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한가 찍더니 "그대로 반납"…한미사이언스, 다시 급등락 반복?

이창섭 기자 2024. 1. 21.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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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사이언스, 최근 3 거래일 연속 큰 폭으로 하락
경영권 분쟁 이슈로 주목받아 한때 상한가 갔지만…상승분 그대로 반납
당분간 주가 급등락 반복할 수도…2020년 한진칼 사태 재조명

한미그룹 내 경영권 분쟁 이슈가 터지면서 지주사 한미사이언스 주가가 롤러코스터를 탔다. 주가 상승으로 인한 수익 실현을 기대한 개인 투자자가 몰리면서 회사 주가는 한때 상한가를 기록했다. 그러나 3 거래일 연속 급락하면서 상승분을 대부분 반납하고 말았다. 경영권 분쟁 이슈가 지속된다면 2020년 한진칼처럼 한미사이언스 주가도 향후 지속적인 변동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한미그룹 지주사 한미사이언스 주가가 최근 급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한미사이언스 주가는 이날 전일 대비 3400원(7.66%) 내린 4만1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전날에는 주가가 전 거래일보다 5450원(10.93%), 지난 17일에는 6350원(11.30%) 하락했다.

3거래일 연속 급락으로 한미사이언스 주가는 그간의 상승분을 거의 반납했다. 회사 주가는 지난 12일 1100원(2.95%) 상승을 시작으로 3 거래일 연속 상승했다. 15일에는 4900원(12.76%), 이튿날에는 1만2900원(29.79%)이 올라 상한가를 기록했다. 이때 52주 최고가도 경신했다.

한미사이언스 주가의 급격한 변동은 경영권 분쟁의 불확실성 때문이다. 경영권 분쟁이 지주사 주가를 크게 올릴 것이라는 기대감과 오너가 싸움이 금방 끝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혼재된 상태다.

앞서 오너가 임종윤(장남)·임종훈(차남) 한미약품 사장이 OCI와의 통합에 반발하면서 한미그룹 안에서 경영권 분쟁이 터졌다. 장·차남이 어머니 송영숙 한미그룹 회장과 장녀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전략기획실장, 그리고 OCI그룹에 맞서는 형국이다.

일반적으로 경영권 분쟁이 터지면 기업 주가는 오르는 경향이 있다. 경영권을 차지하기 위해 지분율 경쟁을 벌이기 때문이다. 지난 12일 송 회장과 임 실장은 OCI홀딩스에 한미사이언스 주식을 넘기는 주식매매·현물출자 계약을 체결했다. 이로써 OCI홀딩스는 지분율 20.32%를 차지해 한미사이언스 최대 주주에 올랐다. 이에 맞서는 임 형제의 지분율은 20.47%로 팽팽한 상황이다. 양측이 지분율 싸움을 벌인다면 주가가 급등할 거란 계산이 깔리면서 수익 실현을 기대한 개인 투자자가 많이 몰렸다.

하지만 양측의 분쟁이 격화할지는 예측하기 힘들다. 임종윤 사장은 지난 17일 OCI와 한미의 통합에 제동을 걸기 위해 법원에 신주 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출했다. 그러나 한미그룹은 "대주주 가족 간 이견이 있을 수도 있지만 적법한 이사회 의사 결정으로 진행됐다"며 통합 무산 가능성을 일축했다. 법원의 가처분 신청 인용 가능성도 매우 낮을 것이라는 게 한미그룹 측 설명이다.

임종윤 사장이 앞으로 열릴 임시·정기 주주총회에 대비해 지분을 매입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임종윤 사장이 최대 주주로 있는 디엑스브이엑스(DxVx)가 최근 250억원 규모의 CB(전환사채) 발행을 준비한다고 알려져 한미사이언스 지분 매입을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해석까지 나왔다. 다만 Dx&Vx 측은 운영 자금 확보를 위한 일상적인 재무 활동이라며 타기업 지분 확보 용도로 활용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임종윤 사장 측은 "표대결까지 간다면 우호지분 확보를 위해서는 3년동안 충분히 준비해 놓은 상태"라고 주장했다. 여기에 한미그룹은 3월 이전에 임시 주주총회가 열릴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처럼 한미그룹 경영권 분쟁의 행방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한미사이언스 주가는 널뛰기를 반복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표적인 사례가 2020년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 당시 급등과 급락을 반복한 지주사 한진칼이다. 연초 4만원대였던 한진칼 주가는 그룹 내 경영권 분쟁이 심화하자 그해 3월, 8만4000원까지 2배가량 뛰었다. 이후 갈등이 잦아들면서 4만1000원까지 내려가 상승분을 모두 반납했다. 하지만 한 달 뒤 한진칼 주가는 상한가를 기록하며 연중 최고치인 10만9500원까지 급등했다.

업계 관계자는 "한진그룹 사태 때도 주가가 강력한 급등 후 하한가 수준으로 밀려났지만 곧 신고가를 찍었다"며 "경영권 분쟁 이슈가 겨우 며칠 만에 종료되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유경 신영증권 연구원은 "한미사이언스는 당분간 경영권 분쟁 이슈로 인한 큰 폭의 주가 변동성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다만 임종윤 사장은 한미사이언스 이사진 및 경영진에서 물러난 상황이라 전면적인 분쟁으로 번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이창섭 기자 thrivingfire2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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