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빙톡] 무지개다리 건넌 반려동물…상실증후군 극복하려면

(서울=연합뉴스) 반려동물을 키우는 국내 인구는 약 1천500만명. 4가구 중 1가구가 반려동물과 함께 살아가고 있는데요.

그런 만큼 사랑하던 반려동물이 죽은 후 심적 고통을 호소하는 이들이 많다고 합니다.

반려동물을 떠나보낸 후 오랜 기간 우울하고, 잠이 오지 않는다면 '펫로스 증후군'(Pet Loss Syndrome·반려동물 상실 증후군)을 의심해볼 수 있는데요.

펫로스 증후군은 반려동물을 떠나보낸 뒤 나타나는 상실감과 우울감을 뜻합니다.

경북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정운선 교수 연구팀이 국제학술지 'JKMS' 최근호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반려동물 사후 상당수가 슬픔, 우울, 불안 등을 겪어 병원 치료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슬픔의 정도는 연구에 참가한 사람 중 절반 이상이 가족이나 친구를 잃었을 때의 수준을 넘었습니다.

또 반려동물과 사별한 사람의 절반가량은 우울증, 공황장애, 사회 불안장애, 불면증 등에 시달리고 있었습니다.

펫로스 심리상담센터 '안녕' 조지훈 원장(임상심리전문가)은 "가장 위험한 건 극단적 선택과 관련된 생각들에 몰두하는 것인데 심각한 분들은 입원 치료를 고려할 정도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반려동물이 떠난 후 슬픈 감정이 6개월 이상 이어지고, 일상생활까지 어렵다면 정신건강의학과나 심리상담센터를 찾는 것이 좋습니다.

펫로스 증후군을 이겨내려면 슬픈 감정을 억누르기보다 적절하게 표출하는 것이 중요한데요.

반려동물에게 편지나 일기를 쓰며 마음을 정리하거나 장례를 통해 충분히 애도하면서 슬픔을 해소하는 방법 등이 있습니다.

조철현 고려대 안암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무엇보다 우리가 감정 자체를 너무 터부(금기)시하거나 무조건 부정적이고 병적으로 여길 것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반응이라 여겨야 한다"면서 "적절하게 소화하거나 정리하지 못해 어려움이 생기는 문제이기 때문에 여러 가지 감정적인 반응을 정리하는 것도 중요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가족, 친구 등 주변 사람의 역할도 중요한데요. 반려인의 슬픔에 공감하지 않더라도 가족을 잃은 슬픔으로 여겨 위로해주고, '사람도 아닌데 왜 이렇게까지 슬퍼하냐', '다른 동물을 키우면 되지 않냐' 등의 말은 삼가야 합니다.

또 펫로스 증후군 예방을 위해선 평소 반려동물이 자신보다 먼저 세상을 떠날 수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며 지내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조지훈 원장은 "가장 힘든 감정이 죄책감인데 반려동물이 살아있을 때 죄책감에 대한 리스트를 한 번 작성해보기도 하고, 꼭 해주고 싶은 일들이 있다면 사별하기 전에 시도해 보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습니다.

최근에는 반려동물 장례도 흔한데요. 장례식을 통해 사랑하는 반려동물을 떠나보내며 충분히 슬퍼하는 시간을 갖기 시작한 것입니다.

반려동물 장례가 이어지면서 최근엔 조의금을 반려동물의 영역까지 확장할 수 있는지가 논란이 되기도 했죠.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이 우리보다 앞섰다는 미국이나 독일, 일본 등에서는 반려동물 장례가 이미 보편적이고, 펫로스 증후군 치료도 그리 이상한 일이 아니죠.

조철현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반려동물이 가족의 일원으로 여겨지고 또 반려동물의 의미나 가치가 이렇게 업그레이드된 지가 오래되지 않았다"면서 "인식 개선에 따라 펫로스 증후군 양상을 보이는 분들이 (병원을 찾는 게) 조금씩 늘어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임동근 기자 안소연 인턴기자 최민영 크리에이터

dkl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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