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선물 ‘양극화’ 속 20만원대 상품 늘어난 까닭

노도현 기자 2024. 1. 21.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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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백화점 제공

고물가 장기화 속에 올해 설 선물세트 시장이 가성비와 프리미엄으로 뚜렷한 양극화 현상을 보이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마트 모두 20만원대 농축수산물 선물세트 물량을 최대 30% 늘렸는데, 배경에는 ‘김영란법’(부정청탁방지법) 개정에 따른 기준 완화가 있다.

2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올해 설 선물세트의 대표 키워드는 가성비와 프리미엄이다. 지출 부담이 적은 5만원대 안팎 상품이 잘 팔리는 반면, 수십만원이 넘는 고가 상품 수요도 상당하다. 한푼이라도 더 아끼려 하면서도 고가 상품에 과감히 지갑을 여는 소비 양극화 현상이 명절 선물 시장까지 번진 셈이다.

특히 백화점은 프리미엄, 대형마트는 가성비를 내세워 업종별 핵심 고객층을 유인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최고급 한우세트, 참굴비 세트 등 100만원 이상 선물세트 물량을 지난해보다 50% 이상 늘렸다. 반대로 홈플러스는 불황이 깊어지면서 가성비 상품 수요가 높아졌다고 보고 올해 설 예약판매 상품의 67%를 3만원대 이하 상품으로 구성했다.

대형마트와 백화점의 공통점이 있다면 20만원대 농축수산물 선물세트 물량을 늘렸다는 것이다. 롯데마트와 홈플러스는 지난해보다 각각 30%, 20% 확대했다. 롯데백화점은 5%, 신세계백화점은 15% 늘렸다. 현대백화점은 20만원대 과일 선물세트를 15%가량 늘렸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8월 김영란법이 완화되면서 추석부터 20만원대 선물세트 물량을 늘리는 움직임이 있다”고 말했다.

김영란법 적용 대상인 공직자 등이 주고받을 수 있는 명절(설·추석) 농축수산 선물 가격 상한선은 2016년 9월 시행 당시 5만원이었다. 이후 농축수산업계 요구 등을 이유로 2018년 10만원, 2021년 20만원, 지난해 8월 30만원으로 꾸준히 올랐다. 평소 선물 가액의 2배까지 가능한 명절 선물 한도를 인정받을 수 있는 기간은 명절 당일 기준 24일 전부터 이후 5일까지다.

물가가 워낙 오른 탓에 20만원대 선물 구매에 대한 고객들의 진입 장벽이 낮아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롯데백화점의 설 선물 예약 판매 상위 5개 품목을 보면 20만원대 한우세트가 2위와 4위를 차지했다. 홈플러스에서도 비슷한 가격의 한우 세트가 상위권에 올랐다.

롯데·신세계·현대 등 주요 백화점 3사는 22일부터 전 점포에 특판 매대를 마련하고 설 선물세트 본 판매를 시작한다. 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 등 대형마트 3사는 오는 27일 본 판매에 돌입한다.

노도현 기자 hyun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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