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산' 연상호 "가족 이야기, 불편하지만 혐오스럽지 않게 보려두려는게 핵심과제" [인터뷰M]
넷플릭스 시리즈 '선산'으로, 이번에는 너무나 한국적이고 현실적인 가족 이야기로 돌아온 연상호 감독을 만났다. 이번에 연상호 감독은 연출이 아닌 기획과 각본으로 참여해 자신의 실사 영화 '부산행' '염력' '반도'의 조감독으로 오랫동안 손발을 맞춘 민홍남 감독과 함께 작업을 했다.
연상호 감독은 "민감독과 7년 넘게 작업을 했다. 제 첫 실사 영화가 '부산행'이었는데 당시 저는 실사를 어떻게 찍을지 몰랐는데 조감독인 민감독이 전체 프로덕션을 관장하는 역할을 했다. 워낙 준비도 잘하고 경험도 많아서 프로덕션에 있어서 전혀 걱정이 없게 하는 분이었다."라고 민홍남 감독을 칭찬했다.
그러며 "이 작품의 대본을 쓸 때도 민홍남 감독과 함께 했는데 처음부터 이 작품의 어떤 씬이 뭘 보여줘야 하는지를 긴 시간 동안 이야기했다. 대부분 감독과 작가가 다른 경우 대본을 보고 작품을 준비하게 되는데 이번에는 대본이 없는 상황부터 둘이 함께 고민했기에 현장이 너무 좋았다. '선산' 같이 자연환경이 많이 나오는 작품은 시간과의 싸움이 크다. 그런 상황에서도 프로덕션의 문제나 흔들림 없이 해 냈다는 걸 높게 평가할 일"이라며 민감독의 데뷔작을 치켜세웠다.
존재조차 몰랐던 작은아버지의 부고로 가족 선산의 유일한 상속자가 된 서하, 하지만 자신도 상속의 권리가 있다며 등장한 이복 남동생과 함께 기묘하고 불길한 일들이 하나둘 발생한다. 설명할 길 없는 의문의 사건들이 몰고 온 불운한 기운, 그 시작에는 ‘선산’이 있었다.
연상호 감독이 이런 소재를 처음 떠올리게 된 건 한국적 정서에서 출발하는 작품을 하고 싶어서라고. 자신이 가진 재능으로 한국적이면서도 다른 색깔을 내는 분야가 어디일까 생각했을 때 사이비 종교, 선산이 떠올랐다는 그는 "선산은 이상하게 괴담과 같이 소비되는 경향이 있더라. 집안에 선산 때문에 싸움이 났다는 둥, 선산 때문에 이런 일도 있었다는 둥. 그래서 재미있는 소재라 생각했다. 선산은 가족에 대한 통념, 최초의 사회와 벗어나서 재미있는 소재더라."라며 이 둘을 합쳐 자신만의 독특한 이야기를 만들기로 했음을 밝혔다.
연상호 감독이 생각한 가족은 어떤 의미였을까? 그는 "가족은 이성적으로 판단하기 힘든 개념이다. 어떤 면에서는 종교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런 면에서 무속적인 이미지를 더했고 결과적으로 업보, 액막이, 죄의 대물림 같은 단어들이 무속의 이미지와 잘 맞아떨어지더라."라며 이번 '선산'이라는 작품 속에 무속신상을 도입시켜 오컬트적인 분위기를 냈던 이유를 설명했다.
어떤 이야기이건 가족은 항상 등장한다. 하지만 이번에 특별히 깊게 가족에 대해 생각하는 작품을 해보고 싶었다는 연상호 감독은 "지금 같은 거대 이데올로기가 아니라 부족 이데올로기의 세상, 인간이 최초로 만나는 가족이 바로 최초의 사회 아니겠나. 아주 작은 이데올로기가 많이 나타나는 작은 세상에 대한 이야기를 되짚어보고 싶었다."며 여러 결의 가족 이야기를 버무린 '선산'의 탄생 배경을 밝혔다.
그런 의도 때문인지 '선산'에 등장하는 인물이나 가족들은 모두 정상적이지 않다. 대학에서 시간강사로 일하는 윤서하와 남편 양재석, 그리고 최성준과 그의 아들, 이 둘과 관련 있는 박상민, 윤서하와 김영호, 건물주와 그의 딸까지 하나같이 이성적으로 판단하기 힘든 상황이면서도 한편으로는 납득이 가는 관계로 뭉쳐진 가족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설정의 가족을 만들어 놓은 연상호 감독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여기저기 틀 수 있겠다 생각 들어서 전개의 원동력이 되었다."며 후반의 결정적인 반전까지 끌고 갔던 이유를 "이 작품의 핵심적인 질문이었다. 가족이라는 게 과연 어떻게 들릴지 궁금해서 극단적인 설정을 만들었다"며 밝혔다.
'선산'까지 무려 김현주와 4번째 작품을 하는 연상호 감독이다. 어떤 매력이 있어서 계속해서 김현주와 작업을 하는 걸까? 그는 "늘 알고 있던 것과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게 신선하고 좋았다. 작품의 공개 시기가 의도치 않게 연달아 붙었는데 이번에도 김현주의 다른 모습을 본 느낌이다. 김현주가 그동안 정의로운 이미지였는데 이번에는 지질하기도 하고 욕망을 드러내는 모습을 잘 보여줬더라."라며 이유를 밝혔다.
김현주와 직전의 드라마 '트롤리'에서 남편으로 연기했던 박희순도 출연하는데 "제 의견이 아닌 민홍남 감독의 의견으로 캐스팅된 것. 캐릭터 이미지와 가까워서 캐스팅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굉장히 아이디어가 많은 배우였다. 박상민과의 관계에 대해 경찰 내에서 인원감축을 한다는 설정을 아이디어로 주더라. 그게 제 이 작품에서 하고 싶었던 본질과 맞았고 그 설정의 덕을 많이 봤다. 이번 기회를 통해 박희순에게 더 신뢰가 쌓였다."며 박희순을 칭찬했다.
'선산' 초반 김현주의 남편 역할로 '더 글로리'에서 호연을 펼친 박성훈이 등장한다. 연상호 감독은 "너무 연기를 잘하더라. 나중에 시체 더미를 봤는데 더미까지 연기한다는 느낌이 드는 배우였다. 본을 뜨는데도 어떤 표정을 해줘야 더미에서 느낌이 살아나는데 그런 맥락에서 너무 잘 표현을 해줬다. 이 작품 촬영 이후 '더 글로리'를 봤는데 박성훈이 잘 된 건 필연이라는 생각이 들더라. 지명타자로 나와서 안타를 날려준 느낌"이라며 특별출연을 한 박성훈에 대한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
오컬트 장르라 생각해 뭔가 충격적인 이야기를 기대했을 시청자도 있을 텐데 이에 대해 연상호 감독은 "여전히 늘 작품에 대해 격렬한 이야기를 할 수 있다면 그건 좋은 작품이라 생각한다. '선산'을 보고 가족이라는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으면 좋겠다. 개인적으로는 해외의 반응이 가장 궁금하다. 선산이라는 게 해외에는 많지 않은 개념이라 어떻게 이해할지 궁금하다. 또한 대중에게 나가는 작품으로서 불편한 질문이지만 혐오스럽지 않게 보여주려는 게 핵심과제였다. 너무 통념과 벗어난 진실이 나오는데 충격을 위한 설정이 아니라 받아들일 수 있는 상태로 어떻게 나오게 할지가 제작진의 가장 큰 이슈였다."며 작품 결말을 시청자가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해했다.
iMBC 김경희 | 사진제공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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