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해지 버튼 있는 유일한 앱인데"…석연찮은 멜론 제재[사이다IT]

최은수 기자 2024. 1. 21.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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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멜론' 중도해지 충분히 안내 안했다며 카카오 제재
"플랫폼에서 중도해지 안되거나 고객센터만 안내 OTT·음원 플랫폼 수두룩한데…."
'카카오 때리기' 연장선 해석도 나돌아
카카오 판교아지트(사진=카카오)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최은수 기자 =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정 의혹 수사에 따른 사법 리스크와 카카오모빌리티 택시호출 독과점 논란 등으로 사상 최대 위기를 맞았던 카카오. 이후 김범수 창업자가 전면에서 나서 외부 준법감시기구 발족·카카오·카카오엔터테인먼트 등 주요 계열사 CEO(최고책임자) 교체 등 경영 쇄신을 주도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지는 듯 했지만 현 정부의 칼끝은 카카오를 계속해서 겨누고 있습니다.

이번엔 카카오엔터테인먼트(카카오엔터)가 운영 중인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 '멜론'이 공정거래위원회 제재를 받았습니다.

공정위는 21일 카카오가 멜론앱, 카카오톡앱 등을 이용해 정기결제형 음악감상전용이용권 등을 판매하면서 소비자가 중도해지를 신청할 수 있다는 사실을 충분히 알리지 않았다며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9800만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중도해지'란 월간 혹은 연간 단위 구독 서비스 이용자가 계약을 해지하면 사전에 결제한 이용권 금액 중 잔여 구독기간 사용료분에 대해서는 환급해주는 계약 해지 유형을 말합니다. 이용기간 만료시까지 계약이 유지된 후 종료되며 이미 결제한 이용금액 환급은 없는 '일반 해지'와 구분됩니다.

공정위는 조사 결과 카카오는 지난 2021년 멜론앱, 카카오톡앱 및 삼성뮤직앱에서 해지신청 기능을 제공하면서 각 사이버몰을 이용해 소비자가 해지를 신청하면 ‘일반해지’인지 ‘중도해지’인지 여부를 별도 확인하지 않고 ‘일반해지’신청으로 보아 처리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고 밝혔습니다.

또 해지신청 과정 중 소비자에게 ‘중도해지’를 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거나 ‘PC웹’을 이용하거나 고객센터에 문의해야 한다는 사실을 충분히 알리지 않았다는 게 공정위 지적입니다.

카카오엔터는 다소 억울하다는 반응입니다. 공정위 조사 이전에도 '웹 FAQ'나 '결제 전 유의사항' 등을 통해 중도해지 안내·고지를 충분히 했고, PC웹에서 뿐 아니라 고객센터를 통해서도 중도해지를 지원했다는 해명입니다.

카카오엔터는 공정위가 2021년 1월 조사를 착수하자 같은 해 7월 해지신청 관련 용어를 명확히 바꾸고, 모바일 앱에서도 기능적으로 고객상담센터 연결 없이 중도 해지·환불이 가능한 기능을 구현했습니다. 구체적으로 2021년 4월 멜론앱에, 5월에는 삼성뮤직앱·카카오톡앱에 중도해지 기능을 구현했습니다.

서비스(계약) 해지 방법에 대해 사전에 소비자들에게 제대로 알렸는지 여부는 규제 당국과 제재를 받는 사업자 간 입장이 충분히 엇갈릴 수 있는 사안입니다.

이번 공정위 제재를 두고 의아한 점은 다른 데 있습니다. 소비자 입장에선 잔여 구독기간에 대한 구독료를 돌려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중도해지'가 '일반해지'에 비해 유리한 게 사실입니다. 반면 사업자 수익에는 당연히 불리하겠죠. 그래서인지 대부분의 사업자들이 '중도해지'에 소극적입니다.

현재 국내 서비스 중인 음원 플랫폼과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등 구독 기반 서비스들을 보면 중도해지 자체는 가능하지만, 고객센터를 통해서만 처리가 가능한 상황입니다. 상당수가 앱이나 웹에서 ‘중도해지' 기능을 지원하지 않고 있습니다.

여기서 중도해지 기능을 제공한다는 것은 '버튼'만 누르면 해지를 신청할 수 있는 것을 의미합니다. 멜론 경쟁사인 유튜브 뮤직과 국내 다른 경쟁 플랫폼사도 즉시 환불 받는 중도해지를 하려면 고객센터를 통해서만 진행해야 합니다. 가령, 유튜브 뮤직은 일반해지만 신청이 가능하고, '즉시 환불받고 혜택을 종료하려면 유튜브 지원팀에 문의하시길 바랍니다'라는 안내문구만 제공되죠. 환불을 요청하려면 고객센터에 접속해 환불을 요청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따릅니다.

OTT의 경우 지난 2021년 공정위가 주요 6개 업체 불공정 약관을 시정조치하면서 결제일로부터 7일 이내 해지할 경우 환불받을 수 있게 됐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고객센터를 거쳐야 하는 불편함이 있습니다. 가령 넷플릭스는 '멤버십 해지'가 앱이나 웹에서 쉽게 신청할 수 있지만, 즉시 멤버십을 해지하고 환불을 신청하려면 고객센터를 통해 전화나 채팅으로 문의해야 합니다.

멜론 로고(사진=멜론) *재판매 및 DB 금지


이런 상황에서 정작 모바일 앱에서 쉽게 중도해지를 받을 수 있도록 기능을 구현하는 등 소비자들에게 유리한 환불정책을 선도적으로 도입한 멜론(카카오)만 타깃이 된 형국입니다. 빠르게 시정조치도 완료했는데 경고조치가 아닌 과징금을 1억원 가량 매긴 것도 공정위 제재가 과도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이번 공정위 제재가 지난 2022년 10월 카카오 서비스 먹통 사태 이후 이어져온 '카카오 손보기'의 연장선상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습니다.

지난해 10월 공정위는 카카오 택시 운영사인 카카오모빌리티가 우티·타다 등 경쟁사 가맹 택시에 배차를 막은 '콜 차단' 행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습니다. 금감원도 카카오모빌리티가 가맹 택시 자회사와 맺은 계약이 ‘매출 부풀리기’라고 보고 조사를 진행 중입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카카오 경영진이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과정에서 SM 주가 시세조종을 했다는 혐의를 받으면서 카카오는 사상 최대 위기에 직면했습니다.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 대표 등 일부 경영진이 배임 혐의로 구속됐으며, 김범수 창업자 역시 검찰 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지난해 11월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카카오의 택시 횡포가 매우 부도덕하다"며 직접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그러자 카카오가 바짝 엎드렸습니다. 김범수 창업자는 '경영쇄신위원회'를 출범해 경영 쇄신 전면에 나섰고 외부 감시기구인 '준법과신뢰위원회'를 출범시켰습니다. 계열사 경영진들이 모여 경영 현안을 논의하는 비상경영회의도 수차례 주재했습니다. 직원들과 간담회에선 "카카오 이름까지 바꾸겠다"는 각오를 드러내며 인적 쇄신 계획 및 경영쇄신안을 발표했습니다.

김 창업자가 약속했던 카카오 쇄신은 하나둘씩 구체적으로 실행되고 있습니다. 카카오 본사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등 주요 계열사 CEO를 모두 교체했습니다.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도 흘러나오면서 연일 곤두박질쳤던 카카오 주가가 모처럼 훈풍을 타고 있습니다.

이번 공정위의 조치에 이목이 쏠렸던 건 사정 대상 기업으로 카카오를 바라보던 현 정부의 기조 변화 여부 때문일 것입니다. 조금이나마 숨통이 트이나 싶었던 카카오가 지속되는 정부의 옥죄이기 속에서 순탄하게 혁신을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eschoi@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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