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휴직 급여만 올리면 뭐하나···기업 5곳 중 1곳 "아예 못 쓴다"

세종=양종곤 기자 2024. 1. 21.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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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출산휴가와 육아휴직 여건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권인 것으로 나타났다.

육아휴직을 쓰기 어려운 사내 문화와 기업 격차로 인해 육아휴직 제도 사용률은 20%에 그쳤다.

기본적으로 인력난과 경영난이 심한 중소기업은 육아휴직자의 대체 인력을 구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최근 국민의힘은 육아휴직 급여 상한선을 현재 150만 원에서 210만 원으로 높이고 사후 지급금 제도를 폐지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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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용부 일·가정 양립실태조사
출산휴가 등 여건 OECD 최하위권
기업규모·사내문화·불이익 주원인
시민들이 지난해 11월 29일 눈 내리는 서울 여의도에서 퇴근길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오승현 기자 2023.11.29
[서울경제]

우리나라의 출산휴가와 육아휴직 여건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권인 것으로 나타났다. 육아휴직을 쓰기 어려운 사내 문화와 기업 격차로 인해 육아휴직 제도 사용률은 20%에 그쳤다. 여야가 총선을 앞두고 저출생 대책을 앞다퉈 내놓고 있지만 현 제도의 활용도를 높이는 작업이 선행되지 않으면 공염불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고용노동부의 ‘2022년 일·가정 양립 실태조사’에 따르면 근로자 5인 이상 사업체 5038곳 가운데 20.4%는 ‘육아휴직이 필요한 사람도 전혀 사용할 수 없다’고 답했다.

육아휴직 미사용 비율이 20%에 달하는 배경은 세 가지다. 기업 규모 차이에 따른 결과다. 통상 대기업으로 분류되는 근로자 300인 이상 사업체의 경우 95.1%가 “육아휴직이 필요하면 모두 사용할 수 있다”고 답했다. 반면 10~29인 사업체는 이 비율이 50.8%로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다. 기본적으로 인력난과 경영난이 심한 중소기업은 육아휴직자의 대체 인력을 구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육아휴직에 관대하지 못한 사내 분위기도 육아휴직 활성화를 가로막는 요인이다. 실태조사에서 일·가정 양립 제도를 사용하기 어려운 이유로 ‘동료와 관리자의 업무 가중’ ‘사용할 수 없는 직장 문화’가 고르게 답변 상위권에 올랐다. 중소기업은 특정 직원에게 업무가 몰리기 때문에 이런 경직적인 문화가 더 팽배할 수밖에 없다.

육아휴직을 쓰면 되레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육아휴직 급여는 통상임금의 80%(월 최대 150만 원)로 소득대체율이 해외에 비해 낮다. 현장에서는 육아휴직을 쓰면 승진 불이익까지 일어나는 실정이다. 실태조사에서 45.6%는 관련 법을 어기고 육아휴직 기간을 근속 기간에 포함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들 사업체의 육아휴직자는 그만큼 승진 시기가 늦어진다.

특히 경제적인 문제도 높은 장벽이다. 육아휴직 급여를 받더라도 아이가 둘 이상인 맞벌이 부부나 외벌이의 경우 현실적인 이유로 휴직이 쉽지 않다.

육아휴직을 비롯해 일·가정 양립 제도가 해외에 비해 사용 여건이 나쁘다는 지적은 계속 제기됐다. OECD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 따르면 2022년 우리 유급 출산 휴가 기간은 12.9주(90일)로 OECD 평균(18.5주)에 크게 못 미친다. OECD 38개국 가운데 포르투갈(6주)과 호주·멕시코(12주) 다음으로 짧았다.

최근 국민의힘은 육아휴직 급여 상한선을 현재 150만 원에서 210만 원으로 높이고 사후 지급금 제도를 폐지하기로 했다. 중소기업의 육아휴직 대체 인력 지원금도 현재 80만 원에서 2배 올린다. 더불어민주당은 비용 때문에 결혼을 포기하는 청년층 지원을 위해 모든 신혼부부에게 가구당 10년 만기 1억 원을 대출해주고 셋째를 낳으면 원금 전액을 감면하는 안을 내놓았다.

다만 현장에서 기존 제도 활용도 어렵다는 목소리가 여전한 데다 대책에 대한 재원 마련 방안이 명확하게 제시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육아휴직 급여 재원인 고용보험기금만 하더라도 예수금을 제외하면 3조 원 넘게 적자다. 고용부 측은 “육아휴직을 이유로 불리한 처우가 있는지 지도와 점검을 강화할 계획”이라며 “보건의료·사회복지시설업 등 여성 다수 고용 사업장이 우선 감독 대상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세종=양종곤 기자 ggm1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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