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알선수재죄, 구체적 현안 해결 대가인지 따져야"

하종민 기자 2024. 1. 2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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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심 유죄로 집행유예, 추징…대법, 파기 환송
"공무원 직무여도 모두 알선수재죄 성립은 아냐"
[서울=뉴시스] 대법원 전경(사진=뉴시스DB)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하종민 기자 = 공무원의 직무와 관련해 컨설팅계약을 체결, 보수를 지급받았다는 이유만으로 알선수재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구체적 현안 해결을 위한 대가인지, 중개 행위 대가 명목인지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 판단해야 한다는 취지다.

대법원 3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지난달 28일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알선수재) 등으로 기소된 전직 국방부 전력자원관리실장 A씨에게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환송했다고 21일 밝혔다.

대법원은 "이 사건 계약은 그 내용에 비추어 경영일반에 관한 자문용역을 제공하고 그 대가로 보수를 지급받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일반적 자문·고문계약이라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며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공무원의 직무에 속한 사항의 알선에 관해 금품을 수수한 것이라는 점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앞서 육군 소장 출신으로, 국방부 전력지원관리실장을 지냈던 A씨는 방산업체 B사로부터 5600만원을 받고 공무원의 직무에 속한 사항을 알선해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알선수재)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B사로부터 '회사 애로사항을 군 관계자에게 설명할 수 있도록 기회를 마련해 달라'는 취지로 군 관계자에 대한 로비를 요청받았고, B사와 자문계약을 체결한 뒤 자문료와 활동비를 받았다.

또 그는 다른 방산업체 C사에도 '나를 고문으로 해 주면 군에서 C사의 제품을 잘 활용할 수 있도록 해 주겠다'며 고문계약을 체결할 것을 요구하는 등 수회에 걸쳐 고문계약 체결을 독촉했고, 군 관계자에 대한 로비를 요청받아 총 1900만원의 자문료를 지급받았다.

이 외에도 그는 공무원 재직 중 청탁을 받고 직무상 부정한 행위를 한 후 3500여만원의 뇌물을 수수해 수뢰후부정처사 및 부정처사후수뢰 등의 혐의로도 기소됐다.

1심과 2심에서는 A씨의 알선수재 혐의에 대해 징역 1년과 집행유예 2년, 7500여만원 추징을 선고했다. 반면 수뢰후부정처사, 부정처사후수뢰 혐의는 증명부족으로 무죄를 선고했다.

1·2심에서는 특정범죄가중법 제3조(알선수재)에서 '공무원의 직무에 속한 사항의 알선에 관해 금품이나 이익을 수수·요구 또는 약속한 사람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명시한 만큼 A씨의 행위가 알선수재죄를 구성한다고 판결했다.

[그래픽]

다만 대법원은 이 같은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환송했다.

대법원은 알선수재죄 성립과 관련해 "당사자가 붙인 계약의 명칭이나 형식에 구애될 것이 아니라, 자문 등의 계약이 체결된 경위와 시기, 의뢰 당사자가 피고인에게 사무처리를 의뢰하고 그 대가를 제공할 만한 구체적인 현안이 존재하는지, 피고인이 지급받는 계약상 급부가 의뢰 당사자와 공무원 사이를 매개·중개한 데 대한 대가인지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현안의 중요도나 경제적 가치 등에 비추어 자문료 등 보수의 액수나 지급조건이 사회통념·거래관행상 일반적인 수준인지, 보수가 정기적·고정적으로 지급되는지 등 종합적인 사정을 바탕으로 계약의 실질에 따라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해당 기준으로 A씨의 알선수재죄를 판단할 경우 B사와 체결한 자문계약은 알선수재죄로 볼 수 없다며 "회사의 임원 인사관리 규정에 의해 체결됐으며, B사에는 A씨의 전문적 지식과 경험을 활용해 업무의 경제성·효율성·전문성을 도모할 유인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특히 "이 사건 자문계약이 구체적인 현안의 직접적 해결을 염두에 두고 체결됐다고 보기 어렵다. 또 공무원들과 접촉한 사실은 인정되지만, 공무원에게 청탁 또는 알선을 했다고 볼 만한 자료는 나타나 있지 않다"며 경영일반에 관한 자문용역을 제공하고 그 보수를 받은 것으로 해석했다.

이 외 대법원은 C사와 맺은 계약은 알선수재에 해당해 원심 판결에 잘못이 없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수뢰후부정처사 및 부정처사후수뢰 부분에 대한 검사의 상고도 "법리오해의 잘못이 없다"며 기각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공무원의 직무에 속하는 사항에 관한 '자문·고문·컨설팅계약 등이 체결'된 경우에 그 계약상 급부를 지급받았다고 해서 곧바로 특정범죄가중법위반(알선수재)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명시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정범죄가중법위반(알선수재)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구체적 현안'이 존재하는지, 계약상 급부가 '중개적 행위'에 대한 대가 명목인지, 계약상 급부의 액수와 지급 조건·방법·시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판단기준을 최초로 제시했다"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hahaha@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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