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들킬라” 유부남 남친 위해 법정서 위증한 30대 여성

유부남인 남자친구가 자신과 함께 있었다는 사실을 아내에게 들킬 것을 걱정해 법정에서 거짓말을 한 30대 여성이 위증죄로 처벌받았다.

춘천지법 형사2부 이영진 부장판사는 위증 혐의로 기소된 A(31)씨에게 원심과 같은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20일 밝혔다. 또 사회봉사 240시간을 명령했다.

공소사실에 따르면 A씨는 2021년 4월 6일 오후 9시 30분쯤 유부남인 남자친구 B씨와 술을 마셨다. B씨가 운전하는 고급 외제 승용차를 타고 이동하던 이들은 음주단속을 벌이는 경찰에 적발됐다. 당시 B씨는 음주운전 사실을 인정하고 경찰의 음주측정에 응했다.

B씨는 4월 13일쯤 ‘범죄 사실을 인정한다. 주소지 관할경찰서인 춘천경찰서로 사건을 이송해 달라’는 취지의 자필로 쓴 사건이송요청서를 경찰에 제출했다.

이 과정에서 A씨는 B씨의 운전면허가 취소되면 B씨의 아내가 자신과의 불륜을 의심하게 될 것을 걱정하기 시작했다. A씨는 B씨에게 ‘오빠 음주 걸렸을 때 탑승인원도 썼어? 친구 보러 갔다고 하면 안 되나’라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A씨는 B씨에게 음주운전 시 운전자 바꿔치기와 관련된 글을 보내기도 했다.

경찰 조사를 받기 시작하면서 이들은 B씨의 음주운전 사실을 부인하기 시작했다. 경찰이 B씨가 운전석에 오르는 영상을 증거로 제시했지만 “출발하고 3분 정도 후에 차에서 내려 운전대를 바꿔 잡았다”는 등 계속해서 말을 바꿨다.

사건은 법정으로 넘어갔다. A씨는 2022년 10월 14일 춘천지법에서 열린 B씨에 대한 도로교통법위반(음주운전) 사건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 자리에서도 A씨는 허위 증언을 했다. 검사가 A씨에게 음주운전 한 사실이 있는지 물었는데 남자친구인 B씨가 차를 몰았음에도 자신이 차를 몰았다고 증언한 것이다.

재판부는 “위증죄는 법원의 실체적 진실발견을 어렵게 해 형사사법절차를 교란하고 국가 형벌권의 적정한 행사를 저해하는 중대한 범죄로 엄한 처벌이 필요하다”며 “피고인이 범행을 부인하면서 납득할 수 없는 변명으로 일관하는 등 전혀 반성하지 않는 점, 휴대폰 대화내용을 삭제하는 등 증거를 은폐한 점 등을 고려했다”며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A씨는 “차량 안에서 운전석에 있던 B씨와 자리를 바꾼 다음 직접 운전했다. 법정에서 허위 증언을 한 사실이 없다”며 항소했다.

사건을 다시 살핀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B씨가 음주 운전한 사실을 잘 알고 있었음에도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해 선서를 한 다음 기억에 반하는 허위 진술을 했다. 피고인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며 항소를 기각했다.

앞서 음주운전으로 두 차례에 걸쳐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있는 남자친구 B씨는 음주운전 혐의로 춘천지법에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춘천=배상철 기자 bsc@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