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엔 날개 없네" 홍콩 ELS 손실률 60% 목전, 투자자들 '발 동동'

5대 은행서 새해 들어 2296억원 원금 손실
홍콩H지수 급락 원인...향후 손실 규모 불어날 가능성 높아
손실률 60% 수준까지 오르면 상반기에만 원금손실 6조원 넘어설 수도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 기초주가연계증권(ELS) 피해자모임이 1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손팻말을 들고 보상을 촉구하고 있다. 2024.1.19/뉴스1

[파이낸셜뉴스]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가 연일 하락하면서, 최근 만기 도래한 홍콩H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의 원금 손실률이 최고 56.1%까지 치솟았다. 5대 은행이 판매한 홍콩H지수 ELS에서만 올해 들어 약 2300억원의 원금손실이 확정됐다. 홍콩H지수 급락이 원인으로, 향후 투자자 손실이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21일 은행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에서 판매된 홍콩H지수 기초 ELS 상품에서 올해 들어 지난 19일까지 2296억원의 원금 손실이 발생했다. 앞서 지난 8일부터 5대 은행에서 첫 원금 손실이 확정됐는데, 11일 만에 손실액이 2000억원을 넘어섰다.

이 기간 만기 도래한 원금 약 4353억원 중 2057억원만 상환됐으며, 전체 손실률은 52.8%(손실액 2296억원)로 나타났다. 만기 일자마다 다르지만 일부 상품에서는 지난 17일 56.1% 손실률도 확인되는 등 손실률이 점차 커지고 있다.

홍콩H지수 기초 ELS에서 잇따른 원금 손실이 발생하는 원인으로는 상품이 판매된 2021년 이후 홍콩H지수가 급락한 것이 꼽힌다. 통상 ELS는 기초자산으로 삼은 지수 등에 연계돼 투자수익이 결정된다. 6개월마다 기초자산 가격을 평가해 조기상환 기회를 주고, 만기 시 기초자산 가격이 일정 기준을 밑돌면 가격 하락률만큼 원금 손실이 일어나는 구조다.

홍콩H지수는 2021년 2월 1만2000선을 넘어섰으나 그 해 말 8000대까지 떨어진 뒤 현재 5100대까지 내렸다. 2022년 10월 말에는 5000선이 무너지기도 했다.

향후 손실 규모는 더 불어날 가능성이 높다. 홍콩H지수가 고점이던 2021년 판매된 상품들의 만기가 올해부터 속속 돌아오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15일 기준 홍콩H지수 기초 ELS 총판매 잔액은 19조3000억원으로, 이 중 15조9000억원을 은행에서 판매했다.

전체 잔액의 79.6%인 15조4000억원의 만기가 올해 도래하는데, 올해 상반기(1분기 3조9000억원·2분기 6조3000억원)에 만기가 집중돼 있다. 올해 상반기 홍콩H지수가 2021년 상반기의 65∼70% 수준은 돼야 원금손실을 피할 수 있지만, 2021년 상반기 홍콩H지수가 종가 기준으로 대략 1만340∼1만2229대 범위에서 움직였고 현재는 5000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홍콩H지수가 큰 폭으로 반등하지 않는 한 원금 손실이 불가피하다. 손실률이 60% 수준까지 오른다고 하면, 5대 은행에서 판매한 홍콩H지수 관련 ELS의 원금 손실 규모는 상반기에만 6조원을 넘어설 가능성도 있다.

금융당국은 홍콩H지수 연계 ELS 주요 판매사 12곳(KB국민·신한·하나·NH농협·SC제일은행, 한국투자·미래에셋·삼성·KB·NH·키움·신한투자증권)에 대해 현장검사를 실시하고, 불완전 판매 여부 등을 파악한다는 계획이다.

yesji@fnnews.com 김예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