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입서 유색인종 우대 사라지자…“자소서에 트라우마 팔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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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대법원이 지난해 6월 대학 입시에서의 '소수인종 우대 정책(어퍼머티브 액션)'에 대해 위헌 판결을 내린 후 미 주요 대학 입학 원서에 인종 기입란이 사라졌다.
대법원 판결이 유색인종 학생들로 하여금 입시를 위해 트라우마를 꺼내보이도록 장려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 대법원은 1961년 이후 대학 입시, 공공기관 채용 등에서 비(非)백인을 우대해 온 어퍼머티브 액션을 두고 62년 만에 위헌 판결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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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대학에 지원하는 흑인 학생 트리니티 파커(16)는 판결 전 썼던 에세이 초안에 버스 운전사였던 돌아가신 할머니를 언급했었다. 하지만 대법원 판결 후 입시 상담사가 트리니티에게 “인종에 대한 명확한 암시가 빠져선 안 된다”고 조언함에 따라, 할머니가 시카고 최초의 ‘여성 흑인 운전자’였음을 드러내기 위해 자신과 할머니의 피부색에 대한 묘사를 추가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생 드셰인 컬리는 판결 전만 해도 에세이에 자신이 원주민이라는 사실을 적지 않았지만, 판결 이후 자신의 집이 원주민 보호구역에 있다는 사실을 추가했다고 털어놨다. 드셰인의 어머니이자 입시 상담사이기도 한 질라는 “우대 정책이 있을 때조차도 원주민들이 대학에 진학하는 일은 힘든일이었다”며 선택권이 없다고 설명했다. 한국과 흑인 혼혈인 지엘 홀링스워스 또한 원래는 자신이 열정을 쏟아부어온 ‘체스’에 관한 내용으로 에세이를 채웠지만, 판결 이후 인종적 편견과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한 내용으로 주제를 바꿨다.
어떤 학생들은 이 과정에서 자신의 인종적 정체성을 탐구하는 계기가 됐다고 했지만, 일각에서는 학생들이 합격을 위해 인종 때문에 겪었던 역경, 트라우마를 원치 않게 고백하게 되면서 자괴감을 느낀다고 지적했다. 트리니티는 “흑인이란 점을 강조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강박감이 들었다”며 “이미 답이 정해진 에세이를 쓰는 기분이었다”고 토로했다.
브라질 혼혈 델피 리라(18) 또한 “이전에는 단순히 내가 해당되는 인종에 체크표시만 하면 됐지만, 판결 이후 오히려 어떻게든지 나의 인종을 더욱 강조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며 판결이 불러온 모순을 지적했다.
지난해 대법원은 1961년 이후 대학 입시, 공공기관 채용 등에서 비(非)백인을 우대해 온 어퍼머티브 액션을 두고 62년 만에 위헌 판결을 내렸다. 이에 따라 각 대학들은 평가위원들이 지원자들의 인종 및 민족을 알 수 없도록 조치를 취하게 됐다. 하지만 NYT는 해당 판결이 인종을 근거로 합불 여부를 결정하는 것을 금하면서도, 동시에 “지원자들의 에세이에서 보여지는 ‘인종에서 비롯된 경험 및 성격’을 고려할 순 있다”고 판시함에 따라 이같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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