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트 넘치는 동화처럼 [아트총각의 신세계]
영화 소재로 한 일러스트 작품들
동심ㆍ호기심 깨우는 동화적 위트
자신만의 관점 갖고 싶다면 추천
한국 영화를 포함해 세계 각국의 영화 중 1000만 관람객을 동원한 작품은 정말 흔치 않다. 영화만이 아니다. 어떤 플랫폼이든 '상징적인 숫자'에 도달하는 건 기념비적인 일이다. 가령, 유튜브에도 다양한 채널이 존재하는데, 이중에서 100만 구독자를 돌파한 채널은 극소수다.
그래서인지 '상징적인 숫자'를 달성한 작품엔 사회적 관심이 쏟아지기도 한다. 빅히트를 친 영화가 다양한 분야에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일례로, 일본 애니메이션 '지브리스튜디오' '스즈메의 문단속'을 활용한 테마파크가 만들어졌다.
영화의 경우엔 작품을 촬영한 곳 자체가 관광지가 되기도 한다. 영화 '반지의 제왕'의 촬영지가 글로벌 관광지로 발돋움하듯 말이다. 그럼 영화 속 장소를 '작품'으로 만든 예는 없을까. 2023년 12월 28일 개막해 오는 5월 31일까지 진행하는 '맥스 달튼, 영화의 순간들 63'이 이 질문을 풀어줄 듯하다.
서울 여의도 63아트에서 진행하는 이 전시회는 맥스 달튼 작가의 작품을 테마로 만든 기획전시다. 맥스 달튼은 생소할지 몰라도, 웨스 앤더슨 감독과 그의 명작 영화인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을 아는 이는 적지 않을 게다.
맥스 달튼은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의 일러스트 작품을 공식적으로 그려낸 작가다. 그의 작품은 그만큼 동화적이면서도 위트가 넘친다. 몇 마디만으로 표현하는 게 아쉬울 정도로 동심과 호기심을 자극하기도 한다. 이렇게 섬세한 스타일을 통해 영화 포스터를 그려내는 것도 특징이다.
'꼬마니콜라'를 그린 장자크 상페와 같은 개성 있는 그림체를 보여주는 맥스 달튼은 다양한 영화의 일러스트를 그렸는데, 그중엔 '기생충'도 있다. 에일리언, 히치콕 감독의 새 등도 작품의 소재로 삼았다. 그림을 보면 금세 알겠지만, 그는 작품의 소재로 삼은 영화만 그리지 않는다.
영화 감독이 이전에 제작한 영화까지 모두 탐독한 후 작품을 만든다. 이 때문에 맥스 달튼의 작품은 연속성을 갖는다. 관람객이 영화 감독의 개성을 끊이지 않고 볼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거다.
어쩌면 이 연속성이 맥스 달튼의 매력이자 그의 작품이 사랑받는 가장 큰 요인일지 모른다. 맥스 달튼은 글로벌 작가이지만 소통에도 애를 쓴다. 자신의 작품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공식 인스타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아울러 공식 웹사이트와 쇼핑몰을 운영하고 있어서 맥스 달튼의 팬들은 언제든 그의 작품과 굿즈를 구할 수 있다. 누군가는 '예술이 아닌 상업의 차원'이라고 혹평할지 모르지만, 그의 귀엽고 아름다운 작품을 보면 차가운 마음이 이내 수그러들 것이다.
다양한 사고를 강요받는 포스트모더니즘의 사회에서 생존하기 위해 자신만의 관점을 갖고 싶은 이들에게 맥스 달튼의 전시를 추천한다.
김선곤 미술전문기자
]sungon-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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