하기엔 데이터가 너무 부족하고 하수를 언제, 몇 번 채취했느냐에 따라 바이러스 농도 자체가 달라지기도 해 정확도가 떨어진다.
엄 교수는 "코로나19 등 현재 유행하는 감염병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다가올 신종 감염병에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 양성자·하수 감시를 결합한 '다층(多層) 감시 체계'를 고도화해야 한다"며 "하수 자동 채취 장비를 마련하고 전담 분석 인력을 확충하는 등 적극적인 투자가 이뤄져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박정렬 기자 parkj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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