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술 없이 선수만 의존”… 클린스만호, 요르단과 비긴 이유
이강인(23·파리 생제르맹)이 공을 잡으면 요르단 수비수 2~3명이 달려 들었다. 이강인은 공을 뺏기거나 별 수확 없이 다른 곳으로 공을 보내야 했다. 공이 없을 때에도 집중 견제를 받았다. 지난 바레인전에서 멀티골을 넣으며 활약한 이강인을 노리고 요르단이 작정하고 나온 듯 했다.
클린스만호는 공격 핵심인 이강인이 효과적으로 공격 길을 뚫지 못하자 전반적으로 우왕좌왕했다. 의미 없는 장거리 패스가 자주 나왔다. 결국 막판까지 1-2로 끌려가다가 황인범(28·즈베즈다)이 후반 추가 시간 상대 자책골을 유도해내며 어렵게 승점 1점 추가에 만족해야 했다. 많은 스포츠 매체들이 2대0 정도(Sports Mole)로 한국이 이길 것이라 예상한 것과는 다른 결과였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축구 대표팀은 20일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조별리그 2차전에서 2대2 무승부를 거뒀다. 지난해 9월 사우디아라비아와 평가전부터 바레인전까지 이어진 A매치 7연승 행진을 마감해야 했다.
한국은 쉽게 이길 것이란 전망 속에 경기에 임했다. 한국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은 23위로, 87위인 요르단보다 한참 앞서 있었다. 선수 명단에 손흥민(32·토트넘), 김민재(28·바이에른 뮌헨), 이강인 등 유럽 1부 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이 즐비한 한국과 달리, 요르단에는 유럽 리그에서 뛰는 선수는 무사 알 타마리(27·몽펠리에) 뿐이었다. 10번을 달고 뛴 알 타마리는 종종 한국 문전을 위협하는 기량을 보여줬다. 리그1에서 이강인과 겨루고 있는 그는 이번 시즌 몽펠리에서 3골을 기록 중이다.
공격이 답답해지니 한국은 중원에서 최전방까지 한번에 보내는 공을 여러 차례 시도했지만 효과는 없었다. 축구 통계 매체 소파 스코어에 따르면 한국이 시도한 52회 긴 패스의 성공률은 50%에 불과했다. 최전방 공격수 조규성(26·미트윌란)은 공중볼 경합 4번 중 공을 따내온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손흥민은 답답한 듯 중원과 최전방을 오갔지만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결국 조직력보다는 선수 개인 기량에 의존하는 클린스만호 한계가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손흥민과 이강인이 활약할 때는 경기가 잘 풀리다가 이 둘이 부진하면 팀 전체가 삐걱거린다는 얘기다. 지난해 10월 베트남전에선 이강인·손흥민이 1골씩 넣으면서 6대0 대승을 거뒀지만 이들이 다소 주춤하는 요르단전 같은 날은 해법을 찾지 못한다는 것이다.
후반 막판 상대 체력이 지쳐있는 시점이라면 문선민(32·전북)처럼 주력이 빠른 선수를 투입해 전방을 교란시키는 방법도 고려해볼만 했는데 클린스만은 별다른 변화 없이 끝까지 두 에이스에 의존하는 전술로 일관했다.
한준희 해설위원은 “요르단전처럼 전반적으로 선수들 컨디션이 저조한 날에는 조직적이고 유기적으로 풀어가야 하는데, 그런 쪽으로 해법을 찾지 못했다”며 “단조로운 공격으로 일관한 경기였다. 이렇게 우리가 하던 식으로만 하면 상대가 점점 예측하기 쉬워진다. 공격 방식이 더 다양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클린스만은 요르단전이 끝난 뒤 기자회견에서 “후반전 경기력에 만족한다”면서 “요르단전을 통해 경기에서 감정적인 상황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배워서 좋았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토너먼트에서 필요한 교훈을 조별리그에서 얻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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