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제, 돌고돌아 준연동형 갈까?···위성정당 검토하는 여야
4·10 총선에서 현행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유지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선거제 개편의 키를 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병립형 비례대표제 회귀를 시사하던 기존 태도에서 한발 물러서 “명분과 실리의 균형점을 찾겠다”고 말하면서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각각 위성정당 창당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민주당은 총선을 81일 앞둔 21일에도 선거제 개편 방안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이 대표는 지난 18일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선거제 개편 방향에 대해 “명분과 실리가 일치하지 않는데 가능한 한 균형점을 찾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11월 “멋지게 지면 무슨 소용이냐”며 병립형 비례제 회귀를 시사한 것과 다른 뉘앙스다. 최근 민주당 비공개 최고위에서는 오는 2월 설 연휴 전까지 가급적 선거제 개편 방향을 결정하자는 의견이 나왔다고 한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이 대표는 병립형 비례제 회귀에 무게를 뒀다. 지난해 11월 선거제 개편 방향에 대해 “이상과 현실 중 현실을 택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자신의 대선공약인 준연동형 비례제를 유지하며 명분을 지키기 보다 약속 파기 논란이 일더라도 당이 이기기 위해 병립형 비례제로 돌아가는 실리를 택하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시민사회뿐 아니라 김부겸·정세균 전 국무총리 등 민주당 원로들까지 “병립형 비례제 회귀는 개혁 후퇴”라고 비판하면서 기류가 묘해졌다. 선제적으로 병립형 비례제 회귀를 밝힌 국민의힘을 따라가면서 정치개혁을 외면했다는 비판은 오롯이 뒤집어쓰게 된 상황도 문제였다. 지도부의 한 관계자는 “병립형으로 돌아가려면 여야가 극적으로 합의해야 하는데 그러기에는 무리가 따르고 비판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내에선 준연동형 비례제 유지로 실리도 챙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민주당 고위 관계자는 “여론조사상 이준석 신당(개혁신당) 지지율이 수도권에서 7~8% 정도, 이낙연 신당 지지율은 3~4% 정도 나온다”면서 “이준석 신당이 수도권에 지역구 후보를 내면 민주당에 나쁠 게 없다. 선거제 개편에 합의하지 못하면 급한 건 국민의힘”이라고 말했다. 준연동형 비례제 유지 시 야당 분열보다 여당 분열 효과가 더 크다는 것이다.
준연동형 비례제를 유지하면 정의당 등 소수 야당과 지역구에서 ‘야권후보 단일화’가 가능해지는 것도 민주당엔 플러스 요소다. 김준우 정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6일 MBC 라디오에서 “(민주당과) 정책연대, 후보 단일화도 가능하다”며 “준연동형 유지는 연대의 필요조건”이라고 밝혔다.
이 때문에 민주당에서는 대안으로 준연동형 비례제를 유지하되 범야권이 만든 비례연합정당에 합류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민주당에 ‘개혁연합신당’ 합류를 제안한 바 있다. 2020년 총선 때처럼 민주당이 직접 비례위성정당을 창당하지는 않는 방안이이다. 물론 이 경우에도 ‘변형된 위성정당’ 논란은 불가피하다.
국민의힘은 준연동형 비례제가 유지될 경우에 위성정당을 만들 수밖에 없다고 맞섰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19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다수당의 힘으로 지금의 잘못된 제도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라면 우리 당으로서는 당연히 국민의 뜻에 맞는 의원 구성을 하기 위해 플랜B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민주당이 선거 막판에 국민의힘과 병립형 비례제에 극적으로 합의할 가능성도 남아있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19일 선거제 개편에 대해 “가급적 1월 국회 본회의 내에 마무리 짓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여야가 합의한다면 병립형 비례제 회귀 방안도 가능하다. 민주당 고위 관계자는 “국민의힘이 병립형·권역별 비례제와 이중등록제까지 받으면 선거제 개편에 합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의당 등 소수 야당들은 병립형·권역별 비례대표제는 개악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비례대표 의석수 증원 없이 병립형 비례제와 권역별 비례제를 함께 도입하면 소수 정당의 원내 진입 문턱을 현행 득표율 3%에서 7%대까지 높이는 효과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신주영 기자 j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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