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뷰] 지지율 반등 '골든타임' 놓치는 민주당

김주훈 2024. 1. 2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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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대표 피습 음모론' 중도 확장력 제한
당 내 거물들 연쇄탈당도 '배신자' 치부
이재명 대표 퇴원 후 방향도 신선감 떨어져
'한동훈 바람', 정치쇼 폄하할 때 아니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해 12월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예방하고 있다. [사진=곽영래 기자]

[아이뉴스24 김주훈 기자] 4·10 총선을 앞두고 여야 지지율이 답보 상태를 이어가고 있지만, 사실상 더불어민주당이 지지율 반등 계기를 놓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여당은 여러 실책에도 '한동훈'이라는 새 인물을 전면에 내세워 이슈화를 끌어내고 있지만, 민주당은 '정부여당 견제론'에 갇혀있다는 것이다. 결국 이제는 '이재명 체제'가 기조를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최근 민주당의 지지율이 심상치 않다는 평가가 정계에서 커지고 있다. 여러 정치적 이슈가 야당의 호재로 작용될 것이라는 전망과 달리, 지지율에 큰 변화가 나타나지 않으면서다.

4·10 총선의 막이 오른 올해 새해부터 현재까지 정국 주도권은 야권이 쥐고 있었다. 국민적 찬성 여론이 높았던 '쌍특검'(대장동 50억 클럽·김건희 여사 특검) 법안과 이태원 참사 특별법이 '거부권 정국' 늪에 빠져 정부여당의 부담으로 작용했고, 새롭게 출범한 한동훈 비대위는 인사 논란에 야당의 비판을 피할 수 없었다. 특히 '이재명 대표 피습 사건'은 여당에서 여론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울 정도로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으로 평가됐다.

그러나 민주당의 지지율이 반등하지 않는 것이 '이변'으로 평가될 정도로, 지지율은 답보 상태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 16~18일 전국 성인 1002명을 대상으로 정당 지지도를 조사(무선면접,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3.1%p)한 결과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36%, 민주당은 33%로 집계됐다. 국민의힘은 직전(지난 9~11일) 조사와 동일했지만, 민주당은 1%p 하락했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지지율 격차가 1주 만에 오차범위(±3.1%p) 내로 좁혀진 여론조사도 나왔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11~12일 전국 성인 1003명을 대상으로 조사(무작위 추출된 임의번호를 활용한 자동응답 조사,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한 결과, 민주당은 2.1%p 떨어진 42.4%, 국민의힘은 3%p 오른 39.6%로 집계됐다. 양당의 지지율 격차는 직전 조사(지난 4~5일) 7.9%p에서 2.8%p로 오차범위 내로 좁혀졌다.(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민주당이 지지율을 반등시킬 정치적 이슈가 있었음에도 기회를 놓친 것은 지도부의 집중력과 위기대응 능력이 부족했기 때문으로 평가된다. 당초 당대표 피습 사건의 경우, 여당에선 민주당 지지층 결집과 중도층 여론의 향방에 대한 우려가 컸다. '박근혜 피습' 사건으로 열세였던 지방선거 판세를 뒤집은 경험이 있는 보수 정당으로선 총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불안 심리가 작용하면서다. 피습 사건 당시 한 국민의힘 의원은 <아이뉴스24>와의 통화에서 "이번 사건이 '선거에 영향을 미칠 것인가'라고 한다면 아예 없다고 할 순 없다"며 "민주당이 결집할 수는 있지만, 이것이 여당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직 이르다"고 말을 아꼈다.

그러나 여당의 우려와 달리 당대표 피습 사건은 여러 논란으로 이어지면서, 사회적 갈등만 부각된 결과를 낳았다. 서울 헬기 이송이나 '잘하는 병원' 발언 등은 부정 청탁과 특혜제공 여부, 의료기관 서열화 논란으로 비화됐다. 급기야 정부 당국이 사건을 축소·왜곡하려 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정치권에선 진실공방이 벌어졌다. 결국 정쟁화로 인해 이 대표에 대한 '동정론'은 끝내 확산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국민의힘 내부에선 역풍 우려와 달리 안도하는 분위기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미 범인이 잡혔는데, 음모론을 펼치면 국민 피로감만 높아질 뿐"이라면서 "동정론이 생기지 않으니 음모론 쪽으로 가는 느낌이고, 사건 초기에 여러 실수가 나오면서 결국 자충수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비명계 모임인 '원칙과 상식' 소속의원 김종민(왼쪽부터), 이원욱, 조응천 의원이 지난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민주당 탈당 기자회견을 위해 들어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근 연쇄 탈당에 대한 이 대표의 대응도 미흡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낙연 전 대표, 이원욱·김종민·조응천 의원 등 오랫동안 당에 몸담고 있던 거물급 인사들이 절연을 선언하고 신당으로 몸을 옮겼다. 당내에선 이들의 탈당을 막기 위해 설득에 나섰지만, 끝내 '분노의 탈당 기자회견'을 막지 못했다. 당내 일부 인사들은 '배신자' 낙인을 찍으며 분노를 드러내는 등 갈등은 심화됐다. 이에 대한 이 대표의 반응은 "통합과 단합을 유지하기 위해서 많은 노력, 많은 최선을 다했지만 참으로 안타깝다"였다. 당무 복귀 당일(지난 17일) 당 인재영입식에서 나온 깜빡 발언에 탈당해 미래대연합을 창당한 이원욱 의원은 곧바로 "복귀 일성이 증오와 거짓말로 시작하고 있다. 원칙과상식 의원들에게 전화 한 번이라도 해보신 적 있으신가"라고 꼬집었다. 당대표로서 이들의 탈당 전후 직·간접적으로 입장을 밝혔다면 '통합' 의지를 부각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피습 사건 이후 이 대표의 첫 메시지가 지속적으로 부각했던 '정부여당 견제론'이라는 것이다. 민주당은 한동훈 비대위의 시스템 공천 도입, 국회의원 정수 축소 등을 소위 '정치쇼'라고 규정하며 비판하지만, 한동훈이라는 새로운 인물을 내세워 이슈몰이하는 여당과 달리 '새로움'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중도층을 잡는 것이 이번 총선에서 중요한데, 문제는 이들은 정쟁 말고 민생에 관심이 있다는 것"이라며 당이 '민생' 위주의 기조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도 민주당이 정부여당 견제론과 다른 새로운 기조를 보여주지 못한다면 지지율 반등은 부정적이라고 분석했다.

홍 소장은 "이미 국민들은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문제점을 모두 파악하고 있는 만큼, 현재 요구하는 것은 '변화'하라는 것"이라면서 "결국 민심을 존중하고 변화하는 쪽이 총선에서 승리하는 것인데, 그것이 소위 정치 쇼라고 해도 실질적인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야권에선 한동훈 비대위에 대해 비판하며 변화는 없다고 지적하지만, 야권은 이와 달리 어떤 변화를 보여주고 있는가"라면서 "좋은 기회가 와도 반사이익을 얻지 못하고 있는데, 민심의 요구에 화답만 할 수 있다면 야권에 유리할 수 있어 보인다"고 했다.

그는 야당이 지지율 반등을 위해 정쟁화에 집중하고 있는 현상도 비판했다. 총선을 앞두고 새로운 어젠다 제시를 통한 주도권 경쟁이 아닌, 과거 이슈를 매몰됐다는 지적이다. 홍 소장은 "야당에서 김건희 여사 문제를 키우고 있지만, 이미 국민은 이 문제에 대해 오랫동안 접한 만큼 이 부분에 대해선 지지율에 모두 반영된 것"이라며 "특검을 추진한다고 해서 야권 지지율이 반등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안이한 것"이라고 했다.

/김주훈 기자(jhkim@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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