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 제한 60여㎝ 넘겨 건설… 김포 아파트 ‘입주 불가’ 처분 [김동환의 김기자와 만납시다]

김동환 2024. 1. 21.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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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승인 직전 높이 규제에 ‘발목’
김포국제공항 반경 4㎞ 수평 표면 높이
활주로 해발고도로부터 45m 이내 제한
지역주택조합 신축 8개 동 중 7곳 위반
입주 두 달 지연돼 예비 주민 ‘망연자실’
“입주를 환영합니다.”

지난 16일 오후 경기 김포시 고촌읍의 한 식당 입구에는 인근 A아파트 단지 총 399세대의 입주를 축하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왕복 4차로 도로 건너편의 썰렁한 A아파트 단지 주출입구 분위기는 사뭇 대조됐다. 나흘 전부터 입주가 시작됐어야 하는 이 단지는 총 8개 동 중 7개의 높이가 공항시설법에 따른 김포국제공항 반경 4㎞ 고도 제한(해발 57.86m)을 60여㎝ 넘겨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지난 16일 경기 김포시 고촌읍의 A아파트 단지에서 바라본 건물 일부. 김동환 기자
◆주변 건물 높이 규제하는 공항시설법

공항시설법 시행규칙은 김포국제공항 반경 4㎞ ‘수평표면’의 높이를 활주로 표면에서부터 45m로 규정한다. 공항 상공 선회 시 기체 안전 확보가 목적인 수평표면은 활주로가 끝나는 지점의 표면 45m 상공에서 그린 반지름 최대 4㎞의 원이다.

수평표면 반경은 기체의 활주로 이탈 시 추가 피해를 막고자 활주로 주변에 조성되는 안전지대인 착륙대(着陸帶) 등급에 따라 다양하다. 가장 낮은 J등급의 800m에서 김포공항처럼 A등급에선 4㎞로 대폭 늘어난다. 공항시설 및 비행장 설치 기준은 활주로 하나당 길이가 2550m 이상일 때 착륙대를 A등급으로 분류한다. 항공정보포털시스템에 따르면 김포공항 활주로 두 곳의 길이는 각각 3600m, 3200m다.

종합하면 김포공항 활주로 해발고도가 12.86m이므로 4㎞ 반경에 들어서는 건물 최고 높이는 수평표면 높이(45m)를 더한 57.86m를 넘기면 안 된다는 얘기다. A아파트 단지는 김포공항 수평표면의 둘레에 걸쳐 있다.

◆이사 고대하다 날벼락… ‘고통’ 호소

앞서 2020년 3월 김포시의 주택건설 사업계획 승인에 따라 ‘김포 고촌역 지역 주택조합 공동주택 신축공사’로 들어선 A아파트는 자재비 상승에 따른 공사 지연 등 부침을 겪다 입주를 앞두고 예상치 못한 건물 높이 논란에 발목이 잡혔다.

지역 주택조합 등에 따르면 옥상시설 일부 철거로 2개월가량 입주 지연이 예상된다. 예비 입주자는 망연자실이다. 재시공이 결정돼도 설계도면을 다시 그려야 하고 조합 총회 의결을 거치는 등의 절차가 예상돼 첩첩산중이다. 앞서 신축공사를 마친 시공사는 ‘이번 논란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밝혀 달라’는 질의에 아직 답변이 없다.

이삿날만 고대하다 하루아침에 날벼락을 맞은 입주자들은 자녀의 입학이나 대출금 상환 등에 차질이 빚어졌다고 호소한다.

입주 예정자 B씨는 YTN ‘뉴스라이더’와의 인터뷰에서 “이사 닷새 전 사용승인이 나지 않아 못 들어갈 수 있다는 얘기를 조합장에게 들었다”며 “시공사로부터 아무런 말을 듣지 못하고 있다”고 울분을 토했다.

세대주가 되지 못해 자칫 조합원 자격까지 잃을 수 있는 상황인데도 시청조차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한다면서 “시공사는 어영부영 일 처리로 도망가려 하지 말아야 한다”고 경고까지 했다.
지난 16일 경기 김포시 고촌읍 A아파트 단지의 한 건물 앞에 ‘입주를 환영한다’고 적힌 입간판이 설치돼 있다. 김동환 기자
◆조합 측 “시공사·감리단 잘못”… 시 비판도

시공사·감리단과의 회의를 거쳐 이주 관련 뼈대를 잡았다고 밝힌 지역 주택조합 관계자는 “시공사와 감리단 잘못으로 일이 벌어졌다”며 “이런 민원을 해결하라고 시장을 뽑는 것 아니냐”고 김포시도 겨냥했다.

이 관계자는 유사 사태에서 해결책을 마련한 사례 확보에 노력 중이라면서 김포공항을 운영하는 한국공항공사 면담 계획도 언급했다. 공사 과정에서 자재비 상승 등에 따른 추가 비용 부담을 묵묵히 견뎌낸 조합원들의 입주가 목전인데 생각도 못 한 일이 터지고 해결마저 난망하니 답답할 노릇이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시는 시공사에서 받은 세부 보상계획 이행을 감독해 입주자 피해를 최소화할 방침이다. 시공사와 감리단의 문제점 미보고, 차질 없이 사업계획 승인 조건을 이행한 것으로 보고한 점 등도 문제 삼아 고발과 입찰제한이라는 강력한 대응도 예고했다.

시 관계자는 “시공사와 감리단의 안일한 문제점을 명확히 해 법체계를 바로 세우겠다”며 “항공 안전과 시민 안전을 저해하는 일이 다시는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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