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컴투 삼달리’ 신혜선, “외풍 심한 방엔 지창욱 난로가 최고!” [김재동의 나무와 숲]

김재동 2024. 1. 21.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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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김재동 객원기자] 어시 생활만 무려 8년이었다. 업계를 아는 사람들은 질색할 기간이었다. 그 아픈 시간 끝에 사진작가 조은혜가 만들어졌다. 하지만 그 완벽해 보인 인생에 느닷없이 망측한 추문이 끼어들었다. ‘갑질!’ 그렇게 월드 클래스의 목전에서 추락했다.

일고의 가치도 없는 거짓이 명백한 타당성을 획득해 버렸다. 이상하게 여겨야 마땅한 사실을 사람들은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하긴 남의 일이다. 낱낱이 분석할 필요도 없고 특별히 되새길 이유도 없다. 조금 덜 그럴싸한들, 조금 덜 명확한들 무슨 상관이겠는가.

“여기 조은혜가 있습니다. 불쌍한 어시로 하여금 극단적 선택을 하게 만든 갑질녀가 있습니다. 여러분의 증오를 마음껏 퍼부어주세요.” 그저 적당한 구실, 그럴듯한 핑계면 충분했다. 대중의 증오는 그것만으로도 끝간 데 없이 질주할 수 있는 동력을 얻었다.

그렇게 도시는 춥고도 험한 본색을 드러냈다. 그 누구도 어디가 숲인지, 어디가 늪인지 말해주지 않았다. 그렇게 뜨거운 눈물을 머금고 고향 제주로 돌아왔다.

JTBC 토일드라마 ‘웰컴투 삼달리’의 조삼달(신혜선 분)은 ‘사진작가 조은혜’의 탈을 벗고 찾은 그 고향에서 따스함과 안온함을 찾았다.

8년 만의 귀향. 그 오랜 세월 삼달이 고향 제주를 외면했던 이유는 단 하나의 사랑 조용필(지창욱 분) 때문이었다. 용필 모 부미자(정유미 분)는 삼달 모 고미자(김미경 분) 탓에 세상을 떴고 용필 부 조상태(유오성 분)는 고미자를 원망했으며 조삼달을 밀어냈었다. 그리고 우여곡절 끝에 삼달과 용필은 조상태의 교제 허락을 득했다.

그제서야 삼달은 삼달리 제 방의 외풍이 심한 줄을 알게 됐다. 친구들을 눈꼴 시리게 했던 꽁냥꽁냥으로도 모자라 조용필을 제 방에 끌어들였다. 옆구리를 시리게 했던 외풍은 용필의 품에까진 짓쳐들지 못했다.

그렇게 보낸 따뜻한 하룻밤처럼 훈풍만 불어올 줄 알았는데 기사 하나가 또 폭풍을 몰고왔다. ‘갑질 논란 조은혜! 본명 조삼달로 얌체 복귀!’란 제하의 기사는 투신쇼를 벌이며 삼달을 저격했던 방은주(조윤서)의 작품이었다.

방은주로선 하루하루가 가시방석이다. 마감이 닥쳐온 매거진X의 특별기획 컨셉조차 잡지 못하고 있는 판에 스태프들마저 더러운 성질에 질려 떠나버렸다. 뒷 돈 받은 업체들은 쉼 없이 상품 노출을 채근해 오고 설상가상 그 전화를 천충기(한은성 분)가 받음으로써 그 구린 거래마저 들통났다.

자기는 이렇게 괴로운데 조은혜가 감히 본명으로 제주기상청 전시회를 열겠다고? 배배 꼬인 심술보가 발동, 기자들을 불러모았다. 그리고 그에 대한 응전으로 전 삼달리 차원의 ‘조삼달 구하기’도 가동되었다.

부상도(강영석 분)·왕경태(이재원 분)·차은우(배명진 분) 등 독수리 오형제는 삼달의 어시 고은비(김아영 분)·양지은(이도혜)과 힘을 합쳐 방은주의 뒷돈 거래의 실체를 밝혀냈고, 해녀 삼촌들 등 삼달리 사람들은 기자 따돌리기와 작품 빼내오기에 적극 동참한다. 그리고 하나같이 제일인 듯 나서는 사람들을 보며 조삼달은 고향의 향기·사람의 온기에 젖어든다.

“언젠가 조용필이 말했다. 어느 개천의 용도 저 혼자 만들어질 수 없다고. 다 개천의 미꾸라지·쏘가리·개구리들이 영향을 미친 거라고.”란 삼달의 독백은 연약하기 짝이 없음에도 혼자 짊어졌던 무거운 짐을 내려놓았음을, 쏟아지는 스포트라이트 속에서도 항상 혼자였던 과거와 절연했음을 선언하는 고백이다. 최종회 예고에선 자신의 꿈을 지켜준 조용필을 향해 “이제 내가 네 꿈을 지켜주는 사람이 되면 안될까?”물을만큼 성숙도 해졌다.

천충기와 방은주는 어찌 될까? 지금까지 보다는 확실히 덜 행복하리란 건 분명해 보인다.

여자친구 삼달을 배신하고 방은주와 바람 폈던 천충기는 능력 제로, 인성 바닥의 방은주와 결별하며 조삼달을 버리고 방은주를 선택한 제 눈썰미를 이미 저주했다. 마감 못해 회사에서 잘릴 걱정에 조삼달 앞에 무릎도 꿇었다. 도움을 청하면서는 모든 것을 원래대로 돌릴 비장의 카드가 있음도 암시했다. 물론 야비한 성정답게 ‘자신을 도와준다면’이란 전제를 까는 걸 잊지는 않았다.

방은주는 바닥이다. 만천하에 스스로의 무능과 파탄난 인성을 까보였다. 뒷돈 거래는 언제라도 들통날 일이고 천충기의 장담이 실현된다면 갑질 논란을 부른 자작극의 실체도 밝혀질 것이다.

살아온 날들이 살아갈 날들을 결정한다. 조삼달에게 쏟아졌던 세상의 소름끼치는 비웃음이 방은주를 향할 것이다. 태양 아래 세상 어디를 가든 혼자임을 절절히 느낄 것이다. 삼달의 경우 눈빛 하나만 가지고도 세상의 소문이 얼마나 허황된 지, 조삼달이 얼마나 진실된 지 믿어주는 사람들이 즐비했지만 방은주 곁엔 누가 있어 그런 믿음을 줄 수 있을까.

하지만 자업자득. 방은주가 입에 달고 사는 “뭐, 어쩌라구?”처럼 애석할 것도 없다. 그래서 뭐 어쨌단 말인가. 그래도 언제, 어디서, 무엇 때문에 비난으로 점철된 청구서가 발부됐는지 몰랐던 조삼달보다는 형편이 나을 수도 있다. 적어도 제게 날라올 청구서가 무엇 때문인 지는 인지할 테니까. 남 인생 망치려 할 땐 제 인생도 망칠 각오가 필요하다.

한 회 앞으로 다가온 ‘웰컴투 삼달리’의 해피 엔딩, 웰컴이다.

/zaitu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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