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업체 로비스트’ 된 전직 장성… 대법은 왜 ‘무죄’ 판단했을까

김혜리 기자 2024. 1. 21.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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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경영과 관련된 포괄적 자문 계약
공무원 직무 관련되도 처벌 불가 판단
서울 서초구 대법원 전경. 경향신문 자료사진

회사 경영과 관련된 포괄적인 자문 계약은 공무원의 직무와 관련한 것이라 하더라도 알선수재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구체적 현안의 해결을 전제로 하지 않았다면 일반적인 자문 업무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대법원이 알선수재죄의 구체적인 판단 기준을 제시한 것은 처음이다.

대법원 3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1일 밝혔다.

A씨는 1975년부터 33년간 복무한 육군 장성 출신으로, 국방부 전력지원관리실장을 지냈다. 그는 2015~2016년 B방산업체로부터 ‘회사 애로사항을 군 관계자에게 설명할 수 있도록 기회를 마련해달라’는 요청을 받고 자문계약을 맺어 5600여만원을 받았다. A씨는 C방산업체에도 “나를 고문으로 해주면 군에서 C사의 제품을 잘 활용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고 독촉해 고문계약을 맺고 1900여만원을 받았다.

1·2심은 A씨의 알선수재죄 혐의를 전부 유죄로 보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현행법은 공무원의 직무에 속한 사항을 알선해주는 등의 대가로 금품이나 이익을 수수·요구하거나 약속하면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1·2심 재판부는 “군 관계자들의 직무에 속하는 사항에 관해 알선한다는 명목으로 돈을 수수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며 A씨가 B·C사와 맺은 고문·자문계약은 알선수재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구체적 현안을 전제하지 않고, 업무의 효율성·전문성을 위해 자문계약을 체결한 경우라면 알선수재가 아니라 통상의 노무제공 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A씨가 B사와 맺은 계약은 B사의 사업 전반에 관한 것이라 구체적인 현안의 해결을 염두에 뒀다고 보기 어렵고, 그 대가로 받은 금액도 일반적인 자문계약의 보수액에 해당한다고 했다.

대법원은 이번 판결에서 특가법상 알선수재죄의 구체적인 판단 기준을 처음으로 제시했다. 구체적 현안이 존재하는지, 지급하는 보수가 ‘중개적 행위’에 대한 대가 명목인지, 액수가 사회 통념상 일반적인 수준인지, 보수가 정기적·고정적으로 지급되는지 등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공무원의 직무에 속하는 사항에 관해 자문계약을 맺고 그 대가를 받았다고 해서 곧바로 특가법상 알선수재죄가 성립하지는 않는다는 점을 명시한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김혜리 기자 ha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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