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서준 “올해도 쉬지 않고 연기 정주행할 것”
(시사저널=하은정 우먼센스 대중문화 전문기자)
《이태원 클라쓰》 《김비서가 왜 그럴까》 《쌈, 마이웨이》 등 흥행 불패 기록을 이어온 박서준이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경성크리처》를 통해 물오른 연기력을 선보이며, 청춘배우에서 연기파 배우로 굳건히 안착했다.
그가 출연한 《경성크리처》는 시대의 어둠이 가장 짙었던 1945년 봄, 생존 희망이 전부였던 두 청춘이 탐욕 위에 탄생한 괴물과 맞서는 이야기다. 극 중 박서준은 경성 최고 전당포인 금옥당의 대주이자 제1의 정보통 장태상으로 분했다. 《경성크리처》는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와 《구가의 서》 등 장르를 넘나드는 필력으로 사랑받아온 강은경 작가와 《스토브리그》로 작품성과 화제성을 동시에 견인했던 정동윤 감독이 호흡을 맞췄다. 상대역은 대세 배우 한소희다.
경성시대라는 배경에 평소 관심을 갖고 있던 박서준은 "이야기가 흡입력이 강했다. 뿐만 아니라 장태상이라는 인물은, 심지가 곧고 본인의 생각이 뚜렷하면서 다양한 상황에 부드럽게 대처하는 점들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며 출연 계기를 밝혔다.
극 중 패션 스타일 역시 화제다. 박서준은 "스리피스로 맞춰입은 슈트, 정갈하게 빗은 머리 등 외적인 모습 또한 태상의 자신감 있는 모습을 표출할 수 있는 장치라고 생각했다"며 실제 그 시대의 의상들을 참고해 가며 스타일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알려진 바와 같이 박서준은 청춘 뮤직 드라마 《드림하이 2》에서 아이돌 그룹의 보컬 시우 역으로 데뷔하며 차세대 청춘스타로 눈도장을 찍었다. 《킬미, 힐미》에서 내면의 아픔을 숨긴 천재 소설가 캐릭터를 완벽 소화하며 MBC 연기대상 미니시리즈 부문 남자 우수연기상을 거머쥐는 영광을 안았고, 이후 《그녀는 예뻤다》 《쌈, 마이웨이》 《김비서가 왜 그럴까》를 통해 다정한 연하남부터 장난기 넘치는 남사친, 까칠한 재벌 2세까지 매번 각기 다른 매력을 뽐내며 로맨틱 코미디계의 강자로 떠올랐다.
이후 《이태원 클라쓰》에서 어떠한 시련이 있어도 포기하지 않는 강인한 주인공 박새로이 역으로 국내는 물론 전 세계적인 인기를 얻으며 '박새로이 신드롬'을 일으켰다. 대지진으로 하루아침에 폐허가 된 서울에서 살아남은 자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로 디스토피아 장르물에서도 종횡무진 활약했다. 최근 할리우드 진출작 《더 마블스》로 한국을 넘어 세계적 배우로 거듭나고 있다.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박서준을 만나 작품의 비하인드 스토리와 근황을 들었다.
출연을 결심한 계기는 무엇인가.
"경성이라는 시대적 배경에 매력을 많이 느끼고 있었고, 이야기도 흡입력이 있었다. 내가 표현할 캐릭터와 주변 인물들도 다 매력적이었다. 거기에 크리처(상상의 괴물)까지 가미되면서 집중력 있게 표현된 것 같고, '재밌는 작품이 나오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어 출연을 결심했다."
공개 초반엔 평이 엇갈리기도 했다.
"이 드라마는 2년 동안 스태프가 바뀌지 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함께한 작품이다. 한마음으로 작업을 잘 마무리했다는 것 자체가 제게는 이미 성공이다. 물론 다양한 평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제가 출연한 모든 작품이 호불호가 있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내가 어떤 기준으로, 이 작품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내 성공의 기준이다. 많은 나라에서 관심을 가져주시는데 그것 자체로도 충분히 성공이지 않을까 싶다."
장태상 캐릭터를 어떻게 해석했나.
"직업이나 재산의 정도를 생각하면 그 시대에는 보기 힘든, 자수성가를 해낸 인물이다. 결핍이 있는 시대적 상황에서 생존해 나가기 위해 자신만의 방식으로 치열하게 인생을 살아온 인물이기 때문에 심지가 곧고 본인의 생각이 뚜렷하다. 그러면서도 다양한 상황에 부드럽게 대처하고 표현해야 하는 장면들이 있었는데 그런 점들이 굉장히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다. 전체적으로는 이야기를 끌어가는 인물이지만 위트도 있는 인물이라 그 부분을 자연스럽게 표현해 내고 싶었다."
캐릭터를 분석하는 과정도 궁금하다.
"항상 나로부터 출발한다. '나였다면 어땠을까'가 시작이다. 물론 대본이 기준이지만 대본에 안 나와 있는 것들이 분명히 있다. 그 빈 공간을 채우는 게 배우의 일이다. '이 인물은 이 상황에서 어떤 행동을 했을까' '어떤 습관이 있을까' '나였으면 어땠을까' 하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면서 대본에 없는 서사를 채운다. 과거 지진희 선배가 연기에 대한 얘기를 하면서 '극단적으로 변화를 주고자 하는 것도, 앞으로의 연기생활에서 힘들 수 있다'고 조언해 주신 적이 있다. 그 말이 참 와닿았다. 조금씩의 변주와 함께 나만의 캐릭터를 점점 더 다양하게 완성해 나가고자 한다."
의상도 화제가 됐다.
"처음 태상 역할을 하게 됐을 때 그 시대의 의상을 많이 찾아봤다. '금옥당의 대주라면 유명한 사람이지 않을까?' '늘 완벽한 모습이지 않을까?'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정갈하게 빗은 머리와 스리피스로 맞춰입은 슈트, 통 넓은 바지와 과장된 어깨 모양 등이 태상의 자신감 있는 모습을 표출할 수 있는 하나의 장치라고 생각했다."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나.
"전반적으로 화면 속에서 제가 씁쓸하게 보이는 장면이 많더라. 저때 마음 상태가 저랬나 싶었다. 장태상을 연기한 박서준이 아닌, 장태상이 외로워 보인다고 해야 할까. 캐릭터에 몰입하면서 자연스럽게 그런 표정들이 나온 것 같다."
세트장이 완벽하다. 처음 세트장을 본 소감과 가장 기억에 남는 장소는.
"감독님과 미술감독님이 엄청나게 노력한 결과였다. 너무 아름다웠다. 또 어떤 공간은 굉장히 기괴하고 무섭기도 해 조명이 켜져있지 않으면 오싹한 분위기가 느껴질 정도의 공간들도 있다. 연기하는 공간이 사실적으로 느껴질수록 연기하는 데 도움이 많이 된다. 그리고 도시의 중심 거리를 구현해 놓은 곳이 있었는데, 그 거리를 쭉 걸어가는 순간에는 내가 진짜 이 시대를 살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을 때가 있었다. 항상 여운이 남았던 것 같다."
대세 배우 한소희와의 호흡은 어땠나.
"《마이 네임》이라는 작품을 보면서 열정이 많고 잘하는 친구라는 생각이 들었다. 함께 작품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생각보다 빠르게 만나게 됐다. 에너지가 어떨까 기대됐는데, 역시나 에너지가 좋았고 연기적으로 욕심도 많은 친구였다. 현장에서도 스태프분들과 선배님들에게 하나같이 살갑게 잘한다. 그런 지점들이 지금의 한소희를 만든 게 아닐까 싶다."
정동윤 감독과 강은경 작가와의 호흡도 궁금하다.
"감독님은 제가 《이태원 클라쓰》를 할 때 같이 방송을 했던 《스토브리브》의 연출자셨다. 그때부터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었다. 작가님과 감독님을 함께 처음 만났는데, 이미 이 작품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한 상태였다. 그리곤 지금 준비하고 있는 것들에 대해 프레젠테이션을 하시며 설명해 주시는데 거기서 감동을 받아서 함께하게 됐다. 물론 서로에 대한 믿음도 느껴졌다. 개인적으로 강 작가님과는 작업을 해보고 싶었다. 워낙 글을 잘 쓰기로 유명한 분이시다. 실제로도 완벽한 대본이었다. 대사만 봐도 아픔이나 위트가 느껴져 오히려 '내가 이 주옥같은 대사의 맛을 잘 표현할 수 있을까?' 하는 부담이 느껴지기도 했다."
2024년의 계획은.
"이번 달부터 작품 검토에 들어갔다. 《경성크리처》 이후 조금 휴식을 가지면 어떨까도 생각했는데, 좋은 제안들을 많이 받고 있는 만큼 감사한 마음으로 즐겁게 계속해 나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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