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AI와의 삶` 원년] 신약개발부터 진단·맞춤치료까지… AI發 `바이오빅뱅` 시작됐다
348억 들여 5년간 플랫폼 구축
신약 개발 가속화 사업단 신설
구글·MS 등 AI 생명공학 공략
사진보며 암진단 기술 등 개발
AI(인공지능) 경쟁에 세계 각국과 기업들이 뛰어든 가운데 국가 간 의료산업 AI 기술 경쟁 또한 치열해지고 있다. 이 가운데 우리 정부도 신약 개발 경쟁력을 퀀텀점프 시키기 위해 투자를 쏟아붓는다.
최근 정부는 신약개발을 위해 '연합학습 기반 신약개발 가속화 프로젝트' 사업단을 신설하기로 했다. 한국형 AI 신약개발 플랫폼을 구축하고 응용 사례를 제시해 국내 제약산업의 AI 기반 신약개발 생태계를 키운다는 구상이다.
사업단은 연합학습을 위한 플랫폼을 구축·개발하며 신약개발 데이터 활용·품질관리 등의 업무를 담당하게 된다. 사업기간은 올해부터 2028년까지 5년이며 총사업비는 348억원에 달한다.
이와 함께 정부는 2029년까지 1000억원 이상을 투입해 '합성생물학' 기술혁신을 위한 핵심 인프라인 바이오파운드리 구축에 나서기로 했다. 바이오파운드리를 공공시설로 만들어 국내 연구자들의 실험 자동화, 고속분석 등 R&D(연구개발)를 돕는다는 계획이다. 합성생물학은 생명과학에 공학적 개념을 도입해 DNA, 단백질, 인공세포 등 생명시스템을 설계·제작하는 기술이다. 기존 석유화학 중심의 제조산업을 친환경 바이오제조 기반으로 대체하는 등 미래 바이오경제를 이끌어갈 핵심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바이오파운드리는 합성생물학 기술 혁신 가속화를 위한 핵심인프라 중 하나로 AI, 로봇기술을 접목해 합성생물학의 전 과정을 자동화·고속화하는 인프라로, R&D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
이처럼 정부가 AI 신약개발 투자를 확대하는 이유는 이 시장에서 자본과 투자규모 열세를 뒤집을 수 있는 키라고 보기 때문이다.
최근 글로벌 기업들도 AI 신약개발을 위해 천문학적인 돈을 투자하고 있다.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는 최근 신약 개발을 위한 생성형 AI 플랫폼 '바이오니모'를 고도화해 AI 신약개발을 뒷받침하겠다고 발표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최고경영자)는 이달초 미국에서 열린 바이오 투자행사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JPMHC)' 기간에 바이오 AI 스타트업 리커전와 비공개 대담을 열고 신약개발 분야에 막대한 투자를 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황 CEO는 "AI를 활용한 생명공학 기술은 이제 가장 유망한 산업 중 하나가 될 것"이라며 "신약 개발은 물론 DNA 구조와 수술실 데이터까지 모두 AI와 만나고, 모든 실험은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수행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엔비디아는 지난해 7월 AI 신약개발사 리커전에 5000만달러(약 671억원)를 투자했다. 자사의 생성형 AI 플랫폼 '바이오네모'를 고도화해 다수의 AI 신약개발 기업과도 협업하고 있다.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 기간에 아마존은 만성질환 관리 분야로 진출하기 위해 디지털 건강 분야의 강자인 오마다(Omada Health)와 공동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헬스케어 분야로의 진출을 선언했다.
비보다인(Vivodyne)의 아브라함 하이페츠 CEO는 "기술 기업과 제약 기업의 협력이 독특한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구글도 지난해 5월 게놈 분석 및 단백질 모델 예측에 특화된 클라우드 기반 AI 솔루션 2종을 내놨다. 당시 슈에타 마니아 구글클라우드 생명과학 전략 및 솔루션 부문 디렉터는 "새로운 AI 솔루션은 신약 개발을 가속하고 치료제가 더 빨리 시장에 나올 수 있게 도와 생명과학 분야를 혁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지난 7일 구글이 설립한 신약 개발 기업 아이소모픽은 글로벌 제약사 일라이릴리 및 노바티스와 저분자 화합물 신약 연구·개발을 위한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규모만 각각 17억 달러(약 2조2300억원)과 12억 달러(약 1조570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9월 MS는 디지털 병리 솔루션 및 임상 AI 분야 선두 기업 페이지(Paige)와 AI 암 진단모델 구축을 위해 손을 잡았다. 이미 여러 암 종류에 대한 50만 개의 슬라이드와 10억 개 이상의 이미지로 초기 암 진단 모델을 개발한 페이지는 MS의 방대한 AI 컴퓨팅 능력을 활용해 세계 최대 규모의 암 진단 AI를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MS는 또 지난해 4월에 건강 소프트웨어 회사 에픽과 손잡고 챗GPT를 활용해 환자들과 메시지를 주고받는 챗봇을 구축했다. 제약사 노바티스와는 AI 혁신연구소를 설립하고 세포·유전자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새로운 단백질을 생성하는 AI '에보디프'도 공개하기도 했다.
글로벌 빅파마 베링거인겔하임은 지난해 IBM과 새로운 치료용 항체 후보물질을 발굴하기 위한 플랫폼 개발 협약을 체결했다. IBM이 개발한 AI 모델에 자사의 데이터를 결합해 신규 항체치료제를 발굴·개발한다는 방침이다. IBM은 표적 친화성을 가진 바이오의약품과 저분자화합물을 생성하는 AI 모델을 보유하고 있다.
제약바이오 업계 한 관계자는 "올해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 중요한 화두 중 하나가 신약개발 AI였다"며 "올해가 제약·바이오 산업에서 AI의 영향력이 본격적으로 커지는 해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강민성기자 km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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