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軍장성 방산업체와 자문계약 맺고 금품수수…대법 “무죄”
자문료 명목 수차례 금품 수수…법카 대납도
1·2심 징역 1년에 집유 2년→대법 무죄 취지 파기·환송
“현안 전제 않고 경험 바탕 편의제공은 알선수재 아냐”
[이데일리 박정수 기자] 전직 군장성이 방위사업체들과 자문 계약을 맺고 보수를 받은 사건에 대해 대법원이 원심의 유죄 판결을 깨고 무죄 취지로 다시 하급심에 돌려보냈다.
A씨는 1975년 3월 육군 소위로 임관해 2004년 10월 소장으로 진급했고, 2006년 5월부터 2008년 11월까지 국방부 전력자원관리실 군수관리관으로 근무했다. 2008년 11월 소장으로 예편했고, 2010년 8월부터 2012년 8월까지 국방부 전력자원관리실장(고위공무원)으로 재임했으며, 현재 모 대학교 산학협력중점교수로 근무하고 있다.
A씨는 2015년 1월경 방위사업체 B로부터 ‘헬기 부족예산 현실화, 해상작전헬기 국내 사업화를 통한 수주, 의무후송헬기 납품물량 조정 및 항공정비단지 사업 수주 등과 관련해 회사 애로사항을 군 관계자에게 설명할 수 있도록 기회를 마련해 달라’는 취지로 군 관계자에 대한 로비를 요청받았다.
2015년 4월 A씨는 주식회사 B와 형식적인 자문계약을 체결한 다음 2016년 3월경까지 12회에 걸쳐 자문료 명목으로 합계 약 3600만원을 지급받고(매월 약 300만원), 활동비 명목으로 사용한 법인카드 대금 약 1980만원을 대납받았다.
아울러 A씨는 전투화 소재 등을 생산·납품하는 업체 C로부터 기능성 전투화 등 제품이 계속해 군에 납품될 수 있도록 군 관계자에 대한 로비를 요청받고 C사와 컨설팅계약을 맺었다. 이후 2016년 2~5월 4회에 걸쳐 자문료 형식으로 합계 약 1930만원을 지급받았다
1심에서 알선수재 부분을 유죄로 판단하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약 7530만원을 추징했다. 2심도 같은 판단을 내렸다. 수뢰후부정처사, 부정처사후수뢰, 뇌물공여 등은 증명 부족으로 무죄를 받았다.
자문 계약이 구체적인 현안의 직접적인 해결을 염두에 두고 체결됐고 의뢰 당사자와 공무원 사이에 서서 중개하거나 편의를 도모하는 것에 대한 대가로서 보수가 지급되는 것이라면 알선수재행위에 해당할 수 있으나 이 사건은 다르다고 대법원은 봤다.
대법원은 “그 계약이 구체적인 현안을 전제하지 않고, 업무의 효율성·전문성·경제성을 위해 피고인의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에 바탕을 둔 편의제공에 대한 대가로서 보수가 지급되는 것이라면 통상의 노무제공 행위에 해당해 알선수재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했다.
이에 대법원은 “B사 관련 사건 자문계약이 구체적인 현안의 직접적 해결을 염두에 두고 체결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공소사실에 기재된 현안은 매우 포괄적이고 광범위해 사실상 주식회사 B가 수행하는 사업 전반에 관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당사자가 붙인 계약의 명칭이나 형식에 구애될 것이 아니라 자문 등의 계약이 체결된 경위와 시기, 피고인이 지급받는 계약상 급부가 의뢰 당사자와 공무원 사이를 매개·중개한 데 대한 대가인지 등 종합적인 사정을 바탕으로 계약의 실질에 따라 알선수재죄 성립 여부를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한편 대법원은 이번 판결에 대해 “특정범죄가중법위반(알선수재)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구체적 현안’이 존재하는지, 계약상 급부가 ‘중개적 행위’에 대한 대가 명목인지, 계약상 급부의 액수와 지급 조건·방법·시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판단기준을 최초로 제시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고 전했다.
박정수 (ppjs@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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