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은 ‘글로벌 허브 도시’로 간다, 됐나? 됐다!

부산=구자홍 기자 2024. 1. 21.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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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재발견] 박형준 부산시장 ‘다시 태어나도 살고 싶은 도시’ 만들기

● ‘15분 도시’ 생활권 본격 추진 중
● 신산업 용광로 5대 혁신 클러스터 조성
● 지역특화산업 연계 대학 특성화 전략
● 북항 재개발 1단계 기반시설 일부 시민에 개방
● 다채로운 콘텐츠로 글로벌 문화도시 완성

박형준 부산시장. [지호영 기자]
부산 연제구 시청사 1층 로비에 들어서면 "부산이 좋다(Busan is Good!)"는 문구가 시민을 반긴다. 예쁜 꽃을 보면 미소가 지어지듯, 좋은 글귀는 보는 이의 마음까지 훈훈하게 하는 힘이 있다. 시청을 찾는 시민들에게 '내가 좋은 도시에 살고 있구나'하는 자부심을 불러일으킬 만한 좋은 글귀라는 느낌을 줬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살기 좋은 도시 부산 만들기'에 만족하지 못한 듯했다. 그는 "부산을 '글로벌 허브 도시'로 만들어 '다시 태어나도 살고 싶은 도시'로 만들겠다는 목표로 시정을 이끌고 있다"고 말했다. 박형준 부산시장을 2024년 새해 벽두 부산시장 집무실에서 만났다.

글로벌 허브 도시 부산

박형준 부산시장은 ‘글로벌 허브 도시’로 성장할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지호영 기자]
‘부산' 하면 어떤 단어가 떠오르게 하고 싶나.

"글로벌 허브 도시다. 부산 하면 누구나 싱가포르 같은 '글로벌 허브 도시'를 떠올리게 만드는 게 목표다. 어제오늘 한 얘기가 아니다. (2021년 4월) 시장 취임 후 엑스포 유치 작업을 하면서 부산의 미래 비전으로 글로벌 허브 도시를 일관되게 얘기해 왔다. 엑스포 유치를 통해 그 목표를 더 빨리 구현하려고 했는데, 아쉽게도 엑스포는 안 됐지만 엑스포와 관계없이 글로벌 허브 도시 부산이라는 비전과 전략은 차질 없이 추진해 나가겠다. 시민들께는 '부산은 지금도 살기 좋지만 다시 태어나도 살고 싶은 도시'라는 얘기를 듣도록 하겠다."

박 시장은 "부산을 '글로벌 허브 도시'로 만들려는 목표는 부산시뿐 아니라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한 현 정부의 확고한 의지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대한민국은 지금 크게 세 가지 문제를 안고 있다. 하나는 저출산이고, 다른 하나는 성장잠재력 약화다. 나머지 하나는 격차다. 대한민국이 안고 있는 이 세 가지 문제를 해결할 핵심 고리가 부산이다. 부산을 글로벌 허브 도시로 육성해 수도권에 이어 남부권을 새로운 성장축으로 삼아 대한민국을 (수도권과 남부권) 두 바퀴로 돌려야 한다."

그는 부산을 '글로벌 허브 도시'로 만들어야 하는 이유를 이렇게 밝혔다.

"수도권만으로 대한민국 잠재력을 끌어올리기에는 이미 한계 상황에 와 있다. 수도권 집중에서 오는 긍정적 측면보다 지금은 부정적 측면이 훨씬 더 도드라지게 나타나고 있다. (수도권 강화로는) 저출산 문제 해결도 어렵고 격차 해소도 안 된다. 그런 점에서 지역이 갖고 있는 특성을 살려 경제적 잠재력을 높이는 게 더 효율적이다. 부산을 싱가포르나 상하이, 두바이 같은 글로벌 허브 도시로 만들어 대한민국 발전의 새로운 지렛대 구실을 하도록 해야 한다."

글로벌 허브 도시를 향한 박 시장의 구상을 현실화하기 위해 부산시는 지난해 12월 '글로벌 허브 도시 추진단'을 출범시켜 법률안과 도시 모델을 구상하고 있다. 올해는 행정안전부 등과 협력해 범정부 차원의 추진체계를 구성하고, 상반기 중 '글로벌 허브 도시' 특별법이 발의될 수 있도록 정부와 협력해 나갈 계획도 갖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해 12월 6일 부산 방문 때 부산을 국제기준에 부합하는 국제 비즈니스 자유도시로 만들기 위한 획기적 규제 혁신과 이를 위한 부산 글로벌 허브 도시 특별법 제정과 범정부 추진체계 마련을 약속한 바 있다.

박 시장은 "부산은 세계 2위 환적항을 갖고 있는 국제 물류 도시다. 세계적 물류 도시로 성장하려면 금융 허브가 필수적이다. 우리가 산업은행 부산 이전을 강력하게 추진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고 말했다.

"산업은행 부산 이전은 금융 공공기관 한 곳을 지방으로 옮기는 이상의 의미가 있다. 정책금융기관인 산업은행이 지역의 산업기반을 대폭 확충해 신산업을 육성하는 촉매제 구실을 할 수 있다."

다시 태어나도 살고 싶은 도시 부산

‘글로벌 허브 도시'가 박 시장이 만들고자 하는 부산의 미래라면 '15분 도시'는 부산시민의 생활 편의를 획기적으로 높이기 위해 박 시장이 역점을 두고 추진 중인 프로젝트다.

"다시 태어나도 살고 싶은 부산을 만들려면 좋은 일자리와 함께 교육 여건과 의료 환경, 쾌적한 자연환경까지 잘 갖춰져야 한다. 시민이 현재는 물론 다시 태어나도 살고 싶은 도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종합적으로 구상한 정책이 바로 15분 도시다."

‘15분 도시'는 어느 정도 현실화되고 있나.

"부족한 생활 편의시설 확충을 위한 정책공모 사업을 시작으로 해피챌린지와 비전투어, 데이터기반 도시 관리 등 다양한 사업이 순항하고 있다."

‘15분 도시'는 생활필수품 구입을 위한 마켓과 약국은 물론 주요 교통수단인 지하철과 버스 정류장, 그리고 병원과 대형 쇼핑몰, 아이들이 놀면서 즐길 수 있고 가족 모두가 함께할 수 있는 복합문화시설까지 시민의 삶은 물론 여가와 문화레저생활에 필요한 각종 시설에 '15분 이내' 접근이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프로젝트다.

"살기 좋은 도시는 집 가까이에 시민이 원하는 교육, 의료, 문화생활 충족이 가능한 도시다. 크고 작은 커뮤니티가 활성화돼 좋은 사회적 관계를 맺을 수 있어야 시민이 행복감을 느낄 수 있다. 부산이 최근 살기 좋은 도시 평가에서 괄목할 만하게 성장한 것도 '부산 사람들 참 따뜻하다. 정이 넘친다'는 평가가 많았기 때문이다."

‘15분 도시' 프로젝트 일환으로 부산시는 어린이 복합문화공간 '들락날락'을 부산시 전역에 조성하고 있다. 부산시청 1층에도 '들락날락'이 조성돼 주변에 사는 어린이들이 편리하게 이용하고 있다. 현재 40개소를 운영 중인 부산시는 2030년까지 총 3750억 원을 투자해 300개소로 확충할 계획을 갖고 있다. 이렇게 되면 부산에는 15분 생활권에 들락날락이 최소 3개소 이상 만들어져 마을 공동체의 핵심 시설로 기능하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신노년층 커뮤니티 형성과 사회공헌활동을 위한 복합문화공간인 '하하센터'도 2026년까지 470억 원을 투자해 부산시 62개 생활권별로 1개씩 조성할 예정이다.

"의료의 경우 세계에서 거의 처음으로 '찾아가는 의료버스'를 도입해서 지금 5대가 부산을 돌아다니면서 병원 가기 힘든 분들에게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병원과 연계한 의료버스에 대한 민족도가 90% 넘는다."

‘글로벌 허브 도시 부산' '다시 태어나도 살고 싶은 도시 부산'을 향한 박형준 시장의 도전이 서서히 가시적 성과를 내는 셈이다.

기업하기 좋은 도시 부산

글로벌 허브도 좋고, 빠른 시간 안에 생활 편의시설에 접근할 수 있는 '15분 도시'도 좋지만, 살만한 도시가 되려면 무엇보다 좋은 일자리가 있어야 하는데….

"부산을 기업하기 좋은 도시로 만들기 위해 최적의 투자 환경을 조성하려 노력하고 있다. 가덕도 신공항이 완공되면 부산은 항만과 철도, 공항 연결이 가능한 유라시아 관문 구실을 할 수 있다. 기업 수요에 맞는 다양한 투자 입지를 마련하기 위해 전국 최대 규모의 투자진흥기금을 마련했고, 세계적 수준의 외국 교육기관과 연구기관도 유치했다. 특히 2021년 9월 시작해 현재 75곳으로 확대된 지산학 협력 브랜치를 중심으로 기업이 청년과 인재를 모으고, 청년과 인재가 다시 우수 기업을 부르는 산학협력 선순환 생태계도 본궤도에 오르고 있다."

박 시장은 기존 서부산 제조업, 동부산 관광·정보통신 중심의 양극체계를 동부산 마운틴밸리, 원도심 수영강벨트, 스타트업벨트, 서부산 부스트벨트, 낙동강벨트 등 5개 권역별 미래 신산업 혁신 클러스터로 조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부산시의 이 같은 노력에 화답해 신산업 중심 우수 기업들도 대거 부산에 투자하고 있다고 한다.

박 시장은 "2023년 투자 유치 4조 원 시대를 연 데 이어 올해는 6조 원을 목표로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규모 투자를 유인할 기회발전특구와 도심융합특구, 글로벌혁신특구 지정을 본격 추진할 예정이다. 이 특구들은 신산업 성장의 촉매제 구실을 하며 우수 기업의 부산 투자를 가속화할 것으로 기대한다. 부산을 젊고 희망이 있는 도시로 만들어 기업하기 좋은 도시, 다시 태어나도 살고 싶은 도시로 만들어나가겠다."

부산을 '젊고 희망이 있는 도시' '다시 태어나도 살고 싶은 도시'로 만들겠다는 박 시장의 목표는 점차 현실이 되고 있다.

국회미래연구원이 지난해 12월 발간한 '대도시 청년들의 삶의 만족도' 보고서에 따르면 부산 청년 만족도가 7대 광역시 중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부산 청년들은 안전감과 대인관계 만족도, 공동체 소속감과 일반적 신뢰 등 긍정 지표에서 모두 1위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에 비해 부정 지표인 외로움은 6위, 우울 빈도는 5위를 기록해 7대 광역시 중 하위 수준을 기록했다. 이 같은 조사 결과는 일자리는 물론 주거 비용과 대중교통 편의성 등 청년 삶의 질을 좌우하는 정주 여건이 부산시가 다른 광역시에 비해 우수하다는 점이 입증된 것이다.

또한 부산시는 지난해 영국 시사·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 계열 세계 경제 분석기관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Economist Intelligence Unit)이 발표하는 '세계 살기 좋은 도시 지수(The Global Liveability Index 2023)'에서 아시아 6위를 기록했다.

안정성, 의료, 문화 및 환경, 교육, 인프라 5가지 분야 평가에서 2022년 70점대의 종합평가를 받았던 부산시는 '글로벌 허브 도시' '15분 도시 정책' 등의 노력에 힘입어 지난해 80점대 후반의 평가를 받아 순위를 크게 끌어올렸다.

젊고 희망이 있는 도시 부산

해운대 모래 축제. [뉴시스]
벚꽃 피는 순서대로 대학이 없어진다는 얘기가 있다. 부산은 상대적으로 벚꽃이 빨리 피는 지역인데 어떤가.

"학령인구 감소와 청년층의 수도권 이탈로 인해 지방대학의 위기는 더는 괴담이 아닌 현실이 되고 있다. 부산 또한 지역대학 소멸 위기에서 예외가 아니다. 지역대학의 위기는 곧 지역의 위기와 직결되는 중대한 문제이기 때문에 임기 초부터 부산을 '지산학 협력 도시'로 만들기 위해 정책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산학연은 많이 들어봤지만 지산학은 다소 생소한 개념인데….

"지산학은 지방정부 주도로 대학과 산업의 연결을 강화하는 것이다. 지산학 협력체계를 구축해 대학과 소통을 강화한 결과 지난해 지자체-대학 협력기반 지역혁신사업(RISE) 시범지역으로 선정됐고, 글로컬 대학에 선정되는 등 역대 최대 규모의 신규 사업을 유치하는 성과를 거뒀다. 2025년 시행되는 라이즈(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 전환을 체계적으로 준비해 지역 전략산업과 연계한 인재 양성과 기술 지원으로 기업의 성장을 도울 예정이다. 또한 기업이 지역의 우수 인재를 채용함으로써 지역과 대학이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해 나갈 계획이다."

박 시장은 부산시와 교육청, 부산 소재 대학이 힘을 합해 '부산에서 아이를 교육해야겠다' '부산에서 아이를 키우고 싶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부산발 교육혁명'을 준비 중이라고 예고했다.

부산을 매력도시·문화도시로 만들겠다고 했는데, 현재 추진 중인 정책은 무엇인가.

"글로벌 허브 도시로 부산을 완성하는 마지막 퍼즐이 바로 문화와 관광이다. 부산은 국제 마이스(MICE), 관광도시로서 이미 세계적으로 우수한 입지를 갖고 있다. 오페라하우스와 부산콘서트홀 건립 등으로 국내외 관광객을 유인할 새로운 문화 콘텐츠와 시설을 확대하고 있다. 전국 지방정부 가운데 부산시가 선도하는 워케이션 도시, 글로벌 미식 도시 브랜드를 한층 더 업그레이드할 예정이다."

윤석열 정부는 국토 균형발전 측면에서 부산 등 남부권을 수도권에 대응하는 지속 가능하고 경쟁력 있는 관광 중심지로 조성하기 위한 '남부권 광역관광 개발사업'을 국정과제로 제시한 바 있다. 올해 1단계 4개년 사업이 본격 시행된다.

"전 세계 관광객 취향을 다양하게 반영해 부산의 매력을 더욱 발산할 수 있도록 하겠다. 특히 공연 상연 편수와 국내외 초청자 규모를 늘리고 관객 참여 프로그램을 다채롭게 추가한 부산국제공연예술마켓은 다시 찾고 싶은 세계적 공연예술 도시 부산을 전 세계에 알리는 플랫폼 구실을 톡톡히 하게 될 것이다. 다채로운 문화 관광 콘텐츠를 꾸준히 발굴함으로써 부산을 명실상부한 글로벌 문화도시로 완성해 나가겠다."

한 사람이 꾸는 꿈은 꿈에 그치기 쉽지만, 여럿이 함께 꾸는 꿈은 현실이 된다. 부산을 '글로벌 허브 도시'로 만들어 수도권과 남부권 두 바퀴로 대한민국 경제를 다시 힘차게 굴리겠다는 박형준 시장의 꿈이 부산의 꿈에 그치지 않고 대한민국의 꿈으로 현실화될지 주목된다. 부산시정을 이끄는 박형준호(號)는 대한민국 경제를 다시 역동시킬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busan is ready!

부산=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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