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문료 받은 전직 장성, 방산업체는 무죄·전투화는 유죄 이유는?

손덕호 기자 2024. 1. 21.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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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육군 장성이 퇴역한 후 방위산업체와 전투화 제조업체로부터 자문료를 받았는데 대법원은 전투화 업체로부터 받은 금액에만 알선수재 혐의를 인정했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지난달 28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알선수재) 등 혐의로 기소된 이모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이번 판결에서 알선수재죄의 판단 기준을 처음으로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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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선수재죄’ 판단 기준 처음 제시
서울 서초구 대법원. /뉴스1

전직 육군 장성이 퇴역한 후 방위산업체와 전투화 제조업체로부터 자문료를 받았는데 대법원은 전투화 업체로부터 받은 금액에만 알선수재 혐의를 인정했다. ‘구체적 현안’ 여부가 알선수죄 유무죄를 갈랐다. 정부 부처를 상대하는 일반적인 대관 업무는 알선수죄 처벌 대상이 아니라는 판단이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지난달 28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알선수재) 등 혐의로 기소된 이모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이씨는 1975년 소위로 임관해 2008년 소장으로 예편했다. 이후 2015~2016년 방위산업체 A사로부터 5594만원을, 기능성 전투화 제조업체 B사로부터 1934만원을 자문 계약 대가로 받았다.

검찰은 이씨가 정상적인 자문 계약을 맺은 것이 아니고, 군 관계자에게 로비하는 대가로 돈을 받았다고 보고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했다. 현행법은 공무원의 직무에 속한 사항의 알선에 관해 금품이나 이익을 수수·요구하거나 약속할 경우 처벌한다.

1심과 2심은 두 자문 계약 모두 알선수재죄가 성립한다고 보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A사 관련 자문 계약은 알선수재로 볼 수 없다며 사건을 파기했다.

대법원은 “자문 계약이 구체적인 현안을 전제하지 않고 업무의 효율성·전문성·경제성을 위해 피고인의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에 바탕을 둔 편의 제공에 대한 대가로서 보수가 지급되는 것이라면 통상의 노무 제공 행위로 알선수재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이씨와 A사가 체결한 계약은 경영일반에 관한 자문 용역을 제공하고 그 대가로 보수를 지급받는 내용이라고 볼 수 있다는 게 대법원 판단이다. 자문 계약은 사실상 A사의 사업 전반에 관한 것이어서 구체적인 현안 해결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보기 어렵고, 지급한 보수도 회사 내부 규정에 따른 것이어서 알선 행위 대가로 보기에는 적다는 점이 근거다.

대법원은 이씨가 B사와 맺은 자문 계약은 알선수재가 맞는다고 인정했다. 이씨는 알선수재 이외에 수뢰후부정처사·뇌물공여 등 혐의로도 기소됐으나 이 부분은 무죄 판단을 받았다.

대법원은 이번 판결에서 알선수재죄의 판단 기준을 처음으로 제시했다. ▲구체적 현안이 존재하는지 ▲지급하는 보수가 ‘중개적 행위’에 대한 대가 명목인지 ▲액수가 사회 통념상 일반적인 수준인지 ▲보수가 정기적·고정적으로 지급되는지 등이다. 이씨가 B사와 맺은 계약은 이 기준에 해당한다는 게 대법원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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