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성크리처' 정동윤 감독 "연출이 기대에 못 미친 부분 있어, 시즌2의 숙제" [인터뷰M]

넷플릭스 '경성크리처'를 연출한 정동윤 감독과 극본을 쓴 강은경 작가를 만났다. 정동윤 감독은 '사이코지만 괜찮아' '피고인'을 공동연출 '스토브리그' '운명과 분노'를 연출했으며 강은경 작가는 '낭만닥터 김사부' 시리즈와 '여우각시별' '가족끼리 왜 이래' '구가의 서' '제빵왕 김탁구'등의 각본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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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3~4년 사이 코로나를 겪으며 콘텐츠 시장을 둘러싼 환경이 급변하는 와중 OTT작품에 처음 도전하니 방송과 다른 점이 많았다는 정동윤 감독은 "사전제작에 익숙하지 않았고 방송이 나가기 전에 모든 작업을 끝내고 기다리는 게 낯설었다. 그런데 시즌1의 파트 2까지 공개되고 나니 후련하더라"라며 첫 OTT 시리즈를 선보인 소감을 밝혔다.

시즌1이 공개되는 동안 미국에서 현지인들의 반응을 접했다는 정동윤 감독은 "'경성크리처'라고 크리처라는 게 제목으로 나와 있었기에 장르적 접근을 바랐던 사람들이 많았던 것 같다. 그 부분에서는 기대치에 미치지 못한 게 분명하다."라고 시청자들의 반응을 짚어내며 "처음부터 크리처가 난장판을 벌이는 이야기를 기획했던 게 아니다. 경성이라는 시대적 배경에 초점을 맞춰 그 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으려 했던 것. 담백하게 담아내서 우리나라뿐 아니라 일본이나 여타 다른 국가가 어떻게 바라볼지를 지켜보자는 생각을 했었다."며 기획의도를 밝혔다.

'경성크리처'가 공개된 이후 해외에서 큰 반향이 오고 있는 것에 대해 정동윤 감독은 "미국에서 6위 안에도 들고 일본에서도 반응이 계속 뜨겁게 오고 있는 걸 보면서 우리나라 역사에 국한된 이야기인데도 그들이 생각보다 박서준-한소희 버프를 받아 관심을 가지는 것 같고 몰랐던, 알지 못했던 이야기에 대한 새로움의 반응이 있어서 감사했다."며 한 나라, 한 민족에게만 관심을 받은 게 아니라 나라와 민족을 너머 글로벌한 관심을 받고 있는 것에 대해 감사해했으며 특히나 주인공 배우들의 영향을 크게 평가했다.

정동윤 감독은 "우리나라에 했던 일본의 역사는 나치의 역사만큼 전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지 않기에 이야기의 접근 방법이 차곡차곡 밟아가는 수밖에 없었다. 그래야 우리의 세계관이나 시개정 신을 알려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제 '파친코' 같은 좋은 작품으로 우리의 아픈 역사가 슬슬 알려지고 있는 시점이기에 적어도 일본이든 외부 사람들에게 이런 이야기는 교과서적일 수 있지만 좋은 접근 방법이라 생각한다. 다음에 또 이런 이야기를 한다면 다른 접근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더라."라며 역사적 배경의 이야기를 또 만들 생각이 있음을 어필했다.

처음부터 이렇게 전 세계적인 반향을 가져올 작품을 기획했던 걸까? 그는 "처음에는 이렇게 판이 커질 건 아니었다. 제가 감독을 하며 강은경 작가를 만날 기회가 몇 번이나 있겠나. 그래서 강은경 작가님이라면 1945년의 이야기를 균형 있고 멋있게 그려주실 거라는 믿음이 있었고 작가님과의 작업이 영광이라는 생각으로 시작했던 작품"이라며 강은경 작가와 만나 경성 시대에 대한 러프한 아이디어를 이야기하며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렇게 큰 서사를 쌓아가게 된 과정을 설명했다.

물론 강은경 작가는 좋은 작품의 극본을 많이 써왔지만 특별히 어떤 점 때문에 함께 하고 싶었냐는 질문에 그는 "작가님은 어른이라 생각했다. 사람답게 사는 것에 대한 고민을 저보다 훨씬 더 많이 하시는 분이다. 그래서 인물들의 대사나 표현에 있어서 훨씬 어른스럽고 성숙한 바이브가 나왔다. 저는 아무리 상상해도 못 나올 대사가 분명 있었고 그 점이 좋아 뭉클하기도 했고 배우들의 연기가 좋다고 느껴졌다."는 말을 하며 아이들을 구출해 만두를 먹는 장면이 짧았지만 행복하게 표현되어 만족스러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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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의 또 다른 축인 크리처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크리처의 설정은 처음부터 나진이라는 기생충으로부터 시작된 것이라고. 얼음으로 가득했던 설산 밑에 있던 것으로 차가운 물에 있을 때는 활동을 못하고 불이 오면 무서워하는 것이 약점이라고 설정했단다. 기생충은 인간의 모습을 유지하는 게 목적이 아니라 생존이 목적인 생물이기에 크리처가 갈수록 알아보기 힘든 형상으로 되는 건 상처의 재생 과정에서 발생하는 모습이었다고. 유일하게 재생할 수 없는 상처는 화상으로 인한 상처라 생각했고 질소가스에 동면이 드는데 포자라는 탄저균이 나온다는 설정을 심어놨다고. 탄저도 나진도 모두 숙주가 필요하고 숙주가 있어야만 활성화된다는 원칙을 정하고 작품의 이야기를 만들었다고 한다. 촉수의 경우 기획할 때 3개부터 시작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촉수가 점점 더 많아졌다며 크리처의 모양의 변천사를 자세하게 설명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크리처가 파트 1과 파트 2에는 다르게 등장한다. 파트 1에서는 채옥이를 바라보고 자신의 딸이라는 걸 알게 되고 이후부터는 딸 찾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딸 찾기라는 설정이 들어오면서 '경성크리처'에는 모성애를 느끼는 크리처라는 독특한 설정이 생겨난다. 정동윤 감독은 "모성은 처음부터 있지 않았다. 잔인하고 무서웠는데 개인적으로 저는 오히려 이 점이 미묘하게 좋았다. 단순히 두 주인공이 괴물을 만나 다 죽이고 승리할 수 있는 건데 모성애가 투입되면서 더 복잡 미묘한 게 생겨났고 심지어 태상이도 딸을 위협하는 대상으로 보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딸이 사랑하는 남자를 공격하는 크리처의 모습을 넣고 딸이 그만하라며 울부짖는 장면을 넣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박서준, 한소희가 일제와 크리처에 대항해 참으로 힘든 액션 연기를 펼쳤었다. 정동윤 감독은 "두 배우가 많이 다치고 멍도 들었다. 열심히 해줬는데 말을 많이 하지 않았지만 서로 진심이었던 것 같다. 실제 두 배우 너무 멋있는 분들이더라. 박서준은 알수록 진국이라는 생각이 드는 친구이고 한소희는 MZ의 상징이다. 엄청 솔직하고 연기에 대한 열정이 누구보다 엄청나서 밤새도록 작품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친구였다."라며 박서준, 한소희에 대해 이야기했다.

한편으로는 두 남녀 주인공이 너무 금사빠가 아니냐는 쓴소리도 있었던 작품이었다. 정동윤 감독은 "로맨스나 사랑은 한순간에 빠지는 거라 생각한다. 그래서 채옥과 태상이 만났을 때 짧지만 뭔가를 느꼈을 것 같고 시간이 지날수록 엄마의 사연도 알게 되고 7부에서 태상이의 모습을 봤을 때 훨씬 더 사랑이 깊어졌을 것. 처음에는 외모적으로 끌렸을 텐데 뒤에는 진짜 둘의 이야기가 시작된 거라 생각한다."라며 금사빠를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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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며 "서로 다른 사람이라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비슷한 게 있다는 것. 누군가의 절박한 생존 앞에서 외면하지 못하는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되며 감정이 쌓여간다. 그 모든 걸 멜로 코드라 생각했다."라며 사랑의 보편적인 성격을 강조하며 자연스러운 설정이었다며 해명했다.

'경성크리처'에 대한 호불호 가운데 가장 아픈 지적이 아마도 700억이라는 제작비에 대한 이야기일 것. 시즌 1,2를 동시에 제작했고 무러 2년간 만들었던 작품이기에 제작비가 커지는 건 당연했겠지만 숫자만 보고 이 숫자에 걸맞은 작품이냐는 비난도 나오게 된 것. 이에 대해 정동윤 감독은 "크리처물처럼 자극적이고 언터테인한 기능도 없었다. 시작 부터 그렇게 접근했다. 이 작품에 미친 듯이 현란한 게 맞을까라는 걸 생각할 때 이보다 더 담백하고 정직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장르물을 할 기회가 또 온다면 그때 현란하게 해 보겠다."라며 장르물이라기보다는 시대물에 더 포커스를 둔 작품임을 강조했다.

시즌1이 끝나고 이제 시즌2가 올해 안에 공개될 예정이다. 시즌2에 펼쳐질 내용에 대해 정동윤 감독은 "채옥이 태상에게 '날 기억해 주겠냐'라고 말한 것과 연결성이 있다. 시즌2의 키워드는 기억, 망각, 잔재다. 어떻게 변했고 어떤 게 변하지 않았는지 봐주시고 기대해 주시면 좋겠다."라며 시즌2의 관전포인트를 밝혔다.

그러며 "시즌2가 공개되기까지 시간이 많이 주어진 건 아닌데 할 수 있는 한 보안을 할 것. 개인적으로 속도적인 부분을 시즌1보다 더 빨라질 수 있게 하는 걸 고민해야겠다 생각하고 있다. 종합적으로 연출이 기대에 못 미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복기하는데 시간이 걸리겠지만 시즌2에서 빨리 반영하는 게 가장 큰 숙제다. 거기까지 해 보도 그 이후의 피드백을 받아봐야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겠다."라며 시즌1에서의 쓴소리와 단소리를 시즌2에 최대한 반영시키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정동윤 감독은 "어릴 때 빨리 얻어맞는 게 좋다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콘텐츠 시장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데, 이런 작품에 참여한 것만으로도 감사하다"라며 시청자들의 피드백을 오히려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였다.

'경성크리처'는 시대의 어둠이 가장 짙었던 1945년 봄, 생존이 전부였던 두 청춘이 탐욕 위에 탄생한 괴물과 맞서는 이야기로 시즌1은 현재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다.

iMBC 김경희 | 사진제공 넷플릭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