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조지 클루니·오바마가 사랑한 그 호텔, 코로나19·마우이 화재에도 60주년 맞은 비결은
천혜의 자연을 선물로 받은 섬, 주(州) 수입의 상당 부분을 관광수입에 기대는 대표 휴양지 미국 하와이에서 '셀레브리티들의 숨겨진 휴식처'라는 별명을 얻은 호텔이 있다. 조지 클루니,고(故)마이클 잭슨 등 할리우드 스타부터 고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과 버락 오바마·조지 부시·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이곳에서 휴가를 보냈다. 근래에는 이영애, 이보영, 소녀시대 윤아 등 한국 스타를 포함해 세계 유명 인사들에게 '사적인 공간'으로 인기를 끌었다. 카할라 호텔 & 리조트 이야기다.
이달로 문 연 지 60년 되는 이 호텔의 총지배인 조 이바라는 부침이 심한 관광산업의 변화에 크게 영향받지 않고 역사를 이어 온 비밀을 한국일보에 공개했다. 이 호텔의 총지배인이 한국 언론과 인터뷰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카할라 호텔 & 리조트의 총지배인이자 이 호텔의 회사인 리조트트러스트 하와이의 부사장을 맡고 있는 그는 2019년 총지배인으로 취임한 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마우이 화재 등 직격탄을 두 차례나 맞았다. 전 세계가 국경을 봉쇄했던 시기에도 경쟁에서 유리한 위치를 강화하기 위해 전략을 짜서 운영하고 재무 성과를 챙기는 등 업무 전반을 그가 맡았다.
엘리자베스 英 여왕, 오바마·부시 美 대통령 찾은 곳
이바라는 이 호텔이 성공을 이어온 비결로 ①사생활 보호(프라이빗)를 가장 먼저 꼽았다. 그는 "카할라 호텔은 오아후섬 최고급 주택 지구인 카할라 애비뉴의 조용한 분위기 덕분에 고객들이 다른 관광객들을 신경쓰지 않고 사생활을 존중받으면서 호캉스를 즐길 수 있다"며 "할리우드 스타나 외국 국빈은 물론 여러 고위급 인사들이 찾는 목적지로 자리매김했다"고 자랑했다. 와이키키해변을 둘러싼 여러 숙소들과 달리 차를 타고 마을 안으로 깊이 들어가야 나오는 위치가 사생활을 보장받고 싶은 관광객에겐 선호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실제 이 호텔의 구조는 와이키키해변을 둘러싼 여느 호텔과 다르다. 우선 현관을 기준으로 두 객실만 나란히 붙어있다. 다른 객실과는 거리를 뒀다. 다른 투숙객들과 마주치는 상황을 최소화하도록 설계한 것이다. 발코니로 나서면 곧장 해변으로 이어진다. 높은 빌딩형 호텔들과 달리 저층의 넓은 리조트 형태로 만들어져 투숙객들이 언제든 해변으로 나갈 수 있게 했다.
호캉스에 특화한 설계도 눈에 띈다. 호텔에는 다섯 개의 식음업장이 있어 호텔 밖으로 나가지 않고도 관광과 식사를 해결할 수 있다.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과 지역 주민들이 많이 찾는 야외 레스토랑, 해변의 구이식 식당, 애프터눈 티와 다양한 놀이를 즐길 수 있는 카페, 정통 이탈리안 식당 등이다.
이 호텔은 고객에게 잊지 못할 경험을 주기 위해 ②유대감 형성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그는 "오랜 근무 경험을 지닌 직원들의 정 쌓는 노하우를 바탕으로 고객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세심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며 "고객들이 내 집처럼 편안하게 느낄 수 있도록 특별하고 기억에 남는 경험을 주려고 애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60년 이어온 비결 ①사생활 보호와 ②유대감
이 호텔의 전략이 한결 같은 건 아니다. 투숙객들의 특성과 요구 사항은 끊임없이 바뀌기 때문이다. 그는 "최근 10년 동안 주요 고객의 연령대가 달라졌다"고 운을 뗐다. 이바라는 "2020년 9월 일본 요코하마에 두 번째 호텔을 연 뒤로 일본인 방문객 비율이 높아졌고 젊은 한국인들 사이에서는 초호화 결혼식이나 휴가지로 인기가 높아지면서 한국 방문객 수가 증가했다"며 "평균 연령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하면 전 세계 여행객의 방문은 회복이 더딘 반면 한국 관광객 수는 점점 늘어나고 있는 점도 두드러진 특징이다. 이런 추세에 맞춰 '회상의 공간'에서 '추억을 만드는 공간'으로 재탄생 중이다. 그는 "(과거에는) 조부모님이나 부모님과 소중한 추억을 떠올리기 위해 호텔을 다시 찾는 고객이 많았다"며 "이제는 하와이의 아름다움과 문화를 즐기는 이색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달라진 여행 트렌드에 발 빠르게 대응하는 것도 중요하다. 과거에는 가까운 유명 쇼핑몰을 가고 고급 음식점에서 다이닝을 즐기는 것이 대세였다면 요즘 여행객들은 현지 문화를 경험하고 그곳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어 한다 . 이바라는 "투숙객들은 하와이를 보다 깊게 이해하고 배우고 싶어 한다"며 "지역 사회와 함께 이 섬의 지속 가능성은 물론 문화와 예술을 보존하는 프로그램에도 참여한다"고 전했다. 여행의 가치가 단순한 휴식에서 문화적 연결을 통한 풍부한 경험 쌓기로 바뀌었다는 설명이다.
22일에는 하와이 주지사와 오아후 시장 등을 초청하고 24일에는 VIP 고객들과 유명 인사들을 불러 60주년 기념행사를 연다. 하객 40명을 초대해 시그니처 스위트 객실에서 3박을 묵는 한정판 다이아몬드 웨딩 패키지도 마련했다.
오아후(하와이)= 박지연 기자 jyp@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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