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형당뇨 본다고 소문나면 병원 망해…수가 현실화·요양급여 인정해야"
"19세 이상이 93%…연령 아닌 중증도에 따라 지원해야"
(서울=뉴스1) 천선휴 기자 = "1형당뇨요? 의사들 아무도 안 하려고 해요. 개업해서 1형당뇨 환자 본다고 소문나면 망합니다. 관심있어 하는 의사들 강의해보면 결국 '선생님 열심히 하십시오' 하고 다 가요. 이걸로는 먹고 살 수 없으니 다 외면할 수밖에 없는 거죠."
18년째 1형당뇨병 클리닉을 운영해오고 있는 김재현 삼성서울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는 "수가가 낮다 보니 이미 1형당뇨병 환자를 받는 병원은 더 이상 의사를 늘릴 수가 없고, 관리가 어느 정도 되는 환자를 집 근처 병원으로 보내려 해도 보낼 병원이 없다"며 "당장 치료·관리 수가를 높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근 '소아당뇨'라고 알려진 1형당뇨를 앓고 있는 딸과 일가족의 비극적인 선택이 알려지면서 1형당뇨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왜 이 가족이 진단 8개월 만에 결국 죽음을 택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두고 온나라가 떠들썩했지만 1형당뇨 환자와 가족들은 놀랍게도 "이해할 수 있다"는 반응을 보였고, 오랫동안 1형당뇨 환자를 돌봐온 의사들은 "예견된 참극"이라며 분개했다. 태안 가족과 같은 선택을 하는 1형당뇨 가족들은 지금껏 계속 있어왔고, 이들이 오랫동안 지적해온 구멍난 대책은 여전히 메워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의사의 접근성이 가장 좋은 대한민국에서 1형당뇨 환자는 갈 곳이 없고 제대로 된 관리 방법을 가르칠 수 있는 의사도 거의 없다"며 "어느 동네에서나 맘만 먹으면 저렴한 비용으로 의사를 만나 치료를 받을 수 있을 정도로 한국의 의료 체계는 잘 돼 있지만 1형당뇨는 다르다"고 말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2형당뇨는 인슐린 분비가 상대적으로 부족하거나 인슐린 저항성의 증가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생활습관 개선과 먹는 약으로도 어느 정도 조절이 가능하지만 1형당뇨는 먹는 약을 쓸 수 없다. 1형당뇨를 조절할 수 있는 방법은 인슐린 주사뿐이다.
김 교수는 2형당뇨와 1형당뇨가 동일한 취급을 받고 있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면서 "2형당뇨는 췌장이 어느 정도 기능을 하기 때문에 의사가 조금만 열심히 해보자고 동기부여를 하면 되는데 1형당뇨는 췌장이 완전히 기능을 못하는 것"이라며 "신부전이라는 이름이 있듯 1형당뇨는 췌장의 베타세포가 파괘돼 인슐린 분비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췌도부전이라는 장애"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1형당뇨 환자는 특별한 교육이 필요하다. 췌장이 전혀 기능을 하지 못해 하루에도 몇 번씩 손가락을 찔러 혈당을 측정해야 하고 스스로 인슐린을 주사해야 하는데 혈당에 따라 매순간 인슐린을 얼마나 투여해야 하는지 결정하는 건 환자의 몫이다. 고혈당이 지속되면 합병증을 유발하고, 과다 투여해 저혈당에 빠지면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의사도 어려워할 정도로 쉽지 않은 일인데, 환자의 목숨을 환자 스스로에게 맡기고 있는 셈이다.
연속혈당기, 디지털펜이나 센서 연동 인슐린펌프 등 인슐린주입기를 사용해도 마찬가지다. 이때도 결국 인슐린 투여 용량은 환자가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환자를 전문적으로 교육하고 관리할 수 있는 의사는 김 교수를 비롯해 전국에 몇 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김 교수도 환자 대기가 최소 6개월은 밀려 있다.
김 교수는 "연속혈당측정기와 이 기기에 연동된 디지털펜 및 센서연동 인슐린펌프는 이미 다수의 연구에서 혈당 조절 효과를 입증했고 국내외 진료지침에서도 사용을 권고하고 있지만 교육 부재 등으로 사용하는 환자는 극소수"라고 했다.
실제로 연속혈당측정기 이용 환자와 비이용 환자의 사망 및 질병 발생 위험도는 큰 차이를 보인다. 김 교수에 따르면 비이용자 대비 이용자의 말기신질환 발생률은 0.43배, 심혈관질환 입원율은 0.28배, 당뇨병성케톤산증 발생율은 0.4배다.
그럼에도 기기를 사용하는 환자들의 수는 처참한 수준이다. 2019~2022년 건강보험공단 데이터 분석 결과에 따르면 연속혈당 측정기를 지속적으로 사용하는 1형당뇨병 환자는 전체 환자 5만6908명 중 10.7%, 연속혈당측정기와 연동되는 인슐린 펌프를 사용하는 환자는 0.4%에 불과하다.
선진국의 경우 연속혈당측정기는 평균 70~80%, 인슐린펌프는 약 50%가 사용하고 있다. 옆 나라 일본만 해도 인슐린펌프 이용 환자는 30%다.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최신 의료기기 사용 비율은 더욱 낮아진다. 연속혈당 측정기를 지속적으로 사용하는 환자를 연령대별로 분석한 결과 19세 미만 환자는 37%, 60세 이상은 3.9%로 큰 차이를 보였다. 인슐린펌프도 19세 미만은 3.1%, 60세 이상은 0.1%에 불과했다.
김 교수는 "연속혈당측정기를 사용하지 않고 일상생활을 한다는 건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이지만 수가가 없어 의사는 교육에 손을 놨고 기기를 만드는 회사에서 교육받고 설치를 해야 하는 실정인데 이는 환자에게 수학의 정석을 주고 알아서 풀어내라는 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같은 지적에 정부는 2020~2022년, 2023~2025년 두 차례에 걸쳐 1형당뇨병 환자의 재택의료 시범사업을 실시해오고 있다. 49개 의료기관에서 진행하는 이 시범사업의 주된 내용은 19세 미만 환자를 대상으로 △재택의료팀의 의사가 외래에서 최소 10분 이상의 교육 상담을 제공한 경우 연 6회 이내 회당 4만1190원 지원 △간호사, 영양사 등 재택의료팀의 구성원이 입원 및 외래에서 기기사용법, 질환·건강관리 등에 대해 30분 이상 교육을 실시한 경우 연 8회 이내 회당 2만5950원 지원 △재택의료팀이 전화 등 양방향 의사소통이 가능한 수단을 활용해 관리 서비스를 제공한 경우 월 1회에 한해 2만7840원 지원 등이다.
여기에 더해 정부는 지난 12월 의사 교육 상담료 지원을 연 6회→8회, 재택의료팀 구성원의 교육 상담료 지원을 연 8→12회로 확대했지만 김 교수는 이것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김 교수는 "낮은 수가와 복잡한 행정 절차로 몇몇 대형병원 위주 운영되고 있어 5만7000여명 중 3500명이 참여하고 있을 뿐"이라며 "시범사업을 할 게 아니라 수가를 현실화하고 의료기기 지원을 요양비에서 요양급여로 전환해야 하는 게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인슐린펌프 등은 정부에서 요양비로 지원하고 있다. 쉽게 말해 의사가 인슐린펌프를 처방하면 환자는 기기를 파는 곳에서 따로 구매해 병원에 기기를 들고 와 교육을 받아야 한다. 기기값은 건강보험공단에 증빙자료를 제출하면 본인부담금을 제외한 일부를 환급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기기 가격은 천차만별인 데다 번거로움으로 환자들이 기기 사용을 포기하는 일도 다반사다.
김 교수는 "1형당뇨 관리 기기는 인공심박동기와 같은 고도의 위해성을 가진 4등급 의료기기로 분류되는데 정부는 요양비로 지원해 병원 밖에서 관리를 하게 하고 있다"며 "요양급여로 전환해 환자가 병원을 방문하면 의료진이 기기를 달아주고 교육까지 원스톱으로 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게다가 요양비는 중증 질환 선정 기준에 해당하는 의료비로 분류가 되지 않아 1형당뇨병의 중증질환 선정에 어려움이 있고 환자들은 사보험도 받을 수 없다"며 "요양비에 들어가는 돈을 치료·관리 수가를 늘리는 데 쓸 경우 심혈관, 신부전 등 발생율을 줄여 결국 세금을 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는데 복지부나 공단은 왜 요양비를 고수하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정부도 기기 구입비용에 대한 대책을 내놓지 않은 것은 아니다. 정부는 지난 12월 19세 미만 소아청소년 1형 당뇨환자의 당뇨관리기기 구입비 본인부담률을 30%에서 10%로 줄이는 방안을 결정했다. 물론 수가와 요양급여로의 전환에 대한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이에 김 교수는 "문제는 5만7000여명의 1형당뇨 환자 중 19세 이상이 93%라는 점"이라며 "1형당뇨 지원 대상을 나이로 구분할 것이 아니라 질환의 중증도로 구분해 심한 췌도부전 환자에게 지원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1형당뇨는 관리만 잘하면 좋은 예후를 기대할 수 있는 질환"이라며 "정부가 1형당뇨를 앓고 있는 환자를 아우르는 제도를 적극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sssunhu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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