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협박’ 김정은, 포탄 신무기 생산 족족 ‘러’ 보내는 진짜 이유?[정충신의 밀리터리 카페]
신원식 “김정은 전쟁 발언은 공갈 위협 심리전…최신 무기 러에 전량 수출”
“총선 앞두고 전쟁 공포심 극대화, 남남갈등 유도 고도의 수법”
“전쟁 공포심 유발…경제난 인한 체제 내부 불만 외부로 돌리기
"
지난해 말부터 최근까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작심 하고 "영토 평정" "제1주적" 등 ‘전쟁’ 단어를 입에 달고 다니는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고도로 계산된 전략적 발언임에 분명하다.
이와 관련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지난 16일 KBS 라디어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 ‘전쟁’ 발언을 "공갈 위협에 의한 심리전에 휘둘리면 안된다"고 분석했다. 신 장관은 그 근거로 북한이 최신 무기를 러시아에 수출하고 있는 데 "진짜 전쟁 하려면 성능 좋은 미사일 전량 수출하겠나"라고 했다.
김 위원장은 어떤 이유로 마치 대한민국과 핵 전면전이라도 벌일 것처럼 위협하면서 러시아에는 각종 포탄 수백만발과 신형미사일까지 만드는 족족 수출하는 ‘이율배반적’이고 모순적 행동을 보이는 것일까? 실제 전쟁을 준비한다면 포탄과 탄약 등 전쟁물자 비축에 들어가야 하는데 오히려 ‘탄약고’를 비우는 행태는 누가 봐도 모순덩어리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올해 안에 끝나지 않아 포탄과 미사일 지원이 계속되면 북한군 탄약고가 텅텅 빌 것이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북한은 전쟁이 발발하면 1~3개월을 지속할 수 있는 물자를 확보해 놓은 것으로 군은 평가한다. 러시아가 전쟁이 길어지면서 포탄 부족에 시달리는 것을 보면 이 정도 비축 물량은 전쟁하기에 턱없이 부족해 보인다. 북한에는 군수공장 200여개와 전시에 즉각 전쟁물자를 생산할 수 있는 민수용 공장 100여개가 있어 북한군 탄약고는 바닥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이들 군수공장을 완전히 가동해 러시아로 포탄을 보내는 것으로 군과 정보 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다만, 러시아에 보낸 각종 포탄 중에는 오래된 비축탄이 섞여 있어 발사 도중 폭발하는 사례도 다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1일 군 당국에 따르면 북한이 지난해부터 현재까지 러시아로 이송한 컨테이너는 5600여개에 달한다. 152㎜ 포탄과 122㎜ 방사포탄 등 수백만발이 컨테이너에 실려 러시아로 넘어갔다.
최근에는 북한판 이스칸데르 KN-23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비롯해 600㎜ 초대형 방사포까지 지원한 것으로 당국은 파악했다. 최근 개발한 단거리 미사일과 사실상 탄도미사일로 평가되는 초대형 방사포 등 신형 무기 생산품 또는 시험 개발품을 가리지 않고 보낸다고 군의 한 소식통은 전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터가 북한의 신무기 시험장이 됐고, 이들 무기가 무고한 우크라이나 국민의 목숨을 노린 ‘비수’가 됐다는 비판이 거세다. 군 소식통은 "초대형 방사포는 신형이고 유도기능까지 갖춘 사실상 탄도미사일"이라며 "단거리 탄도미사일과 그 유사 기종 중에서 그나마 정밀도와 비행 안정성을 보이는 초대형 방사포 수십발을 팔아넘겼다"고 말했다.그러면서 "600㎜ 초대형 방사포를 많이 생산하지 않았는데 그것을 그냥 러시아에 넘겨 버린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대 사거리가 380여㎞인 초대형 방사포는 30여㎞의 낮은 고도에서 빠른 속도로 날아 지상에서 요격이 쉽지 않은 무기다. 전술핵탄두 탑재도 가능한 것으로 군은 평가하고 있다. 아울러 군은 북한이 2022년 4월 처음 시험 발사한 신형 근거리 탄도미사일(CRBM)도 러시아에 판매할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길이 약 5m로 사거리는 300㎞ 이하인데 탄두에 고폭탄을 장착할 경우 대량 인명 살상이나 건물을 파괴할 수 있다.
김 위장의 전쟁 강경 발언과 신형 무기 및 포탄 러시아 수출에는 붕괴 직전의 북한 경제 사정이 배경에 자리잡고 있다. 정부 소식통은 "북한이탈주민들의 증언을 보면 최고지도부에 대한 주민들의 ‘존경심’이 날로 퇴색돼 가고 있다"며 "북한 지도부로서는 이런 조짐이 체제 불안 요인으로 인식돼 민심을 달래기 위한 자금 확보 차원에서 신형 미사일까지 생산하는 족족 다 팔아버린 것으로 보인다"고 평했다.
주민들에게 ‘전쟁 공포심’을 심어 체제 불만을 외부로 돌리려고 ‘허세’를 부린다는 관측이 있는가 하면, ‘핵전쟁’ 가능성 경고라며 호들갑을 떠는 미국 전문가들도 있다. 미국 국방부 고위당국자는 북한의 전쟁 능력 보유 여부를 진지하게 가려보고 있다고도 했다.
일각에서는 한국 총선을 앞두고 전쟁 공포심을 극대화해 ‘전쟁-평화’ 이분법적 프레임을 적용, 남남갈등을 유도함으로써 북한에 대립각을 세우는 윤석열 정부를 총선에서 불리하게 해 북한에 상대적으로 우호적인 야당을 도와 결국 북핵 인정 및 대북 제재 해제를 관철시키려는 ‘북풍(北風)’과 연관됐을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방북 가능성도 거론돼 양국이 군사적으로 더욱 밀착되고 있다. 크렘린궁은 지난 19일(현지시간) 푸틴의 북한, 튀르키예 방문 일정에 대한 질문에 "외교 채널을 통한 조율이 진행 중이며 확정되는 대로 알리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9월 러시아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열린 북러 정상회담에서 푸틴은 방북 초청을 수락한 바 있다. 북한도 21일 푸틴이 최근 방러한 최선희 외무상을 만난 자리에서 "빠른 시일 내" 방북 용의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종합해 보면 날짜가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지지는 않았으나 방북 가능성을 양측 모두 확인한 것이다.
군은 북한이 전면전보다는 판문점과 북방한계선(NLL), 접경지, 해상, 공중 등에서 국지적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면서 도발 유형별 대비 태세를 점검하고 있다.
군과 정보 당국은 휴민트(인적정보), 시긴트(신호정보) 등 모든 정보력을 집중해 북한이 러시아로 보낸 무기 종류를 비롯해 반대급부로 러시아로부터 받을 무기 또는 군사기술을 파악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정충신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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