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건축물·매력적인 풍경… 빛나는 강물따라 낭만이 흐른다 [박윤정의 차오 이탈리아]

2024. 1. 21.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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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치아 <끝>
발바닥부터 타고 올라오는 뜨거운 열기
수로도 데워졌을까 궁금함에 손 담가봐
바로크 양식 간직한 오페라 극장 앞엔
칼라스 탄생 100주년 플래카드 내걸려
지는 해 바라보며 셔틀보트에 몸 실어
추억 한가득 베네치아와 아쉬운 작별

일 년 내내 다양한 국가에서 수백만 명이 방문하는 베네치아, 관광객 방문은 도시 인구 감소에 큰 영향력을 미친다고 한다. 주민들이 받는 부정적인 영향은 자연환경, 문화유산, 그리고 일상생활에 이른다고 한다. 도시를 떠나거나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한지라 웃음기 없는 주민들 시선을 접할 때마다 왠지 모를 눈치를 본다. 조금이나마 민폐가 되지 않았을까 걱정스러운 마음이다.

발바닥으로부터 뜨거운 열기가 다리를 타고 스멀스멀 올라온다. 하늘 위에서 내리쬐는 태양은 머리카락마저 녹일 듯하다. 말초신경이 바스락 타는 기분을 안고 시원한 공간을 찾아 다시 헤맨다. 문득, 베네치아 수로도 데워졌을까. 궁금하여 손을 담아 보고 싶다.
이탈리아 브랜드 매장들. 예술 풍경이 아닌, 유명 브랜드가 모여 있는 쇼핑 거리도 독특한 감각과 역사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아름다운 건축물과 그림 같은 운치, 낭만적인 분위기가 심드렁해지기 전에 굳게 닫힌 매장 문을 열고 상점으로 들어선다. 에어컨 바람이 시원한 공간! 쇼핑이 마치 한 편의 로맨틱한 소설처럼 전개된다. 고전적인 수공예품과 예술작품들은 오랜 시간을 켜켜이 쌓아올린 이야깃거리를 안고 창가에 진열된 채 사람들을 불러모은다. 지중해 향기를 담은 향수는 거리 곳곳에 살포시 바람으로 전한다. 다양한 제품을 구경하며 동서양이 모여들었던 상업도시 옛 영광을 가늠해 본다.
18세기 말에 건립된 베네치아 오페라 극장은 아름다운 바로크 양식을 간직한 채 20세기 가장 뛰어난 오페라 가수 중 한 명인 마리아 칼라스 탄생 100주년 플래카드를 나부끼고 있다. 1923년 뉴욕에서 태어난 예술인을 기억하며 문화와 역사를 기억하는 공간으로 영원한 듯싶다. 음악이 전하는 감동과 열정을 기억하는 청중에게 깊은 여운을 남기며, 지난 모든 순간들을 기억하겠지.
베네치아 풍경. 18세기 말에 건립된 오페라 극장은 아름다운 바로크 양식을 간직한 채 오늘도 자리한다.
예술 풍경이 아닌, 유명 브랜드가 모여 있는 쇼핑 거리도 독특한 감각과 역사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리알토 다리 주변 지역을 걸으며 이미 알려진 브랜드뿐만이 아니라 전통적인 이탈리아 브랜드 매장들을 둘러본다. 길가와 인접한 골목, 작은 광장까지 다양한 상점들이 자리하고 있어 시간가는 줄 모르고 헤맨다.
뜨거운 열기를 차단한 실내는 외부 온도와 다른 쾌적함으로 손님들을 맞이한다. 피부에 닿는 온도를 식히며 직원들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눈다. 코로나19 이후 이렇게 사람들이 모여드는 것이 신기하고 반갑단다. 베네치아가 물에 잠길 것 같다는 뉴스는 기후변화보다 모여드는 관광객들로 인한 것이 아닐까라는 농담을 주고받으며 골목길 작은 작업실을 벗어난다.
베네치아 수상 터미널. 셔틀 보트와 수상택시를 위한 선착장들이다.
바닷길. 수상택시에 짐을 싣고 섬들을 이동한다.
매장을 들어서는 것은 단순한 구매가 아닌, 문화 여행으로 더욱 특별한 의미를 부여한다. 마스크를 들여다보며 카니발을 상상해 보기도 하고, 오랜 전통과 독특한 분위기를 느껴보기도 한다. 요트를 장식하는 고급 침구류의 가격을 듣고 상상할 수 없는 놀라움을 경험하기도 한다.
하늘이 불그스레 물이 들자, 풍경은 또 다른 매력을 선사한다. 붐비던 광장은 활기를 걷어내고 강물 따라 빛나는 조명이 어우러져 로맨틱하고 매혹적이다. 낮에도 아름답던 역사적인 산마르코광장(Piazza San Marco)은 산뜻한 바람을 맞으며 대성당이 빛나는 모습을 감상하기 위한 사람들도 채워진다. 수로(Grand Canal) 아래로 매혹적인 밤경치를 즐기기 위해 이동하는 수상택시가 물결 따라 흐른다. 리알토 다리 주변으로 밤 조명을 즐기는 사람들이 모여들고 다리 위에는 도시 전경을 감상하는 사람들이 거닌다.
베네치아 밤 풍경. 주변으로 밤 조명을 즐기는 사람들이 모여들고 다리 위에는 도시 전경을 감상하는 사람들이 거닌다.
그들을 뒤로하고 셔틀보트에 오른다. 뉘엿뉘엿 넘어가는 해를 바라보며 바다를 가로지른다. 전해지는 밤바다 향기를 맡으니 또 다른 베네치아가 다가온다. 호텔 레스토랑에서 불빛 따라 흐르는 바다를 바라보며 여유로운 저녁을 즐긴다.
이른 아침, 공항으로 향하기 위해 짐을 정리한다. 느긋한 아침식사를 마치고 베네치아에서 시간을 되돌이켜 본다. 도시 환경에 부담을 주지 않고자 신경 썼지만 무의식적인 행동이 영향을 끼쳤을까 걱정한다. 도시 고유한 문화와 전통적인 상업구조가 훼손되지 않기를 바람으로 베네치아가 주장하는 지속가능한 관광이 자리 잡기를 바란다.
베네치아 공항 풍경. 전 유럽 수도로 항공편이 운항되는 국제공항이다.
또다시 방문하라는 호텔직원들 인사와 배웅을 받으며 수상택시에 짐을 싣는다. 주차 타워가 있는 터미널에 도착하니 이제야 베네치아와 안녕을 고하는 것 같다. 차량을 찾아 공항으로 향한다. 조금 전, 호텔에서 함께 체크아웃하던 일행을 만나 안부인사를 나누고 차량을 반납한다.

같은 동선으로 움직인 또 다른 나라 여행객과 함께 공항으로 들어선다. 작은 도시인 듯하지만 전 유럽 수도로 항공편이 운항되는 국제공항이다. 대도시 공항 못지않은 다양한 인종들이 웅성댄다. 그들 틈에서 한국행 비행 편을 찾아 게이트로 향한다.

박윤정 민트투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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