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열홍 유한양행 사장 "렉라자 시작일 뿐, 유망기술 세계 진출 교두보 될 것"
'15억 도입→1.4조 수출' 렉라자, 미국·유럽 허가 초읽기…"글로벌 블록버스터에 가장 가까운 국산품목"
비소세포폐암 혁신신약 '렉라자'로 오픈이노베이션 성공 모델을 제시한 유한양행이 후속 혁신신약 발굴에 박차를 가한다. 아직 빛을 보지 못한 국산 유망 바이오 기술이 다수 존재하는 만큼, 렉라자 성공을 보다 많은 혁신신약을 발굴하는 동력으로 삼겠다는 목표다.
김열홍 유한양행 연구개발(R&D) 총괄사장은 21일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국내사 중 누군가는 좋은 기술과 물질을 보유한 바이오벤처들의 해외진출 징검다리 역할을 해야한다"며 "유한양행은 이를 수행할 능력이 되고, 당연히 해야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제2, 제3의 렉라자와 같은 혁신신약들을 지속적으로 발굴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유한양행은 지난 2014년 국내 제약사로는 최초로 연 매출액 1조원을 돌파한 뒤 수년간 업계 매출 1위 자리를 지켰다. 하지만 붙박이 업계 1위 수성에도 연구개발 강자와는 거리가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자체 개발 품목이 아닌 도입 상품 매출 의존도가 컸던 탓이다.
회사는 이를 타개하기 위해 오픈이노베이션 전략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국내외 작은 바이오벤처의 초기 유망물질을 도입 후 개발단계를 진전시켜 글로벌 빅파마에 기술수출하는 형태다. 유한양행은 연구역량을 활용해 소규모 투자로 이익을 극대화 하고, 원천기술을 제공한 바이오벤처는 자금조달과 기술 및 인지도 제고 효과를 거두는 식이다.
유한양행은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해 렉라자의 적응증인 비소세포폐암을 비롯해 비알코올성 지방간염(NASH), 퇴행성관절염, 위장관질환 등 다양한 분야 신약 후보물질의 기술수출 성과를 축적했다. 지난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이뤄진 해당 성과들로 확보 가능한 총 계약금액은 약 34억7600만달러(약 4조6500억원)에 달한다.
특히 렉라자는 오픈이노베이션 전략의 대표적 성공 사례다. 유한양행은 지난 2015년 국내 바이오기업인 오스코텍으로부터 전임상 이전 단계의 렉라자 후보물질을 15억원에 도입했다. 이후 임상 1상을 거쳐 2018년 얀센에 12억5500만달러(약 1조4000억원) 규모에 기술수출했다.
렉라자는 현재 국내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제로 승인 후 보험급여가 확정됐다. 올해부터 본격적인 매출 기여가 기대된다. 미국과 유럽에선 얀센 주도의 병용요법으로 품목허가 신청을 마치고, 글로벌 블록버스터로의 도약을 예고하고 있다.
김 사장은 "렉라자의 성과는 단순 매출 발생을 넘어 유독 다양성이 존재하는 국내 환자군 특성과 외산 품목에 의존했던 기존 치료방법에 새로운 대안을 제시한데 있다"며 "특히 국내 바이오산업에서 갈망하던 글로블 블록버스터로서의 가능성에 가장 가까운 성과를 내고 있다는 점에서 국내 산업이 한 발 더 전진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한양행은 렉라자 이후 후속성과를 위한 담금질을 지속 중이다. 오는 2026년까지 혁신신약 2종을 추가로 글로벌 시장에 선보이겠다는 목표다. 차세대 품목 적응증으로 낙점한 분야는 알레르기와 이중항체 항암제다.
김 사장은 "두 후보물질 모두 올해 중순에서 말이면 임상 1상 환자 모집이 완료될 것으로 보인다"며 "이미 임상 치료환자수가 수십명을 넘었고, 내부적으로 자신감을 가질수 있는 데이터도 확보해 접촉 중인 글로벌 제약사들도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는 상태다"고 설명했다.
유한양행은 오는 2026년 글로벌 50위 내에 드는 글로벌 제약사로의 발돋움을 목표 중이다. 김 사장은 목표 달성을 위해 초기 단계 물질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는 창업주인 유일한 박사가 강조한 '상생 경영'의 이념과도 맞닿아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R&D 파이프라인이 건강하려면 피라미드 모델이 구축돼야한다. 글로벌 대형사라면 최상층부에 위치한 품목허가 또는 임상 3상 단계 물질이 많은게 중요하지만, 국내사 정도의 규모는 건실한 기반이 될 물질들의 발굴이 중요하다"며 "혁신신약의 풀뿌리가 될 유망 물질을 발굴하는 능력이 유한의 강점이고 이를 통해 이미 30여개 초기 단계 물질을 보유하고 있다. 해당 역량이 회사의 중장기적 경쟁력을 좌우하는 만큼, 이 부분에 대한 투자는 꾸준히 이어나갈 계획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인으로써 이번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에 참석해 뿌듯했던건 글로벌 대형사들이 소개한 잠재적 파이프라인으로 국내사 후보물질들이 다수 포함됐다는 점"이라며 "국내는 이미 다양한 글로벌 기업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바이오 인재들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국제적 경쟁력이 충분하다"며 "회사의 외형이 커질 수록 국내 유망기술의 글로벌 진출에 보다 튼튼한 징검다리가 되겠다"고 덧붙였다.
정기종 기자 azoth4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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