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아맥 대 남돌비’, 음향전쟁의 서막…소리 들으러 영화관 간다

김은형 기자 2024. 1. 21.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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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비애트모스∙사운드엑스 등 음향 특화관 인기
메가박스 돌비 애트모스관. 메가박스 제공

지난달 말 개봉해 장기 상영에 돌입한 음악 다큐멘터리 ‘류이치 사카모토: 오퍼스’ 배급사 엣나인필름은 매주 소셜미디어에 이 작품을 상영하는 사운드 특화관 정보를 올린다. 음향 기술 기업 돌비래버러토리스의 입체 음향 포맷인 돌비 애트모스 상영관, 씨지브이(CGV)의 공간 음향 브랜드관인 사운드엑스 등이다. 스튜디오 콘서트 형식인 이 영화는 ‘코다’ ‘에이싱크’ 등 사카모토의 전작 영화들과 달리 기획 때부터 돌비 애트모스 상영을 염두에 두고 마이크 배치 등 사운드 설계를 해 개봉 초부터 사운드 특화관에서의 반응이 일반관을 압도했다.

지난해 가을 개봉한 애니메이션 ‘블루 자이언트’도 허술한 작화 방식과 재즈라는 비인기 음악 장르를 전면에 내세웠음에도 사운드 특화관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으며 관객 수 12만명을 넘기는 깜짝 흥행을 했다. 주인공이 연주하는 색소폰과 피아노, 드럼 등 트리오 앙상블의 즉흥 연주가 길게 이어지는 이 영화는 각 악기의 배치에 따른 입체적 음향뿐 아니라 연주자의 숨결까지 공연장에서 느낄 법한 생생함을 전달하면서 “반드시 돌비 애트모스관에서 봐야 한다”는 리뷰들이 길게 이어졌다.

영화 ‘류이치 사카모토: 오퍼스’ 돌비 애트모스 포스터.

아이맥스, 돌비 시네마 등 특수관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화면의 질뿐 아니라 사운드 수준도 까다롭게 따지는 관객들이 늘고 있다. 지난해 초 ‘더 퍼스트 슬램덩크’를 여섯번 관람하면서 돌비 애트모스를 선호하게 됐다는 한 20대 직장인은 “아이맥스관과 돌비 애트모스관을 골고루 가봤는데 영상도 좋았지만 농구공이 팡팡 튀면서 상대편 골대를 향해 가는 소리가 영상보다 훨씬 더 가슴 벅차올랐다”며 “그다음부터 기다렸던 영화는 돌비 시네마나 돌비 애트모스를 찾아서 보게 됐다”고 말했다. 돌비 시네마는 돌비 애트모스 음향과 색상의 선명도를 강화한 돌비 비전 영상을 결합한 형태다.

영화 ‘탑건: 매버릭’ 돌비 시네마 포스터.

최근 영화 사운드에 대한 관객들의 관심이 불 지펴진 계기는 2022년 ‘탑건: 매버릭’ 개봉 당시 펼쳐졌던 ‘용아맥’(용산 씨지브이 아이맥스) ‘남돌비’(남양주 메가박스 돌비 시네마) 논쟁이었다. 스크린 크기가 전국 최대인 ‘용아맥’파와 사운드 구현이 뛰어난 ‘남돌비’파의 싸움에서 많은 관객이 돌비 사운드에 손을 들었고 이를 계기로 ‘돌비’에 대한 선호도가 급상승했다. 지난해 11월 메가박스는 돌비 애트모스관에 붙였던 엠엑스(MX)관이라는 자체 브랜드를 떼고 돌비 애트모스관으로 공식 명칭을 변경했다. 돌비 팬들은 기술적 완성도가 높은 대작들이 개봉할 때마다 ‘남돌비’, ‘코돌비’(코엑스점), ‘수돌비’(수원점) 등을 비교하면서 그중에서도 최적화된 음향을 즐길 수 있는 명당 자리를 질문하거나 추천하곤 한다.

돌비 애트모스 외에도 다른 공간 음향 기술을 활용해 자체 브랜드인 사운드엑스관을 운영하는 씨지브이는 여의도점 9개 관을 모두 사운드 특화관으로 운영하고 있다. 씨지브이는 대표 특수관인 아이맥스의 사운드가 돌비 시네마에 밀린다는 일부 관객들의 평가가 나오면서 지난해 말 개관한 4개 아이맥스관의 사운드를 대대적으로 보강했다. 심영애 씨지브이 상영기술팀 부장은 “화질의 경우 일반관도 점차 4K로 리뉴얼하고 있어 특수관과의 차이가 줄어들고 있지만 사운드는 특수관의 이머시브 사운드(입체 음향)와 일반관 음향의 차이가 꽤 커 사운드 쪽 반응이 더 크게 오고 있다”며 “홈시어터의 보급이 늘어나며 공간 음향에 대한 이해가 높아진 것도 한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라이카시네마 돌비 애트모스 상영관. 라이카시네마 제공

관객 수준이 높아지며 기술적 완성도에 돈을 쏟아붓는 대작들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특수관은 작은 규모의 예술영화관까지 확산되고 있다. 2021년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 개관한 라이카시네마는 40석 규모의 작은 예술영화관이지만 돌비 애트모스 시스템을 가지고 있어 단박에 시네필과 20대 관객들의 명소로 떠올랐다. 이한재 라이카시네마 대표는 “국외 미니 시어터들을 찾아다니며 동네 작은 영화관이면서 동시에 최고의 관람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환경을 고민하다가 돌비 애트모스 시스템을 도입했다”며 “예산이 적은 예술영화나 독립영화의 경우 돌비 애트모스 상영에 적합한 사운드 믹싱 작품이 대작 상업영화들보다 수는 적지만 멀티플렉스와 달리 한 영화를 장기 상영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운영에 불리한 점은 크게 없다”고 말했다.

영화 ‘블루 자이언트’ 돌비 애트모스 포스터.

‘라라랜드’ 등 음악영화가 큰 인기를 모았고 ‘블루 자이언트’는 지금까지도 상영시간표에 올라 있다. 경기도 파주에 위치한 명필름아트센터도 186석의 단관에 돌비 애트모스 시스템을 도입했다. 아담한 상영 규모임에도 46개나 배치된 스피커가 전하는 사운드 파워에 ‘명돌비’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영화 사운드 디자인 전문회사 블루캡 김석원 대표가 돌비 애트모스가 미래의 트렌드가 될 거라고 권유해 2015년 오픈한 이 영화관은 2022년 멀티플렉스에서 흥행이 저조했던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이 연일 매진됐었다.

김은형 선임기자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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