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용 1억 복제견에 장애 있으면?" 충격적인 업체의 답변

CBS 오뜨밀 2024. 1. 21.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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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제견, 탄생부터 '대리품', '상품'인 생명
늘어난 반려인구, 1300-1500만까지 달해
반려동물 잃은 슬픔 '펫로스' 공감대 부족
반려동물과의 이별 위한 문화적 토양 필요
반려인 친화제도 운영 기업, 생산성 향상
건강한 애도? 사랑을 확장시켜가는 방식


■ 방송 : CBS 라디오 <오뜨밀 라이브> FM 98.1 (20:05~21:00)
■ 진행 : 채선아 아나운서
■ 대담 : 손희정 문화평론가, 김만권 정치철학자

◇ 채선아> 사회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일들을 문화평론가와 정치철학자의 시각으로 풀어보는 시간입니다. 손희정 문화평론가, 김만권 정치철학자, 두 분 나오셨어요. 안녕하세요.

◆ 손희정, 김만권> 안녕하세요.

◇ 채선아> 얼마 전에 복제견이 논란이 됐어요. 한 유튜버가 불을 지핀 논란이었습니다. 평소에 반려견과의 일상을 공유하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었던 유튜버거든요. 그런데 반려견이 숨지자 반려견의 DNA를 복제해서 복제견을 만들었고 그 영상을 공개한 거예요. 그런데 이 영상을 본 누리꾼들 사이에서 논란이 크게 일어나고 기사도 나고 그랬거든요. 두 분은 이 뉴스 어떻게 보셨나요?


◆ 손희정> 저 같은 경우는 집에서 고양이들이랑 같이 살고 있으니까 친구랑 얘기하다가 이 소식을 들었어요. "티코라는 강아지가 이제 복제가 됐다는데 들었냐" 반사적으로는 저희 고양이가 노령묘로 분류되는 나이가 많은 고양이들이라서 솔깃하더라고요. 그러고 나서 가만히 생각해보니까 이거 바로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니까 저 같은 경우는 반려동물 판매와 구매에도 반대를 하는 입장인데요. '복제를 한다고?'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 김만권> 옛날부터 생명 복제에 관한 이야기들이 많았잖아요. 생명 복제에 관한 본질은 누군가의 애정 때문에 다른 존재의 탄생을 유도하는 거잖아요. 시작부터 누군가의 감정을 위로하기 위한 존재로 태어나는 거잖아요. 그리고 더 나아가서 복제하는 사람들은 복제를 통해서 자신을 위로받을 수 있겠지만 만들어진 존재는 본질적으로 누군가의 대리품으로 만들어지는 존재이기 때문에 그 존재의 존재감을 우리가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 들여다봐야 되겠고요. 탄생되는 존재의 감정은 어떻게 우리가 바라봐야 되는지, 우리가 책임질 수 있는지에 대해서 생각해 봐야 되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들어서 개인적으로는 동물복제 생명복제 자체에 대해서 반대하는 편입니다.

◇ 채선아> 복제견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설명 드리면 사후 24시간 내에 피부에서 DNA를 채취한다고 하고요. 공여 받은 난자에 DNA를 넣고 이를 또다시 대리모 개 뱃속으로 넣는다고 하거든요. 이 과정에서 숨지는 개는 없었다는 게 유튜버의 해명이기도 했고요. 문제가 되는 발언은 이거였어요. "우리 티코가 다시 돌아왔다" 영상을 공개하면서 그렇게 말을 하니까 댓글에 "이 복제견은 당신이 키우던 티코가 아닙니다" 라는 글이 가장 많았거든요. 그래서 유튜버도 "나도 티코하고 동일시하고 있지 않다. 그리고 티코의 복제 과정에서도 사망한 개는 한 마리도 없었다"라고 해명했어요.


◆ 손희정> 키우고 있는 반려동물의 DNA를 채취하는 것까지는 어떤 착취가 일어났다고 보기 어려울 수 있지만 난자를 공여받는 과정, 대리모 견이 출산을 하게 하는 과정이 다 동물 착취거든요. 난자 공여를 누가 하는가라고 한다면, 식용견 사육소 같은 데서 강아지들을 데리고 와서 난자를 채취하기 때문에 과정마다 착취가 있어요. 그래서 죽지 않았다고 하는 건 충분한 변명이 안 된다고 생각해요.

◆ 김만권> 실제로 한 마리의 복제견이 태어나기 위해서 20마리의 난자 채취견이 필요하다고 하고, 때로는 그보다 더 필요할 수 있는 거죠. 이 유튜버는 "내가 결코 복제 티코를 티코와 동일시하고 있지 않다"라고 말했지만 제가 묻고 싶은 건 '동일시할 필요가 없다면 왜 굳이 티코를 복제했느냐?'라고 묻고 싶은 거죠. 티코가 아닌 다른 고유한 존재로서 그냥 받아들이면 되는데 왜 굳이 이 어렵고 복잡하고 비싼 과정 절차를 거쳐서 복제해야 하는가? 우리가 질문할 수 있고요.

더 나아가서 자신의 행위를 통해서 사랑하는 존재를 되찾은 것이라고 주장할 수 있겠지만 티코의 복제견이 8천만 원에서 1억 2천만 원 정도 든다고 하거든요. 그걸 만들어서 제공하는 입장에서 보면 이 복제견이라는 생명 자체가 상품으로 출발하는 거거든요.

◆ 손희정> 티코를 복제한 회사의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그런 Q&A 내용이 있다는 거예요. "복제를 했는데 그 강아지한테 장애가 있다. 그럼 어떻게 하느냐?" 그랬더니 "납품을 했는데 하자가 있을 경우에는 다시 반품한다"라는 식의 표현과 설명이 있는 거죠. 이 건강해 보이는 두 마리의 복제견이 등장하기 전까지 착취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또 다른 과정이 어떻게 생겼는지 알 수 없다는 걸 고민해 볼 수 있고요.

저는 기본적으로 동물을 복제한다는 게 종차별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인간 복제라고 생각하면 우리가 이렇게 쉽게 공감하고 얘기 못할 거거든요. '복제된 그 생명의 정체성을 어떻게 얘기할 것인가?'라는 고민이 딱 들어갈 수밖에 없는데 '반려동물 죽는 건 너무 고통스럽지. 동물은 복제할 수 있어'로 바로 가는 건 오히려 동물에 대한 차별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 채선아> 동물 복제하는 회사에 반대하는 단체에서 이런 말을 했어요. "우리가 개를 사랑하는 건 유전적인 특성이 아니라 함께했던 시간과 기억 때문이다. 추억까지 복제할 수 없다." 너무 공감이 되더라고요.

오늘 저희가 본격적으로 얘기해볼 주제는 사실 펫로스거든요. 펫로스는 반려동물이 세상을 떠났을 때 느끼는 상실감이나 우울감을 느끼는 상태를 말하는데요. 이 유튜버도 펫로스를 겪다가 복제견까지 생각하게 된 거라고 밝혔어요. 2022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반려동물 양육 가구 비율이 25.4%래요. 그러니까 4분의 1은 키우고 있다는 거거든요. 그런데 이 사람들이 키우던 반려동물을 떠나보냈을 때 절반 가량은 우울증은 물론이고 공황장애를 앓거나 사회 불안장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불면증에 시달린다고 하거든요. 이 정도면 정말 가족을 잃은 것 같은 큰 충격인데 아직 그 충격을 사회적으로는 잘 인정 받지 못하는 것 같아요.


◆ 손희정> 펫로스 같은 경우에 인정받지 못한 슬픔, 박탈당한 애도라고 불리기도 하거든요. 요즘에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인구가 많아져서 펫로스를 다 이해할 거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개인적인 경험을 돌아보면 "(반려동물들) 너무 오래 살아" 같은 얘기도 들은 적 있어요. 그게 너무 큰 상처여서 몇 달 전 일인데 자꾸자꾸 생각이 나요. 내가 함께 살고 있는 나의 동물 가족을 내 가족으로 인정해 주지 않는다는 게 너무 큰 상처가 되더라고요.

◇ 채선아> 그렇죠 "부모가 돌아가신 것도 아니고 개가 사망한 건데 뭘 그런 거 가지고 그래" 아니면 "다른 개를 입양하면 되잖아" 이런 식으로 쉽게 조언하는 경우도 많은 것 같아요.

◆ 김만권> 실제로 개나 고양이나 자기가 기르던 반려동물을 잃은 사람들이 그 이후에 겪는 감정들을 연구로 한 것들이 몇 개 있더라고요. 경북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의 정운선 교수님 연구팀이 국제학술지에 실은 최근 발표한 논문을 보면, 반려동물을 잃은 사람들이 상당수가 복합적인 슬픔 그리고 우울, 불안, 불면 등을 경험하고 있고요. 심지어 정신과적인 개입이 필요한 경우도 많다고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전체의 절반 이상이 중증도 기준점인 25점을 초과했다라고 이야기하고 있고요. 52% 정도는 주요 우울증 판단 기준인 10점을 넘었고 범불안장애 검사에서도 40%가 10점 이상을 넘어갔다라고 이야기하고 있거든요.

펫로스로 인해 우울이나 불안을 호소할 수 있다는 결과가 과학적인 연구를 통해서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주목을 해봐야 하고요. 특히 우리나라 네 가구 중에 한 가구 이상이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잖아요. 인구 수로 따져보면 1,300만 명에서 1,500만 명 정도가 반려동물과 같이 살고 있다고 이야기하거든요. 반려동물이 아주 일반화되어 있고 가족처럼 받아들여지는 분위기잖아요. 특히 1인 가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이 부분에 대해서 좀 주목해서 봐야 되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듭니다.


◇ 채선아> 엠브레인에서 조사한 건데 2021년 6월 25일부터 30일 온라인에서 조사한 결과예요. 반려동물 양육자의 86%가 반려동물은 나의 가족과 다름없다고 응답했어요.

◆ 손희정> 반려인에 따라서 케이스가 다 달라서 모두 같은 마음을 느낀다고 얘기 할 수 없고 그 차이에 귀를 기울여야 된다고 생각하기도 하는데요. 나에게 전적으로 기대고 있는 생명체이고 나의 감정이 전적으로 위로받는 생명이거든요. 늘 옆에서 따뜻한 온기를 주는 존재예요. 집에 들어가면 반드시 눈을 마주치고 먹을 걸 같이 나눠 먹으면서, 그러니까 가족이 아니라고 말할 이유가 없을 뿐더러 친밀감이라고 하는 건 인간의 언어로 언어화할 수 없는 어떤 것들이거든요. 그래서 그런 마음들을 사회적으로 이해해 줄 필요가 있죠.

요즘에 회사들에서도 조금씩 반려동물 친화적인 제도들을 마련하기 시작했는데요. 반려동물이 죽었을 경우에 휴가를 준다든지, 아니면 지원금을 준다든지, 이런 제도들이 생기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이 제도의 핵심은 회사 입장에서 그 동물을 위한다기 보다는 그 동물을 위하는 제도를 통해서 업무 효율과 생산성 등을 높일 수 있다는 거예요. 그래서 감정적인 이유에서도 생산성적인 면에서도 친화적인 제도들이 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 김만권> 다양한 해외 연구들이 나와 있는데요. 반려동물 친화적으로 기업이 움직일수록 반려동물을 키우는 어떤 직원들의 생산력이나 이런 것들이 실제로 향상된다고 그래요. 반려동물을 잃었을 때 휴가를 주거나 반려동물의 보험을 들어준다거나, 미혼일 경우에 반려동물을 키우면 심지어 양육수당도 준다고 그러거든요. 한 달에 5만 원씩 주는 데가 있고 하더라고요. 이런 식으로 배려할 때 오히려 직원들은 '내가 회사로부터 배려받는구나'라는 느낌을 받을 거 아니에요. 그러면 오히려 회사에 대한 애사심도 생기고 생산성도 올라간다고 하니까 우리가 생명을 다루는 일을 효율적인 측면에서만 설명할 수는 없지만 효율적인 측면에서도 오히려 더 좋다. 그러니까 우리가 이걸 배려하는 것들이 정당성의 측면에서도 효율성의 측면에서도 좋지 않은가.


◇ 채선아> 애도의 얘기로 넘어가 보자면 우리 삶에서 의미 있는 존재가 세상을 떠났을 때 우리가 어떻게 애도를 할 것인가. 어떻게 하면 건강하게 애도의 시간을 잘 보낼 수 있을까요?

◆ 손희정> 애도는 어떻게 해도 건강할 수 없는 거 아닌가? 이런 생각도 드는데요. 사실 한국에서 펫로스 문제가 점점 심각해지고 있는 이유 중의 하나는 반려인들이 반려동물과의 이별을 충분히 준비할 수 있는 문화적 토양이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한 조사에서 반려동물을 잃은 응답자들한테 "펫로스 증후군을 극복하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게 뭐라고 생각하냐" 물었을 때 첫 번째로 꼽은 것이 충분한 애도, 추도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 그게 25.1%였다고 하고요.

또 펫로스 방지 교육 프로그램이 있었으면 좋겠다. 그러니까 너무 이별에 대한 준비나 이해가 없다는 것 또 한편으로는 반려동물이 세상을 떠났을 때 어떻게 장례를 치러야 되는지에 대한 기본 정보도 우리가 너무 모른다는 거죠. 반려 문화가 확대되는 와중에 상실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정보가 공유되고 마음이 나눠졌으면 좋겠어요.

◆ 김만권> 만약에 반려동물을 식구라고 여긴다고 한다면 동물과 사람이 정말 크게 다를까 싶어요. 그래서 건강한 애도란, 어떤 존재에 대한 사랑을 다른 존재에게 옮겨놓을 줄 아는 거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이 말이 떠난 존재에 대한 사랑을 끊으라는 말도 아니고 '사랑은 움직이는 거야' 이런 말도 아니고 누군가를 향한 사랑이 다른 대상에게 확장되는 것. 그러니까 사랑했던 사람이나 동물을 잃었을 때 그 사랑이 다른 동물에게도 확장되어 가는 것. 그래서 떠난 존재를 잘 기억하면서도 떠난 존재에 대한 사랑을 다른 존재에게 잘 확장시켜놓는 게 건강한 애도의 방법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 채선아> 네. 여기까지 복제견 논란을 통해 우리 사회의 중요한 화두가 되고 있는 펫로스에 대해 살펴봤습니다. 손희정 문화평론가, 김만권 정치 철학자와 함께했습니다. 고맙습니다.

◆ 손희정, 김만권>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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