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기 구강건강 관리 더욱 중요…방학이 구강검진의 적기
[이데일리 이순용 기자] 최근 방학을 맞이한 자녀를 둔 40대 주부 A씨는 마음이 급하다. 아이들이 방학을 맞아 학기 중에는 바빠서 미뤄왔던 치과진료를 할 수 있게 됐기 때문. 그런데 A씨는 평소 아이들이 치과를 무서워했던 터라, 치과를 가는 것이 어색하고, 아이들이 어떤 검진을 어떻게 받아야 할지 막막하다.
서울대치과병원 소아치과 김현태 교수와 치과교정과 안정섭 교수의 도움말로 방학 시즌에 우리 아이의 치아 건강에 도움이 될만한 구강검진에 대해 알아본다.
성장기 아이들은 신체적, 정신적으로 성장‧발육하는 과정에 있어 치아를 포함한 구강조직도 유치열기(유치들만 있는 시기), 혼합치열기(유치와 영구치가 혼재하는 시기)를 거쳐 영구치열로 변화하는 시기를 겪는다.
김현태 교수(소아치과 전문의)는 “이 시기에는 유치의 탈락, 영구치의 맹출과 더불어 치아우식과 치주질환 등이 나타날 수 있다”라며, “따라서, 정기적인 구강검진을 통해 질병의 발생을 조기에 진단하고 예방적 관리를 받을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특히, 치아우식은 유아기부터 청소년기까지 다양한 연령대에 걸쳐 흔하게 발생하는 질환으로, 예방과 치료에 각별한 관심이 필요하다. 구강검진에 효과적인 시기는 따로 정해져 있지 않지만, 아이들이 학기 중에는 학업 활동 등으로 치과 방문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그래서 최소한 방학 시즌에라도 치과 내원 및 구강검진을 통해 아이들의 구강상태를 진단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검진 주기는 일반적으로 치아우식 위험도에 따라 1, 3, 6개월 등의 기준으로 정하게 된다. 그러나 개개인에 따라 적합한 주기가 다르기 때문에 개인별로 내원 주기를 잡아 검진을 시행하는 것이 좋다. 일반적으로 증상이 없더라도 6개월에 한 번씩은 정기적인 구강검진을 받는 것이 권장된다.
김 교수는 성장기 아이들의 구강검진에 대해 “시진, 촉진, 타진 등을 포함한 임상검사 외에도 방사선사진 검사를 권장한다”라며, “특히, 방사선사진 촬영으로 치아우식의 정도, 과잉치, 결손치, 치아의 형성장애, 유치 및 영구치의 발육이상 등 시진이나 촉진으로 알 수 없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라고 전했다.
한편, 상대적으로 시간적 여유가 많은 방학을 이용해 아이들의 교정치료를 고려하게 되는 경우도 많다.
교정검진을 통해 문제가 발견되면 정확한 진단을 위한 본격적인 검사가 필요하다. 검사 및 분석에 시간이 소요되므로 학기 중에 시간을 내기 어려운 경우라면 다소 여유가 생긴 방학에 교정검진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특히, 교정치료를 시작하면 짧은 기간 내 치과를 여러 차례 방문해야 할 수도 있고, 치료를 처음 받다 보면 교정장치에 익숙해지는 기간도 필요할 수 있어 방학 시작 즈음에 교정검진을 받는 것을 권장한다.
교정치료는 치아를 가지런하게 배열하고 잘 씹을 수 있는 교합관계를 형성하며, 턱 · 얼굴과 치열이 조화로운 관계를 이룰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치료다.
안정섭 교수(치과교정과 전문의)는 “성장기 아이들은 신체의 다른 부분과 함께 턱과 얼굴 그리고 치열도 발달하고 있어 교정검진을 통해 ▲턱과 얼굴 뼈가 조화롭게 성장하고 있는지 ▲유치열에서 영구치열로 순조로이 이행되고 있는지 ▲교합관계는 정상적으로 발달하고 있는지 등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안 교수는 “만 6~7세에 첫 교정 검진을 받아 특별한 교정적 문제가 없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라며, “교정치료가 필요한 경우 한두 달 간격의 주기적 내원이 필요하지만, 별다른 문제가 없거나 치료 적기가 아닌 관계로 관찰을 하게 되면 환자의 상태에 따라 내원 간격은 더 벌어질 수 있다”라고 전했다.
교정 검사는 우선 상담을 통해 환자가 어떤 문제를 호소하는지 청취하고, 간단한 임상검사를 실시해 얼굴의 형태나 입안의 전체적 상태와 치아 배열, 교합, 턱관절 기능 등을 확인한다. 또, 파노라마 방사선사진 촬영으로 치아와 주위 조직, 턱뼈의 상태를 종합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
만약 문제가 발견될 경우 정확한 진단을 위해 여러 검사가 진행된다. 치열과 교합 문제 파악을 위해 치아와 주위 조직의 본을 뜨거나, 구강 스캐너를 이용해 입 안을 3차원적으로 촬영하며, 디지털카메라로 얼굴과 입안의 사진을 촬영해 구강상태를 세밀하게 확인한다.
또, 성장기 아동의 경우 적절한 치료시기 결정을 위해 손과 손목뼈 부위의 방사선사진을 촬영해 성장 발달 단계를 파악하기도 한다. 이밖에도, 영구치가 제때 나지 않고 잇몸 속에 숨어 있는 매복치가 있는 경우 CT를 통해 치아의 3차원적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경우에 따라, 검사 중 일부만을 시행하고 주기적으로 재검사를 실시해 성장 양상을 면밀히 분석하기도 한다.
안 교수는 “아이가 입을 벌렸을 때 치열이 가지런하지 않고 겹쳐져 있거나 비뚤어지고 치아 사이 틈이 있다면 교정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라며, “다만, 성장기 아이들의 경우 정상적인 발육과정 중 일시적으로 앞니 사이에 틈이 생길 수 있고 이는 자연적으로 메꿔질 수 있어 아이의 치아 사이 틈이 있다고 해서 무조건 치료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라고 전했다.
아이가 이를 다물었을 때, 위아래 앞니의 관계를 확인함으로써 아이의 치아 교정이 필요한지 확인할 수 있다. ▲위아래 앞니의 중심이 크게 틀어진 경우 ▲위 앞니가 많이 튀어나온 경우 ▲위 앞니가 아래 앞니 뒤에 들어가 거꾸로 물리는 경우 ▲위 앞니가 아래 앞니를 깊게 덮어 아래 앞니가 잘 보이지 않는 경우 ▲위아래 앞니가 닿지 않는 경우에는 교정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다만, 보호자가 아이의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는 데 어려움이 있으므로, 전문의 검진을 받아볼 것을 권장한다.
교정치료의 적절한 시기는 개인의 구강상태에 따라 다르며, 일부 부정교합은 조기치료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 특히, 매복치는 방사선사진 촬영 없이는 확인하기 힘든 경우가 많고, 방치할 경우 심각한 병소로 발전해 주위 치아를 손상시킬 수 있다.
안정섭 교수는 “매복치가 있는지 모른 상태로 주위 치아들이 크게 손상된 뒤에 우연히 치과 검진에서 발견하게 되는 경우를 볼 때마다‘검진만 조금 일찍 했으면 어땠을까’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라며, “교정치료의 적기를 놓치지 않으려면 만 6~7세를 시작으로 주기적인 교정검진을 통해 턱과 얼굴의 성장과 치열의 발육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김현태 교수는 “아이들의 구강건강은 보호자의 관심에서 시작된다”라며, “영유아기뿐만 아니라 학령기 초기 어린이들은 구강위생을 스스로 관리할 능력이 부족하기에, 구강건강을 자체적으로 관리할 수 있을 때까지 보호자의 지대한 관심과 교육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이순용 (syle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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