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현물 ETF 고심하는 당국…업계 "기관 투자자 허용도 고려해야"
"현물 ETF와 기관 투자 허용 여부, 규제 환경과 함께 고민해볼만"
(서울=뉴스1) 김지현 기자 = 국내 증권사의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중개 거래에 대해 '불가하다'라는 입장을 내놨던 금융당국이 대통령실로부터 '특정 방향을 가지지 말라'는 내용을 전달받으면서 비트코인 현물 ETF를 비롯해 가상자산의 제도권 편입에 대해 고심하고 있다.
가상자산(암호화폐) 업계에서는 금융당국이 비트코인 현물 ETF와 함께 가상자산의 제도권 편입에 있어 중요한 '키'로 불리는 기관 투자자의 가상자산 투자 가능 여부도 함께 고려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자본시장법상 기관의 가상자산 투자를 금지한 금융당국이 추후 기관의 가상자산 투자를 허용한다면 미국 시장에 등장한 비트코인 현물 ETF에 대한 거래 지원을 넘어 우리나라도 직접 비트코인 현물 ETF를 구성할 수 있게 된다.
◇ '비트코인 현물 ETF 중개 거래 안 된다'던 당국, 대통령실 발언에 고민 깊어졌다
지난 11일 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자산운용사 11곳이 신청한 비트코인 현물 ETF에 대한 상장 및 거래를 승인하면서 국내 증권사들도 발맞춰 국내 투자자를 위한 비트코인 현물 ETF 중개 거래 지원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자본시장법상 가상자산을 금융상품의 대상으로 정의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비트코인도 ETF의 기초 자산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우선적으로 국내에서 증권사들의 비트코인 현물 ETF의 중개 거래는 불가한 상황이다.
다만 지난 18일 대통령실로부터 비트코인 현물 ETF의 국내 도입과 관련해 '특정 방향성을 갖지 말도록 금융위원회에 전했다'라는 내용이 나오면서 당국의 고심도 깊어진 모양새다.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이날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언론 브리핑을 통해 "금융위원회에 '이거를 한다, 안 한다'라는 특정한 방향성을 가지지 말도록 한 상태"라며 "우리나라 법률 체계를 적절하게 변화시키거나 또는 해외에서 일어나는 일이 우리나라에 수용될 수 있거나, 그러면서 부작용이 없거나 이런 방향이 될 수 있는 것을 함께 고려하도록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성 실장은 "하나의 투자자산적인 요소가 있으면서도 이게 다른 금융상품이나 실물 경기에 부작용이나 위험 요인이 안 될 수 있을지에 관해 조금 더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 "비트코인 현물 ETF로 가상자산 주목받을 때 기관 투자 논의도 이뤄져야" 당국이 비트코인 현물 ETF에 대한 고심이 깊어지는 가운데 가상자산 업계에서는 비트코인 현물 ETF 중개 거래 허용 여부를 넘어 업계의 숙원으로 불리는 기관 투자자 허용 여부도 고려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최근 국내 증권사들의 비트코인 현물 ETF 중개 허용 여부를 두고 가상자산이 다시 주목을 받을 때야 말로 기관 투자자의 시장 진입을 강조해야 할 때"라며 "기관 투자자가 들어와야 시장의 유동성이 이전과는 비교도 안 되게 풍부해지며, 그로부터 시장의 안전성도 가져갈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현물 ETF가 최근 열린 미국 시장에서는 이제 이전보다 더 많은 기관 투자자들이 유입될 것"이라며 "이만한 유동성이나 업계의 발전 속도를 고려하면 우리나라도 조속히 기관 투자자 문제를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비트코인 현물 ETF와 기관 투자가 무슨 관계?…"법상 분류 문제와 직결"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로부터 비트코인 현물 ETF 상장 및 거래를 승인받은 미 자산운용사들의 예시처럼 미국을 포함해 아시아에서는 가상자산에 친화적인 환경을 갖췄다고 평가되는 홍콩, 최근 공격적으로 정부를 중심으로 개방책을 제시하며 가상자산 산업을 육성하는 일본도 기관의 가상자산 투자 및 펀드 조성 등을 허용하고 있다.
이 같은 세 나라의 공통점은 가상자산이 기존의 증권법에 적용을 받는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의 자본시장법상 가상자산이 투자 허용 대상으로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비트코인 현물 ETF는 국내 증권사에서 거래 지원이 불가한 상황이다.
해당 문제를 해결하면서 연장선상으로 기관 투자의 가상자산에 대한 투자 허용 문제도 고민해봐야 한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가상자산 전문가들도 이번 기회에 비트코인 현물 ETF의 중개 거래 허용 여부를 넘어 우리나라가 직접적으로 현물 ETF를 만들 수 있는 정도의 환경을 갖출 수 있느냐도 고민해볼 수 있는 문제라고 언급했다.
◇"현물 ETF와 기관 투자 허용 여부 고려해볼만 하지만 국내 규제 환경 따져봐야"
정재욱 법무법인 주원 변호사는 "개인 투자자들만 투자를 할 수 있는 우리나라에서 비트코인 현물 ETF는 곧 법인 계좌, 즉 기관 투자를 허용해줄 것이냐와 직결되는 문제"라며 "그럼에도 기관 투자를 허용해줬을 경우의 리스크를 국내 규제 환경과 비교하면서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기관 투자를 허용한다는 것은 결국 가상자산 시장에서 발생한 위험성을 금융시장까지 전이할 수 있다는 의미를 지닌다"며 "이것이 바람직한 것인지 또 그러한 위험이 발생했을 때 이 같은 리스크를 방지할 수 있는 수단을 갖추고 있는 지에 대한 검토도 같이 이뤄져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최진홍 법무법인 YK 변호사도 "가상자산이 기존 증권 시장과 비교해서 어느 정도 수준까지 성숙도를 갖췄는지를 냉정히 평가해볼 필요가 있다"며 "예로 은행연합회나 보험연합회 등이 내놓는 데이터와 가상자산에서 대표로 불리는 협회의 자료를 보면 시장의 성숙도를 판가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와 함께 현재 당국이 가상자산 시장을 전체적으로 규율할 수 있는지를 냉정히 따져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그럼에도 비트코인 현물 ETF와 함께 기관 투자 등 가상자산에 대한 제도권의 수용 범위 문제를 고민해볼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제 비트코인 현물 ETF라는 문제가 국가가 규율해야 하는 현상으로 발생했다"며 "이제는 더 이상 단순히 사각지대의 공백, 그림자 규제로는 불충분하고 이제 제도권으로 어떤 형식으로 받아들여야 할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mine12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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